블록체인 감사 시스템이 기존 회계감사를 흔들기 시작했다

 




회계감사는 오랫동안 “끝나고 나서 확인하는 작업”에 가까웠다. 기업이 자료를 제출하면 감사인이 뒤늦게 검토하고, 수많은 파일과 숫자를 맞춰보며 오류를 찾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감사의 기본 구조 자체가 조금씩 뒤집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회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한 번 저장된 정보가 사실상 수정 불가능해지면서 감사 방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자료를 받아서 검토하는 시대”가 아니라, 거래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감사 가능한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2026년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Blockchain에 발표된 논문은 바로 이 변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무려 73편의 선행 연구를 검토하며 블록체인이 회계감사의 핵심 문제였던 데이터 조작 위험, 느린 검증 절차, 표본 감사의 한계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흥미로운 건 이 논문이 단순 기술 설명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감사인은 왜 더 이상 기업 제출 자료만 믿지 않아도 되는가?”
“실시간 감사는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블록체인은 왜 감사 데이터 위조를 어렵게 만드는가?”


이런 현실적인 질문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덕분에 기술 논문인데도 꽤 직관적으로 읽힌다.


기업 감사는 왜 늘 느리고 복잡한가


생각해보면 전통적인 회계감사는 꽤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기업 데이터는 보통 한곳에 깔끔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ERP 시스템, 재고 관리 프로그램, 세금 자료, 물류 기록, 거래 내역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감사인은 필요한 자료를 일일이 요청해야 하고, 거래 상대방에게 별도 확인서를 보내는 과정도 반복된다.


아이고, 이쯤 되면 왜 감사 시즌만 되면 회사 전체가 긴장하는지 이해가 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 감사 구조에는 꽤 오래된 한계들이 따라붙었다.


  • 자료 제출 과정에서 데이터가 수정될 가능성
  • 일부 자료 누락 위험
  • 거래 전체가 아닌 일부만 검사하는 표본 감사 구조
  • 길어지는 감사 일정
  • 증가하는 인건비와 운영 비용


특히 논문은 “샘플링 중심 감사”를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거래량이 엄청난 대기업의 경우 모든 거래를 직접 검토하기 어렵다 보니 일부 거래만 추출해서 감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상 거래나 분식 회계가 샘플 밖에 숨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쉽게 말해, 중요한 문제가 우연히 검사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블록체인은 왜 데이터 조작을 어렵게 만들까

블록체인의 핵심은 꽤 단순하다.


“기록을 여러 사람이 함께 보관한다.”


기존 데이터베이스는 중앙 서버 하나가 정보를 관리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여러 참여 노드가 동일한 거래 기록을 동시에 저장한다. 누군가 몰래 데이터를 바꾸려면 네트워크 전체 기록을 함께 수정해야 한다.


사실상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논문은 블록체인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탈중앙화: 특정 기업 하나가 데이터를 독점하지 않음
  • 불변성: 기록된 데이터 수정이 극도로 어려움
  • 추적 가능성: 거래 흐름 전체 추적 가능
  • 스마트 계약: 조건 충족 시 자동 실행


여기서 감사 분야가 가장 주목하는 건 역시 불변성이다.


블록체인에서는 거래가 기록될 때 시간 정보와 암호화 서명이 함께 저장된다. 이후 기록을 조작하려면 전체 네트워크를 동시에 바꿔야 한다.


즉, 감사인이 나중에 자료를 전달받아 진위를 확인하는 구조가 아니라, 거래 발생 순간부터 “신뢰 가능한 증거”가 생성되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런 구조가 감사 증거의 신뢰도를 크게 높인다고 분석했다.


감사인은 왜 기업 자료를 다시 검증하지 않아도 될까


기존 감사에서는 기업이 제출한 자료가 실제 거래와 일치하는지 또 한 번 검증해야 했다.


예를 들어 은행 거래를 확인하려면:


  1. 기업이 거래 자료 제출
  2. 감사인이 은행에 확인 요청
  3. 은행 회신 대기
  4. 자료 대조 및 검증


이런 과정이 반복됐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느리다.


하지만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거래 자체가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감사인은 네트워크에 읽기 전용 노드 형태로 참여해 거래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즉 기업이 따로 자료를 가공해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논문은 이를 “중개 없는 감사 증거 확보”라고 설명했다.


거래 금액, 발생 시점, 참여자 정보 등을 블록체인에서 직접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 가능성도 줄어든다.


실시간 감사는 어떻게 가능한가


기존 감사는 대부분 분기 말이나 연말 이후 진행됐다.

그러니까 문제가 생긴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감사 시스템에서는 거래가 발생하는 즉시 데이터가 기록된다. 여기에 스마트 계약 기술까지 결합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특정 거래 금액이 기준치를 넘는 순간:


  • 시스템 자동 경고 생성
  • 이상 거래 탐지
  • 추가 감사 절차 실행
  • 감사 기록 자동 저장


이 모든 과정이 거의 실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치 금융 시스템 안에 24시간 쉬지 않는 감사 엔진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논문은 이를 “사후 감사에서 지속적 실시간 감사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 계약은 다음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송장과 배송 기록 자동 대조
  • 재고 이동 검증
  • 계약 조건 충족 여부 확인
  • 세금 계산 검증
  • 이상 거래 탐지


결국 감사인의 역할도 변하게 된다. 단순히 숫자를 맞춰보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전문가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빅4 회계법인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변화가 아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논문은 글로벌 회계법인들의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PwC는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 감사 시스템을 구축했고, 연구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 감사 기간이 기존 3개월에서 약 6주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수작업 대조 시간은 약 90% 감소했고 인건비도 약 40% 절감됐다고 보고됐다.


Deloitte 사례에서는 신용장 감사 기간이 기존 14일에서 2일 수준으로 단축됐다.


EY는 초당 3000건 규모의 거래를 실시간 검증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KPMG는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스마트 계약 감사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그러니까 이제 회계감사는 “연말에 몰아서 보는 작업”이 아니라, 점점 실시간 데이터 감시 체계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은 탄소배출 검증에도 활용될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탄소배출권 시장 사례였다.


탄소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배출량 데이터 조작 문제가 반복됐다. 기업이 배출량을 축소 보고하거나 일부 데이터를 누락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블록체인이 이런 문제 해결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PwC는 Hedera 기반 ESG 플랫폼인 EcoGuard를 통해 탄소 데이터를 실시간 기록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또 미국 Rice University 산하 BCarbon은 200만 개 이상의 탄소 크레딧을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이전했다.


모든 거래 기록이 남고 추적 가능해지면서 탄소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블록체인은 단순 암호화폐 기술을 넘어 “신뢰 기록 시스템”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블록체인도 완벽하진 않다


물론 논문은 블록체인의 한계 역시 꽤 강하게 지적한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Garbage In, Garbage Out이다.


블록체인은 “입력된 데이터가 이후 수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보장한다. 하지만 애초에 입력된 정보가 거짓인지까지는 판단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 실제 재고보다 부풀린 수량 입력
  • 잘못된 거래 금액 등록
  • 허위 센서 데이터 업로드


같은 문제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다.


즉 블록체인은 “사후 조작 방지”에는 강하지만, “초기 입력의 진실성”까지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연구진은 감사인의 전문적 판단이 앞으로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계약 오류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은 자동 실행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효율성을 가진다.

하지만 동시에 꽤 무서운 특징도 있다.


코드에 오류가 있으면, 그 실수가 대규모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 설계된 감사 규칙이 자동 실행되면:


  • 잘못된 위험 탐지
  • 허위 경고 반복
  • 감사 누락
  • 데이터 처리 오류


같은 문제가 시스템 전체에 퍼질 수 있다.


예전 수작업 감사에서는 사람이 중간에 이상함을 눈치챌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자동 시스템은 잘못된 코드가 그대로 반복 실행될 위험이 있다.


논문은 앞으로 “감사용 스마트 계약 검증” 분야가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감사인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흥미롭게도 연구진은 블록체인이 감사인을 완전히 대체할 기술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인간 감사인의 전문 판단을 더 중요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감사인은:


  • 이상 거래 해석
  • 위험 평가
  • 내부통제 분석
  • 규제 해석
  • AI 감사 결과 검토
  • 데이터 진실성 검증

같은 역할에 더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미래 감사인은 단순 자료 검사자가 아니라 “데이터 신뢰성 전문가”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특히 블록체인, AI, 빅데이터가 함께 결합되면 미래 감사는 지금처럼 “연말 점검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활동 전체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블록체인은 더 이상 단순 암호화폐 기술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회계감사처럼 수십 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던 산업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인 장벽도 여전히 많다. 기술 비용, 규제 기준, 데이터 입력 신뢰성, 시스템 구축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미래 감사 시스템은 “인간 vs 기술”의 대결 구조가 아니라, 인간 감사인의 전문 판단과 자동화 기술이 함께 작동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

Wu, J., Wang, H., & Xu, X. (2026). The application of blockchain technology in the audit system. Frontiers in Blockchain, 9, 1821246. https://doi.org/10.3389/fbloc.2026.182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