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에서 부족으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사회적 정체성이 커뮤니티 형성에 미치는 영향
디지털 부족을 이루는 힘, 정체성 |
서론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생각할 때, 보통 빠른 거래, 변동성 높은 가격, 투기적 거품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혼란스러운 외양 아래에는 더 깊은 것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신념, 신뢰, 정체성을 공유하는 살아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가명성과 분산성이라는 특성을 지닌 블록체인 공간은 디지털 부족(digital tribes)을 형성하는 비옥한 토양이 되었습니다. 본 에세이는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사회적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개인이 어떤 이유로 지속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이러한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탈중앙화 금융(DeFi)의 미래에 왜 중요한지를 살펴봅니다.
금융에서 커뮤니티로의 전환
처음에는 스마트 계약, 검열 저항성, 탈중앙화의 가능성 등 기술적·금융적 매력이 블록체인의 주요 유인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급격히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단순한 금전적 인센티브만으로는 장기적인 사용자 유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핵심 차별점은 '커뮤니티'—즉, 사용자와 프로토콜을 연결하는 사회적 층—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환경,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는 집단 정체성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에서는 '정체성 융합(identity fusion)'—개인의 자아가 집단과 강하게 결합되는 심리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사용자들은 단순히 어떤 프로토콜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그 프로토콜의 일원이자 본질이 됩니다.
블록체인에서의 정체성 융합 이해하기
Aebli, Silberstein-Bamford, Bamford(2025)의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한 최신 결과를 제시합니다. Optimism, BeethovenX, OATH, Velodrome, Balancer와 같은 프로토콜에 속한 사용자들을 인터뷰 및 설문조사한 결과, 정체성 융합을 예측하는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사회적 보상(Social Reward)– 인간관계, 재미있는 상호작용, 의미 있는 기여는 깊은 소속감을 형성합니다.
- 미래 전망(Outlook)– 프로토콜의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 비전에 대한 공동의 믿음은 충성도를 높입니다.
- 투자 수준(Investment Level)– 금전적 투자는 종종 감정적 애착과 연결됩니다.
흥미롭게도 개발 팀에 대한 신뢰는 초기 참여에는 중요하지만, 정체성 융합과는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분산 환경에서 리더십 신뢰가 반드시 커뮤니티 결속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커뮤니티가 곧 제품이다
이 연구 결과는 블록체인에 있어 커뮤니티 자체가 제품임을 시사합니다. 기술적 요소가 처음에는 주목을 끌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자를 '회원'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Discord 대화, 밈 공유, 협업적 문제 해결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입니다.
어떤 커뮤니티는 전문적 네트워크에 가깝고, 또 다른 커뮤니티는 디지털 가족과도 같습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구성원에게 소속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암호화폐에서는 실명 대신 아바타와 사용자명이 일반적인 가명 환경이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입니다.
'신뢰 불필요' 환경에서의 신뢰
블록체인은 종종 "신뢰가 필요 없는(trustless)" 기술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용자들은 코드가 아닌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갈망합니다. 연구 인터뷰에서는 개발자의 전문성, 투명성, 장기적 헌신이 신뢰 형성의 핵심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용자들은 과장이나 광고보다 솔직하고 능력 있는 팀을 선호합니다.
결국 인간적 신뢰는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기술은 진화할 수 있지만, 인간 심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행동 주체성 인식과 그룹 참여
자신의 행동이 커뮤니티에 영향을 준다고 느끼는 것은 참여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자신의 아이디어 제안, 신규 사용자 지원, 기능 테스트 등을 통해 프로토콜 형성에 기여한다고 느끼는 참여자는 더 강한 유대감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주체성 인식은 정체성 융합을 강화하며, 이는 시장 침체 시기에도 지속적인 참여와 커뮤니티 주도의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공유 비전과 회복 탄력성
“우리는 미래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는 신념은 단기적인 금전적 손실보다 더 강력합니다. 재정적 주권, 공공재 펀딩, DeFi 접근성 등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는 시장 불황 속에서도 사용자 이탈을 최소화합니다.
이러한 비전은 심리적 안정감과 집단적 동기 부여를 창출하며, 프로토콜을 단순한 투자 대상에서 하나의 운동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의식과 밈의 역할
의식, 밈, 내부 농담 등 문화적 상징은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입니다. 암호화폐 세계에서는 "HODL", "wagmi(우리 모두 성공할 거야)"와 같은 용어나 밈 콘테스트, 에어드랍 등의 활동이 소속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요소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감정적 투자와 분산형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감성 vs. 이성적 동기
수익은 여전히 주요 동인이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인 참여에는 감정적·사회적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은 단지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해받고 존중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커뮤니티에 남습니다.
이는 게임 커뮤니티나 팬덤 등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정체성 공유가 거래적 상호작용을 능가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DAO와 프로토콜 설계자들을 위한 교훈
이러한 통찰은 실질적인 함의를 지닙니다. 개발자와 DAO 운영진은 코드 업데이트와 더불어 커뮤니티 건강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전략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포럼, AMA, 보조금 등을 통한 적극적 참여 유도
- 온보딩 및 멘토십 프로그램에 투자
- 투명성과 스토리텔링 일관성 유지
-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기여 공개적으로 인정
또한 커뮤니티 매니저는 단순한 마케터가 아닌, 문화와 사회 결속의 큐레이터로 기능해야 합니다.
디지털 부족으로서의 암호화 커뮤니티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전통적 공동체 구조와 유사한 특성을 점점 더 많이 보입니다. 규범, 계층 구조, 의식, 집단 기억 등이 존재하며, 사회적 자본과 감정적 지지를 제공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부족은 배타적일 수도 있습니다.
정체성 융합은 연대감을 고양시키지만, 때로는 외부자에 대한 배척이나 극단적 사고를 부추길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결론
블록체인의 미래는 기술뿐 아니라 '사회적'입니다. 분산 시스템이 확장되면서, 성공은 프로토콜의 기술적 효율성뿐 아니라 그들이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힘에 달려 있습니다. 정체성 융합, 공유된 비전, 신뢰, 문화적 상징은 이러한 디지털 생태계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궁극적으로, 암호화폐 공간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소속감을 형성하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한 창입니다. 이곳은 코드와 문화가 만나는 공간이며, 때로는 코드보다 정체성의 유대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Aebli, A., Silberstein-Bamford, F., & Bamford, J. S. (2025). What keeps them invested? Social identity and group formation in blockchain. Frontiers in Blockchain, 8:1530186. https://doi.org/10.3389/fbloc.2025.1530186
Gómez, Á. et al. (2020). Recent advances, misconceptions, untested assumptions, and future research agenda for identity fusion theory.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4(6), e12531.
Cheng, Z. C., & Guo, T. C. (2015). The formation of social identity and self-identity based on knowledge contribution in virtual communitie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43, 229–241.
Swann, W. B. et al. (2009). Identity fusion: The interplay of personal and social identities in extreme group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6(5), 99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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