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교육, 40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인공지능은 도구 그 이상일 수 있다
“AI가 교육을 바꾼다!”
이 문장은 너무 많이 들은 탓에 이제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AI는 그저 똑똑한 튜터일 뿐일까? 아니면 우리가 학습과 사고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을까?
미국 UC 어바인의 연구진 시나 리스만치안과 샤얀 도루디는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지난 40년간 AI와 교육이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깊이 파헤쳤다. 그리고 이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 AI×Ed를 제안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히 AI가 교육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넘어서, AI가 ‘무엇’을 의미해왔는지를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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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Ed 프레임워크란?
연구팀이 고안한 AI×Ed 프레임워크는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AI와 교육 간의 관계를 4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가로축: AI를 사용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학습자인가, 연구자인가?
세로축: AI의 역할은 무엇인가? 단순한 도구인가, 아니면 인간 지능에 대한 비유인가?
이 두 축이 교차하는 네 개의 사분면은 다음과 같다.
1. 도구로서 AI / 학습자 중심 – 대표적인 예는 지능형 튜터 시스템(ITS), 개인 맞춤형 학습 플랫폼 등이다.
2. 도구로서 AI / 연구자 중심 – 교육 데이터를 분석하는 교육 데이터 마이닝(EDM), 러닝 애널리틱스 같은 분야다.
3. 비유로서 AI / 연구자 중심 – AI를 인간처럼 생각하는 모델로 사용해 인간 학습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예: ACT-R 모델
4. 비유로서 AI / 학습자 중심 – AI를 통해 스스로의 사고방식을 성찰하게 만드는 교육. 과거 로고(Logo)처럼 학생들이 AI를 ‘만들며 배우는’ 방식이 여기에 속한다.
놀랍게도, 과거에는 이 네 가지가 고루 존재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1번과 2번 유형만 남고, 나머지는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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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연구진은 지난 40년간 주요 AI 교육 학술대회와 저널에 실린 논문 245편을 일일이 분석해 AI×Ed 프레임워크 위에 위치시켰다. 분석 대상은 다음과 같다:
AIED 학술대회: 1985, 1993, 2021, 2024년
IJAIED 저널: 2004, 2014, 2021년
이 논문들은 각각의 시대를 반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는 '로고'와 '마이크로월드' 같은 개념이 AI와 교육을 인간 지능과 연결 짓는 실험적 시도들이 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개념은 사라지고, ‘실용적인’ AI 도구 개발이 주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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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주도한 건 누구였나? 무엇이었나?
이 변화의 원인을 단 하나로 정의하긴 어렵다. 하지만 연구진은 몇 가지 단서를 짚는다.
1. 데이터 중심 AI의 부상: 2000년대부터 AI는 룰 기반에서 머신러닝 기반으로 넘어가며, 인간처럼 '생각'하는 시스템보다 '예측'하는 시스템이 중심이 되었다.
2. AI 윤리와 리터러시의 부상: 최근에는 AI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교육, 즉 AI 리터러시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주로 ‘AI를 잘 다루는 방법’에 초점이 있다. 아이들이 AI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은 여전히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
3.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등장: ChatGPT 등 LLM이 등장하면서, 흥미로운 변화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이 모델들은 인간과 비슷한 언어 능력을 보여주며, 다시금 ‘AI와 인간 사고의 유사성’이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2024년 AIED 학회에서는 논문 절반 이상이 LLM을 활용했고, 이 중 일부는 AI를 인간 지능의 ‘거울’로 삼아 학습을 연구하거나, 교육 도구 자체를 '가르칠 수 있는 AI'로 설계하는 시도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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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길
연구진은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단순한 도구로만 쓰이는 AI가 아니라, 교육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유의 파트너'로서 AI의 가능성을 다시 꺼내 든다.
예를 들어, AI 리터러시 수업이 단순히 AI 사용법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AI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AI처럼 배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면, 학생들은 AI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새로운 방식의 학습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머신 티칭(Machine Teaching) 같은 분야는 AI가 학습되는 방식을 연구해 인간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AI가 배우기 쉬운 방식이 인간에게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역설적 통찰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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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AI는 교육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꼭 튜터 앱이나 자동 채점기여야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AI는 인간 지능을 비추는 거울로서, 우리가 학습과 사고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AI를 ‘잘 쓰는 법’을 가르치는 걸 넘어서,
AI로 ‘배우는 나’를 이해하는 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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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Rismanchian, S.; Doroudi, S. The Evolution of Research on AI and Education Across Four Decades: Insights from the AIxEd Framework. International Journal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