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바타, 어디서 쇼핑하시나요?

 

어디서 쇼핑하시나요?
가상 쇼핑의 열쇠

가상 쇼핑의 성공 열쇠, 데이터로 밝혀졌다


어느 날, 가상 공간 속 내 아바타가 나보다 먼저 새 운동화를 신는다.

브랜드 매장은 현실이 아니라 메타버스 안에 있고, 점원도 아바타다.

이제 쇼핑은 더 이상 웹사이트에서의 클릭이 아니라, '체험'이 되었다.


하지만, 질문 하나. "어떤 메타버스 쇼핑이 성공할까?"

이를 숫자로 풀어낸 연구가 있다. 인도 국립기술대학 연구진은 최근 메타버스 쇼핑의 핵심 성공 요인을 정량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단순한 설문 조사가 아니다. 인간의 주관을 ‘수학적 언어’로 바꾸는 방법, 바로 퍼지 DEMATEL(Fuzzy DEMATEL)을 이용했다.


메타버스 쇼핑, 어디까지 왔나?


메타버스에서의 쇼핑은 이제 단순한 시도 그 이상이다.

2024년 기준, 메타버스 경제 규모는 8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이커머스 분야만 따로 봐도 2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Adidas, Nike, Gucci, Hyundai, Samsung, 심지어 Sunsilk까지. 글로벌 브랜드들은 앞다퉈 가상 매장을 열고 있다.

Zepeto, Roblox, Decentraland 같은 플랫폼에서 우리는 디지털 의류, 화장품, 자동차까지 '체험' 후 '구매'한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쇼핑 공간에서, 무엇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11개의 키워드로 보는 '가상 소비자 심리'


연구진은 기존 문헌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11개의 핵심 요인을 추출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 몰입감(Immersion): 사용자가 가상 공간에 ‘들어간 듯’ 느끼는 정도.

 * 플로우(Flow): 쇼핑 흐름이 얼마나 끊김 없이 자연스러운가.

 * 사용 용이성(Ease of Use): 조작이 얼마나 직관적이고 쉬운가.

 * 즐거움(Enjoyment): 얼마나 재밌고 만족스러운 체험인가.

 * 미디어 리치(Media Richness): 3D 모델, 인터랙티브 요소 등 콘텐츠의 풍부함.

 * 아바타 자아일치(Avatar Self-Congruence): 아바타가 나와 얼마나 닮았는가.

 * 실시간 반응성(Synchronicity): 반응 속도, 실시간 상호작용 가능성.


이외에도 정보성, 위험 인식, 기술 불안, 사회적 영향 등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인간의 직감을 수학으로: Fuzzy DEMATEL 기법


단순한 ‘좋아요 개수’나 ‘설문 빈도’만으로는 이 복잡한 관계망을 설명할 수 없다.

연구진은 퍼지 DEMATEL이라는 정량 분석 기법을 통해 각 요소들 간의 ‘인과 관계’를 도출했다.


쉽게 말하면,

“정보량이 많아지면 몰입감도 올라간다”

“사용이 쉬우면 즐거움도 늘어난다”

“반대로, 위험 요소는 다른 요소들을 억제한다”

이런 원인-결과의 방향성과 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총 15명의 전문가(산업계+학계)가 각 항목 간 영향도를 ‘모호한 언어’(예: 매우 낮음, 낮음, 높음 등)로 평가하고, 이를 수학적 TFN(삼각 퍼지 수)로 변환해 계산했다.


결과: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플로우’


분석 결과, 가장 중요한 요소는 플로우(Flow)였다.

다음으로 몰입감(Immersion), 사용 용이성(Ease of Use), 즐거움(Enjoyment)이 뒤를 이었다.

이는 사용자들이 쇼핑 과정이 ‘끊김 없이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게 진행되며’, ‘쉽고 즐거워야’ 만족한다는 뜻이다.


한편, 정보 제공(Informativeness)과 미디어 리치(Media Richness)는 ‘원인 요인’으로 강하게 작용했다.

즉, 이 두 가지가 잘 갖춰지면 나머지 요소들까지 영향을 받는다.


반대로 사회적 영향(Social Influence)은 ‘결과 요인’이었다. 즉, 다른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항목이라는 뜻이다.


실무자와 개발자에게 주는 메시지


연구의 실용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개발자는: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으로 만들고, 몰입형 콘텐츠를 강화하라.

 마케터는: 브랜드의 감성·정체성을 반영한 아바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 제공을 풍부하게 설계하라.

 경영자는: 실시간 피드백과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 ‘불안’을 줄여라.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즐거움'이 독립 요소가 아닌, '몰입'과 '사용성'의 함수처럼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재미있는 경험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잘 설계된 시스템이 그 재미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론도 바뀌어야 한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의 TAM(기술수용모델)이나 HMSAM(휴먼-기술 상호작용 모델)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용하기 쉬우면 → 사용할 것이다” 같은 단방향 모델이었지만, 이 논문은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 더 몰입하게 되고 → 몰입이 다시 사용성을 높인다"는 순환적 구조를 보여준다.


기술 불안(TA) 역시, 예전엔 "불안하니 사용하지 않는다"였지만,

이제는 “플랫폼이 직관적일수록 → 불안이 줄어든다”는 상호작용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즉, '피드백 루프' 기반의 소비자 이론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 "몰입은 설계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보, 디자인, 아바타의 정체성까지 통합된 설계가 사용자 경험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메타버스에서 ‘무엇을 파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체험하게 하는가’다.


당신의 아바타가 쇼핑몰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된다.

그 순간을 설계할 수 있는 브랜드와 플랫폼만이, 이 새로운 경제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출처 논문

Sharma, L., & Kaushik, N. (2025). Shaping Virtual Retail: Identifying Key Influences in Metaverse Shopping with Fuzzy DEMATEL. Journal of Metaverse, 5(1), 5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