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꾼 나노리올로지의 판도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살아 있는 세포를 분석하며 나노물성을 시각화하는 미래형 생명과학 연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세포 속을 50배 빠르게 들여다보다
세포는 생각보다 ‘말랑말랑’하다. 그런데 이 말랑함이 병의 징후일 수도 있고, 건강의 척도일 수도 있다면?
세포의 물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기술, 원자힘현미경(AFM).
하지만 이 기법은 정밀한 대신 너무 느렸다. 수천 개의 데이터를 일일이 분석하려면 하루 종일이 걸릴 정도.
그래서 연구자들이 손을 들었다. 이걸 기계가 대신 해줄 순 없을까?
2025년,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재료과학연구소(ICMM-CSIC)의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세포 나노리올로지 분석을 50배나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세포 물성 지도’를 몇 시간에서 몇 분 안에 그릴 수 있는 기술.
이제는 살아 있는 세포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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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를 누르고, 튕기고, 물성을 추정하다
원자힘현미경(AFM)은 말 그대로 원자 수준의 힘을 감지할 수 있는 현미경이다.
미세한 탐침이 세포 표면을 눌러가며 힘과 변형의 관계를 측정하고, 그 결과로
탄성(modulus)이나 유동성(fluidity) 같은 물리적 특성을 알아낸다.
이 정보를 얻기 위해선 ‘힘–거리 곡선(FDC)’이라는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기존엔 이 곡선을 물리 모델에 맞춰 하나하나 피팅(fitting)해야 했다.
세포 하나에서 수천 개의 곡선이 나올 수 있으니, 시간도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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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학습이 나섰다: 이젠 곡선을 보면 바로 예측
이번 연구팀은 기계학습, 그중에서도 지도 학습(Supervised Machine Learning)을 도입했다.
기존의 물리 모델 피팅 없이도, 곡선만 보면 세포의 물성을 바로 예측하는 ‘회귀 모델’을 훈련시킨 것이다.
핵심은 ‘가짜 데이터’로 학습을 시켰다는 점.
연구진은 수식 기반의 이론 모델로 10만 개의 인공 곡선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신경망이 탄성과 유동성을 정확히 예측하도록 훈련했다.
이 방식은 실제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고도 매우 일반적인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즉, 세포 종류가 달라도, 실험 조건이 달라도 동일한 알고리즘으로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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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망 구조도 똑똑하게: "두 개로 나눠 예측한다"
회귀 모델은 두 개의 신경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유동성 계수(γ)를, 다른 하나는 탄성 계수(E₀)를 예측하는 구조다.
이렇게 분리된 구조 덕분에 각 특성의 복잡한 물리학적 관계도 잘 반영할 수 있었다.
또한 입력 데이터도 똑똑하게 전처리했다.
변형량 데이터를 스플라인으로, 힘 데이터를 시간축에 따라 균등하게 샘플링해 신경망에 입력했다.
그래서 실제 실험에서는 이상적인 삼각파가 아니라도 문제없이 분석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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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정확도는? 놀랍게도 오차 4% 미만
연구팀은 실제 실험 데이터를 가지고 회귀 모델의 성능을 평가했다.
HeLa 세포와 NIH 3T3 섬유아세포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기존 피팅 방식과 거의 동일한 결과를 도출했고, 오차는 2~4%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속도를 높이면 유동성은 증가하고 탄성은 감소하는 경향도 잘 포착했다.
이 관계는 세포의 점탄성적 반응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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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M 지도로 세포 내부 구조까지 포착
가장 놀라운 점은 고해상도 세포 나노물성 지도를 단 40분 만에 생성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기존에는 약 9시간이 걸렸던 작업이다.
512×512개의 위치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지도는
세포의 핵, 세포골격, 내부 강도 변화까지 생생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 지도는 단순한 시각자료가 아니다.
세포 내부의 병적 변화나 구조적 이상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강력한 진단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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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가능성은?
이번 기술은 단순히 ‘빠른 분석기’ 그 이상이다.
- 질병 진단용 세포 물성 측정
- 약물 반응 평가
- 암세포/정상세포 구분
등 다양한 생명과학 및 의학 응용이 기대된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다른 형태의 나노기계 측정, 예를 들어 조직 단위의 물성 측정에도 확장될 수 있다.
한마디로 "AI를 이용한 물성 지도 만들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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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세포기계학습 #AFM분석 #나노리올로지 #세포물성지도 #생체물성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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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 지도학습 기반 고속 세포 나노리올로지 분석
- High‐Throughput Nanorheology of Living Cells Powered by Supervised Machine Learning (creative Commons)
- 저자: Jaime R. Tejedor (Instituto de Ciencia de Materiales de Madrid, CSIC) 외 1인
- 발행 일자: 2025년 4월 15일
- 저널 이름: Advanced Intelligent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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