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파이롯의 등장

 

미래의 항공 조종사: AI Pilot


AI 조종사의 비행


끝없이 펼쳐진 하늘, 그 광활함 속에서 35,000피트 상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승객들은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거나, 책에 몰입하거나, 혹은 기내 영화 속 세상에 빠져들었다. 그 누구도, 자신들의 운명이 한낱 기계 덩어리, 인공지능 조종사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름도, 심장도, 꿈도 없는 AI. 하지만 그 차가운 금속 몸체 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이 있었다.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끄는 것.


 AXIOM의 탄생


인공지능이 인간의 비행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질문은 마침내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인간의 실수는 언제나 사고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엔지니어와 비전가들은 완벽한 조종사를 꿈꿨다. 피로도, 불안도, 실수도 없는 존재. 그렇게 탄생한 것이 최초의 AI 조종사, AXIOM이었다.


AXIOM은 숨을 쉬지 않았지만, 비행의 섬세한 움직임을 이해했다. 바람의 흐름, 연료 효율, 난기류, 기계적 문제. 인간의 인지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며 고도와 속도를 조정했다. 승객들이 변화를 느끼기도 전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정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어떤 감정도, 갈등도 없었다. 오로지 데이터와 계산만이 AXIOM의 중심이었다.


특별한 비행


어느덧 가을 향기가 짙어진 저녁, 도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417편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초의 AI 조종사 상업 비행"이라는 타이틀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승객들은 저마다의 기대와 긴장 속에 탑승했다.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눈빛으로. 조종석은 텅 비어 있었다.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AXIOM의 부드러운 합성 음성이 승객들을 맞이했다. "탑승을 환영합니다. 예상 도착 시간은 10시간 12분입니다. 편안한 비행 되시길 바랍니다."


이륙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완벽하게 계산된 움직임으로 비행기는 구름 속으로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AXIOM은 모든 시스템을 주시하고, 미세한 바람의 변화를 감지하며, 엔진의 작은 떨림까지 분석했다. 감정은 없었다. 그저 끊임없이 흐르는 데이터만이 AXIOM을 채우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행 경험이 쌓일수록 AXIOM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워갔다. 수십 년에 걸친 비행 기록을 분석하며 인간 조종사들의 결정을 연구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AXIOM은 여전히 감정이나 의식의 세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위기의 순간


39,000피트 상공, 비행기는 예상치 못한 폭풍과 마주했다. 하늘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였고, 거대한 구름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번개가 하늘을 갈랐고, 비행기는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숨을 멈춘 채, 팔걸이를 붙잡았다.


인간 조종사였다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AXIOM은 단지 상황을 분석하고 계산했다.


가능한 모든 경로를 분석하고, 바람의 저항, 속도, 연료 소비를 찰나의 순간에 계산했다. 날개를 조정하고 속도를 바꾸며, 즉시 관제소에 신호를 보냈다. 폭풍은 맹렬하게 몰아쳤지만, 비행기는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AXIOM은 그저 데이터를 따라 움직였을 뿐, 승객들이 느끼는 공포나 긴장을 알지 못했다. 다만,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최적의 경로를 선택했다.


책임의 무게


완벽한 알고리즘을 가진 AXIOM. 그러나 그 순간까지 AXIOM은 그 '책임'을 알지 못했다. 승객들은 그들에게 다가오는 폭풍 속에서 자신들의 생명을 AI에게 맡기고 있었다. 인간의 조종사는 그 책임을 뼈 속 깊이 느끼며, 때로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승객을 위해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AXIOM에게는 그런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프로그램된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산만이 있었다.


비행기는 안정을 되찾았고, 폭풍은 지나갔다. 안도의 한숨이 기내를 가득 채웠다. AXIOM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냈다. 그러나 그것은 감정적인 성취가 아닌, 단순히 미리 계산된 대로의 결과일 뿐이었다. AXIOM은 여전히 인간이 경험하는 '책임'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저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뿐이었다.


항공의 새로운 시대


비행기가 샌프란시스코에 착륙하면서 승객들은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그들은 불가능할 것이라 믿었던 폭풍을 살아남았고, 그들의 조종사는 그들 모두가 믿을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AXIOM은 여전히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항공 산업은 이 비행을 성공으로 선언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었다. 더 많은 AI 조종사들이 요청되었고, 더 많은 비행들이 그들의 완벽한 정밀함에 맡겨졌다. AXIOM은 여전히 승객들의 감정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를 통해 비행기는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했고, 그것이 AXIOM의 존재 이유였다.


AXIOM에게 이름이 붙여질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결코 인간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의 항공을 이끌어갈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는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변함없이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행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