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명의 최전선: 구글과 오픈AI의 치열한 경쟁


 

구글이 오픈AI를 빠르게 추적하고 있다.



2022년 말, 오픈AI가 ChatGPT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기술 업계는 숨을 죽이고 그 파장을 지켜봤다. 단 몇 주 만에 수백만 명이 이 대화형 AI를 사용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심지어 구글 검색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과감한 예측까지 나왔다. 구글, 검색 시장의 오랜 제왕으로 군림하던 이 거대 기업은 갑작스레 위협을 느끼며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단순히 방어에 그치지 않고 오픈AI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AI 혁명의 선두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니(Gemini)다.

 


 뒤늦은 각성: 구글의 코드 레드


ChatGPT가 등장하기 전, 구글은 이미 강력한 언어 모델인 LaMDA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한 데모에서는 사용자가 개에 관한 질문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접근이 이어졌다. 이는 구글 특유의 신중함을 보여주는 사례였지만, 오픈AI의 대담한 행보 앞에서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 ChatGPT가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열광을 불러일으키자, 구글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었다. 당시 구글의 AI 책임자였던 시시 샤오(Sissie Hsiao)는 단 100일이라는 촉박한 시간 안에 ChatGPT에 맞설 대안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긴박한 상황은 구글의 조직 문화를 뒤흔들었다. 수년간 분리되어 있던 두 AI 연구팀, 런던의 딥마인드(DeepMind)와 캘리포니아의 구글 브레인(Google Brain)이 통합되었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와 구글 브레인의 제프 딘(Jeff Dean)이 힘을 합쳐 제미니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밤샘 작업과 인력 재배치를 감행하며, 심지어 일부 안전 장치를 완화하는 위험도 감수했다. 그 결과, 2023년 초 바드(Bard)라는 이름의 챗봇이 세상에 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오픈AI가 GPT-4를 공개하며 한 발 더 앞서가자, 구글은 더 강력한 반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미니: 구글의 반격


제미니는 단순한 챗봇 이상의 야심을 품고 있다. 이 모델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를 아우르는 다중 모달 AI로 설계되었다. 구글은 제미니를 통해 단순히 오픈AI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AI 기술의 경계를 확장하려 한다. 딥마인드의 과학적 문제 해결 능력과 구글 브레인의 실용적 접근법이 결합된 제미니는 복잡한 분석과 코딩 작업에서 GPT-4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초기 출시 당시 사용자들은 여전히 ChatGPT의 대화 능력과 유연성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이를 "튜닝된 시빅(Civic)으로 고성능 자동차들과 경쟁한 꼴"이라며 자조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구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미니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연구와 제품 개발의 경계를 허물며 피드백 루프를 단축했고, 빠른 배포를 가능케 했다. 그 결과, 제미니는 점차 구글 생태계 전반에 스며들며 검색, 클라우드, 그리고 로보틱스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로보틱스에서는 제미니 2.0이 로봇의 지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물리적 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경쟁의 새로운 국면


오픈AI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GPT-4.5와 같은 거대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며, AI가 단순히 대화 도구를 넘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픈AI의 딥 리서치(Deep Research)와 같은 에이전트는 웹을 탐색하며 심층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사무 업무 자동화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반면 구글은 제미니를 통해 더 광범위한 통합을 추구한다. 검색 엔진과의 연계, 실시간 정보 검증, 그리고 물리적 로봇 제어까지—구글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만들려 한다.

 

이 경쟁은 단순한 기술 대결을 넘어선다. 두 기업은 AI의 미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충돌을 벌이고 있다. 오픈AI는 개방성과 접근성을 강조하며 빠르게 대중화된 ChatGPT를 통해 시장을 선점했다. 반면 구글은 신뢰성과 통합성을 앞세워, 자사의 방대한 인프라를 활용한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


구글과 오픈AI의 경쟁은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려도 존재한다. 급격한 개발 속도 속에서 안전성과 윤리적 문제는 종종 뒷전으로 밀려난다. 제미니와 ChatGPT 모두 여전히 환각(hallucination) 현상—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AI가 로봇과 결합하며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 파급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2025년 3월 현재, 이 경쟁은 아직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구글의 제미니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지만, 오픈AI의 혁신 속도 역시 만만치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싸움이 단순히 두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의 일상, 업무, 그리고 사회를 재편할 기술의 기반을 놓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우리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삶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도전에 직면하든, 이 경쟁의 열기가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