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 비트코인의 미래: 암호화폐와 거시경제의 장기적 연결고리

 

디지털 금, 비트코인의 미래: 암호화폐와 거시경제의 장기적 연결고리  

디지털의 금, 비트코인의 미래


원문: Long-term nexus of macroeconomic and financial fundamentals with cryptocurrencies  (Creative Commons)

작성자: Panayiotis M. Pourpourides (Cardiff Business School, Cardiff University, Cardiff, United Kingdom)  

출판일: 2025년 3월 28일  

저널: Frontiers in Blockchain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제 이 별명이 단순한 비유가 아닌 실체를 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단지 혁신적인 기술이나 신세대 금융 수단을 넘어, 거시경제의 흐름과 밀접하게 얽혀가고 있다. 파나이오티스 포푸리디스(Panayiotis Pourpourides)의 연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과 전통 자산(특히 금과 달러)의 장기적인 관계를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두 가지 주요 요인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바로 미국 달러의 가치(달러인덱스, DXY)와 금 가격이다. 이 두 변수는 비트코인의 가격, 시장 가치(시가총액), 그리고 해시레이트(채굴 활동 지표)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준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금 가격이 오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경우에는 더욱 급격하게 하락한다는 점이다.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 금과 비트코인: 둘 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금 가격이 1% 오를 때 비트코인 가격은 약 3.6%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금의 대체 수단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즉, 금 수요가 줄면 비트코인 수요가 올라간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 달러와 비트코인: 달러 가치가 오를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 DXY가 1% 상승하면 비트코인은 무려 11% 정도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 안전자산(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때, 투자자들이 리스크가 더 큰 비트코인에서 자금을 빼기 때문으로 보인다.

- 비트코인 해시레이트(Hash rate): 흥미롭게도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는 가격보다도 더 민감하게 시장을 반영한다. 금 가격이나 달러 가치 변화에 따라 채굴 활동이 줄어들거나 늘어난다. 이는 채굴자들이 정책이나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S&P 500과의 관계: 주식 시장과의 관계도 존재한다. S&P 500 지수가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격도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있으나, 해시레이트에는 반대의 영향을 미친다. 이는 채굴자들이 전통 시장으로 자본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비트코인의 자산적 성격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단지 실험적인 디지털 화폐가 아니라, 글로벌 거시경제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과 경쟁하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또 달러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위험자산으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분석은 단지 투자자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과 정책 입안자들 역시 암호화폐를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 채택,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 등은 암호화폐가 더 이상 변두리 현상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신호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루나(Terra Luna), FTX와 같은 대형 붕괴 사례는 규제 부재와 지나친 투기심리가 어떻게 시장을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따라서 제도권 편입과 규제 정비는 이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연구는 다양한 계량 모델(동적 최소자승법 D-OLS, 완전 수정 최소자승법 FM-OLS)을 통해 강건한 결과를 도출했으며, 비트코인 외에도 메이커(Maker), 신세틱스(Synthetix) 같은 디파이(DeFi) 토큰들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디파이 자산도 금과 달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비트코인보다는 다소 덜 민감하다는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암호화폐가 더 이상 기술 또는 이념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자산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플레이어로 편입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비트코인은 단지 새로운 통화가 아니라, 거시경제의 물결 속에서 '디지털 금'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