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말 걸면 사람이 대답한다
Industry 5.0 시대, 예지정비의 새로운 기준
공장에서 기계가 멈췄다. 경고음이 울리고, 부품이 과열되었다는 알림이 떠오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건 고장이 아니다. 고장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한 결과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답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사람 중심(Human-Centric)'이라는 키워드에 있다.
터키의 니어이스트대학교 연구진은 최근 이 두 요소를 결합한 차세대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 시스템을 제안했다. 단순히 고장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직관과 판단까지 시스템에 녹여 넣은 방식이다.
디지털 트윈, 그리고 Industry 5.0
디지털 트윈이란 물리적 장비를 가상 공간에 복제한 것이다.
실제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비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기계의 '가상 쌍둥이'가 내 손 안에 들어온 셈이다.
Industry 4.0이 자동화와 연결성을 강조했다면, Industry 5.0은 인간과 기계의 협업과 공존을 중시한다.
이제 사람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시스템과 함께 결정하는 ‘공동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기존의 예지정비 시스템은 대부분 사람을 배제한 채 작동한다.
기술은 점점 정밀해지지만, 현장 작업자의 ‘감’과 ‘판단’은 반영되지 않는다.
그 결과는? 신뢰도 하락, 시스템 거부감, 그리고 잘못된 결정이다.
그래서 제안한 건 ‘사람 중심 최적화 프레임워크’
논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PSO(입자군 최적화)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여기에 RL(강화학습)과 베이지안 최적화를 결합했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1. PSO: 다양한 변수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려해, 정비 시점을 최적화
2. RL: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비 계획을 유동적으로 조정
3. 베이지안 최적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미세 조정
4. 사람의 개입: 직관적 판단, 환경 변화 인지, 위험 감수 결정 등을 직접 입력
이를 통해 시스템은 ‘알아서’ 판단하는 대신, ‘사람과 함께’ 판단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진짜 현장에 적용하면 뭐가 달라질까?
연구진은 Kaggle에서 수집한 산업 장비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인상적이다:
정비 주기 단축: 10~100시간까지 최적화
정비 비용 감소: 기존보다 약 15.7% 절감
가동 중지 시간 감소: 13시간 이상 절약
시스템 신뢰도 향상: 모든 장비에서 신뢰도 지표 상승
이게 의미하는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가동 중지 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올라간다.
예방정비가 정확하면, 긴급 수리로 인한 리스크가 줄어든다.
무엇보다, 작업자는 예기치 않은 고장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간-기계 협업의 진짜 의미
논문이 강조하는 건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다.
기술 중심의 자동화가 아닌, 사람과 기계가 함께 만드는 산업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알아서' 고장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직접:
* 데이터를 해석하고
* 조건을 설정하고
* 경고 임계값을 조정하고
* 상황에 따라 판단 기준을 조율한다
그리고 시스템은 이 판단을 학습하고 반영한다.
이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지능(Hybrid Intelligence)’이다.
기계는 알고리즘으로, 사람은 직관으로.
둘이 만나야 Industry 5.0이 완성된다.
한계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더 크다
물론, 이 접근에도 약점은 있다.
* 사람의 입력이 주관적일 수 있다
* 데이터 품질이 균일하지 않을 수 있다
* 복잡한 시스템은 계산량이 폭증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를 미래 과제로 보고 있다.
센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클라우드 기반 병렬 연산을 적용하면 극복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다양한 산업군(에너지, 교통, 생산)에 이 모델을 적용해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결론: "기계가 예측하고, 사람이 결정한다"
Industry 5.0은 단지 자동화의 진화가 아니다.
사람의 지식과 기계의 능력이 공존하는 새로운 산업 철학이다.
이 논문은 그 철학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다.
앞으로의 공장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정비 시점? 디지털 트윈과 내가 함께 정했어.”
출처 논문
Sabuncu, Ö., & Bilgehan, B. (2025). Human-Centric IoT-Driven Digital Twins in Predictive Maintenance for Optimizing Industry 5.0. Journal of Metaverse, 5(1), 6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