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비디오게임의 판

 

AI로 게임을 만든다


게임은 더 이상 코드로만 만들지 않는다



‘플레이어를 이기는 AI’는 이미 예전에 등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게임 개발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단순한 적(敵) 이상의 존재다.AI는 이제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고, 세계를 만들고, 감정을 읽고, 스토리를 구성하는 창작자가 되고 있다.


세르비아의 법학자이자 미디어 연구자인 알렉산다르 필리포비치(Aleksandar Filipović)는 2023년, 이 AI의 역할 변화를 깊이 있게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AI가 게임의 엔진, 세계, 캐릭터, 그리고 플레이어 경험까지 어떻게 전방위적으로 관여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AI는 게임 속 '보이지 않는 프로듀서'



초창기 게임 속 AI는 단순했다.

예컨대 《슈퍼 마리오》의 거북이는 ‘앞으로만 움직인다’는 아주 기본적인 행동만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AI는 NPC(비플레이어 캐릭터)를 넘어, 동적 스토리텔링, 환경 변화, 맞춤형 난이도 조절까지 담당한다.



AI는 게임 내 존재들(Entity)에게 다음과 같은 기능을 부여한다:

적군: 플레이어의 행동을 예측하고 전략을 바꾼다.

아군: 협동, 구조, 전략적 조언을 제공한다.

환경: 날씨, 경제, 시간 등을 조절하며 ‘살아있는 세계’를 만든다.

절차적 생성: 맵, 레벨, 음악까지 자동으로 생성한다.

대화 시스템: 유저의 선택과 반응에 따라 변화하는 대사를 생성한다.



이 모든 건 AI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창의적 파트너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고전적 알고리즘부터 최신 딥러닝까지



게임 속 AI는 기술적으로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1. FSM (유한 상태 기계)

가장 기본적인 구조다. 상황에 따른 미리 짜인 반응을 한다.

예: 체력이 20% 미만이면 도망간다.

《콜 오브 듀티》, 《툼 레이더》 같은 게임은 이 구조를 활용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2. MCTS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가능한 선택지를 모두 시뮬레이션해 가장 유리한 행동을 결정한다.

IBM의 체스 AI ‘딥블루’가 이 방식을 사용했다.

《문명》 시리즈 같은 전략 게임에서 널리 쓰인다.


3. GAN (적대적 생성 신경망)

절차적 콘텐츠 생성에 사용된다.

예: 《DOOM》의 레벨 생성, 《슈퍼마리오》 맵 디자인.

GAN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한 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게임 콘텐츠를 ‘창작’한다.


4. 딥러닝 기반 NPC 행동 예측

플레이어의 과거 행동을 분석해, AI가 예측하고 적응한다.

이건 단순히 강한 적이 아니라, 학습하는 적을 만든다.


AI, 게임 디자인의 새로운 협력자
AI는 게임 개발 단계에서도 활약한다.



* 버그 자동 감지

* 게임 밸런스 테스트

* 레벨 자동 생성

* 사용자 행동 분석을 통한 UI 개선

* 맞춤형 음악 생성 및 효과음 조절


특히, 자연어 처리(NLP) 기술의 발달로

플레이어 피드백을 실시간 분석하고,

이에 따라 게임 난이도나 스토리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AI의 미래: 게임은 더 똑똑해진다

논문은 AI 기술의 확장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 본다:




* 강화학습 기반 NPC: 플레이 도중 스스로 성장하고 전술을 개선하는 적 등장

* 실시간 적응형 게임: 플레이어의 반응, 심지어 감정까지 분석해 난이도 및 진행 경로 조절

* 장애인 맞춤형 게임: 개인의 움직임이나 인지 능력에 따라 게임 환경이 실시간 조정

* 자체 발전형 게임: 플레이할수록 ‘AI 자신도 진화’하는 형태의 게임



특히 rtNEAT(실시간 신경망 진화) 기술은

게임 플레이 중에도 AI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심지어 개발자가 예측하지 못한 형태의 전략을 만들기도 한다.

 


윤리적 고민도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속 AI가 너무 똑똑해지면 오히려 플레이어가 재미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는 잘 싸워야 하지만, 플레이어보다 자주 져야 한다”는 명언처럼,

AI는 승부가 아니라 재미와 도전을 설계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다음과 같은 이슈도 존재한다:



콘텐츠의 무분별한 자동 생성으로 인한 저작권 문제

AI가 만든 세계에서 인간의 창작력이 위축될 가능성

아동·청소년 대상 게임에서 AI 상호작용의 윤리적 규제



이 모든 이슈는 앞으로 AI 게임 디자인이 넘어야 할 숙제다.

 


결론: 게임의 미래, AI가 그린다



AI는 단지 더 똑똑한 적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플레이어의 몰입, 상호작용, 감정까지 아우르는 세계 설계 도구다.

그리고 이제 그 역할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당신이 다음에 하는 게임 속 NPC는

단순한 코드가 아닐지 모른다.

그는, 당신의 과거 행동을 기억하고,

당신의 성향에 따라 말투와 전략을 바꾸는

‘생각하는 동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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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Filipović, A. (2023). The Role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Video Game Development. Kultura polisa, 20(3), 5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