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까?
인간과 AI는 동일한 문제를 보고도 전혀 다른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점 차이를 들여다본 실험
우리가 인공지능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사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세르비아 노비사드대학교의 Bojan Srd̄ević 교수가 발표한 이 연구는 참으로 독특하다.
"AI가 인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인간과 AI 본인이 각각 평가하면 어떤 차이가 생길까?"
이 단순하지만 심오한 질문에, 연구자는 수학적 분석 기법인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를 활용해 정답을 찾고자 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인간과 AI는 동일한 문제를 보고도 전혀 다른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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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섯 가지. 평가자는 인간 38명, AI 4종
연구팀은 먼저 AI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주요 도전 과제 6가지를 도출했다:
1.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2. 경제적 불평등 및 일자리 대체
3. 윤리 및 도덕 문제
4. 인프라 및 자원 부족
5. 사회·문화적 저항
6. 규제 및 거버넌스 문제
이 여섯 가지 항목을 인간과 AI가 각각 비교하며 중요도를 판단하게 했다.
인간 평가단은 유럽과 미국의 교수, 연구자, 박사과정생 38명.
AI 측은 ChatGPT, Gemini(Bard), Perplexity, 그리고 DedaAI라는 네 개의 플랫폼이 참여했다.
평가는 ‘A가 B보다 얼마나 중요한가?’를 묻는 쌍대 비교(Pairwise Comparison)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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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인간과 AI 모두 1위는 '데이터 보안'
놀랍게도 양측 모두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C1)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의 정보가 AI에 의해 수집, 분석되는 시대.
우리는 우리의 '디지털 자아'를 AI에게 맡기고 있다.
이 신뢰가 깨진다면, AI의 존재 자체가 위협이 될 수 있다.
인간들은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봤다.
AI 역시 동일한 항목을 최우선으로 꼽으며, 자기 자신의 존재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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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와 3위에서 벌어진 차이: ‘윤리’를 보는 시선
그러나 2위부터는 인간과 AI의 인식이 완전히 갈렸다.
- 인간: 2위는 윤리 및 도덕적 고려(C3)
- AI: 2위는 경제적 불균형과 일자리 문제(C2)
인간은 AI 기술이 사회에 도입될 때 '공정성'과 '책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사회적 저항과 불신을 초래한다고 봤다.
반면 AI는 “내가 사회에 미치는 직접적인 파장 중 가장 큰 건 노동 시장 붕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 차이는 인간이 AI를 ‘도구’로 보는 시각과
AI가 자신을 ‘체계 내 한 축’으로 인식하는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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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왜 ‘규제’를 가장 낮게 봤을까?
흥미로운 점은, AI들이 ‘규제 및 거버넌스(C6)’를 가장 하위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반면 인간은 규제를 3위에 올렸다.
AI는 법이나 정책의 존재보다, 실질적인 기술적 이슈(데이터, 일자리 등)를 더 중시한 반면,
인간은 "제대로 된 제도 없이는 AI의 모든 위험이 현실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 결과는 AI가 자기 자신을 제어하거나 통제당할 대상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규제가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AI의 ‘관점’에서 그리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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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분석으로 신뢰도도 검증
이번 연구는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니었다.
각 응답자의 판단 일관성을 평가하는 일관성 지수(CR)와
그들의 판단이 그룹 평균과 얼마나 유사한지 측정하는 유사도 지수(CO)까지 분석됐다.
결과는?
- 인간 평가자의 평균 일관성: 0.093 (기준치 이하 → 신뢰 가능)
- AI 평가자들의 평균 일관성: 0.061 (더 뛰어남!)
즉, AI는 ‘수학적으로도 더 일관된 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였고,
사람들은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을 반영해 조금 더 다양하고 덜 일관된 판단을 내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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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실험이 말하는 것
이 연구는 단지 “AI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까?”를 묻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묻는다:
“같은 질문을 인간과 AI에게 던졌을 때, 서로 어떤 차이로 세상을 바라보는가?”
이는 앞으로 AI가 정책 결정이나 사회적 판단에 관여할 때,
사람의 관점과 AI의 관점이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하고, 서로를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AI는 수학적으로는 일관되지만, 인간의 삶은 수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더 많은 ‘협력적 결정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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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 인간과 AI 플랫폼의 비교 분석을 통한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 평가
- Evaluating the Societal Impact of AI: A Comparative Analysis of Human and AI Platforms Using the Analytic Hierarchy Process
- 저자: Bojan Srd̄ević (University of Novi Sad)
- 발행 일자: 2025년 4월 20일
- 저널 이름: AI (MD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