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땅값의 진실

 

“이 집, 현실엔 없지만 80억입니다”…

가격은 천정부지, 근거는 ‘감’?

한때 뉴스에 등장했던 화제의 거래, "디지털 땅 한 칸이 수십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 실제로 2022년,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서 800억 원에 달하는 가상의 부동산이 등장했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땅을 사는 걸까?”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이제 그 해답을 데이터와 과학으로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폴란드 AGH 크라쿠프 공대와 브라질 파라이바 연방대, 실레지아 대학 등 국제 연구진이 디센트럴랜드를 중심으로 가상 부동산의 가치와 가격 변동성을 심층 분석한 것. 연구진은 "과연 이 가상 공간의 '땅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에 도전했다.


디센트럴랜드는 어디인가?

디센트럴랜드는 2017년 설립된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LAND'라 불리는 가상 토지를 구매하고, 아바타를 통해 탐험하거나 아이템을 설치하며 활동할 수 있다. 거래는 MANA라는 자체 암호화폐로 이뤄진다.

전체 지도는 약 9만 개의 ‘토지 조각’으로 구성되며, 위치 좌표와 아이템 유무, 거리 등의 속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치가 매겨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의 가상 부동산이 단순한 게임 아이템이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부동산처럼 되팔기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무엇을 했을까?

연구는 디센트럴랜드 내 총 207건의 부동산 거래를 추적하며 시작됐다. 총 103개의 토지 필지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각 필지의 가격, 거래 시점, 주변 환경(도로, 광장, 디스트릭트), 아이템 존재 여부 등을 기록했다.

특히 가격 분석을 위해 연구진은 \\국제 감정평가 기준(IVS)\\에 따라 ‘거리 기반 속성값’을 점수화했다. 예를 들어, 광장과 가까울수록 점수가 높고, 멀수록 낮게 책정된다.

분석 방법은 통계학적으로도 정교하다. 피어슨 상관계수와 켄달 순위 상관계수를 활용해, 어떤 요인이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적으로 도출했다.


“중심에 가까울수록 비싸다”는 가설, 틀렸다

놀랍게도, 일반 부동산 시장과 달리 위치나 아이템 유무가 가격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도로나 광장과의 거리와 가격 간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거나 거의 없었다(상관계수 약 0.02\~0.20 수준). 심지어 토지에 건물(ITEM)이 설치되어 있어도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텔레포트 기능 때문이다. 사용자는 클릭 몇 번으로 언제든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이라는 개념이 무의미해진다. 물리적 거리의 개념이 사라진 가상세계에서는, 부동산 가격도 다른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진짜 가격을 결정짓는 건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

그렇다면 가격을 좌우하는 진짜 요인은 무엇일까? 연구 결과는 암호화폐 MANA의 환율과 시간이었다.

 * 플랫폼 출시 전(2020년 이전): 가상 화폐 MANA 가격과 부동산 가격이 매우 강한 정적 상관관계 (0.73)

 * 플랫폼 출시 이후: MANA 자체보다는 MANA-USD 환율이 부동산 가격과 더 높은 상관관계 (0.88)

 시간 경과와의 관계도 확연히 드러났다. (상관계수 0.59 → 0.72로 상승)

즉, 이 시장의 핵심은 플랫폼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성이다. MANA의 가치가 올라가면 토지도 비싸지고, 반대로 떨어지면 가격도 하락한다. 전통적 시장에서의 ‘입지’, ‘인프라’ 같은 요소보다 훨씬 ‘투기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이라고 보기 어려운 가상 자산

흥미로운 결론은 이것이다. 연구진은 디센트럴랜드의 토지를 부동산 감정 평가 기준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비교방식(Comparative): 적용 불가

* 수익방식(Income): 자체 수익이 없기 때문에 불가

* 원가방식(Cost): 디지털 자산은 마모되지 않으므로 불가

그 결과, 가상 부동산은 부동산보다 금융 자산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식처럼 시장의 기대와 환율에 따라 움직이며, 가치는 추상적이다.


그럼에도 ‘가치’는 존재한다

이 연구는 단순히 “가상 부동산은 비합리적이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토지를 개발하여 전시회, 광고, 브랜드 경험, 아바타 서비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가치 기반의 자산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패션 브랜드(예: 나이키, 아디다스)가 가상 매장을 열거나, 유명 NFT 아트가 거래되는 것처럼, ‘접근성’이 아닌 ‘콘텐츠 경험’이 핵심 가치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결론: 메타버스 땅값, “마음 먹기에 달렸다”

전통 부동산은 입지와 실용성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 반면, 메타버스 부동산은 사람들의 기대와 감정, 그리고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이건 다소 위험할 수 있다. 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기회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이 세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메타버스 #가상부동산 #디센트럴랜드 #암호화폐 #MANA

출처 논문

Narowski, D., Santos, C. A. G., Borowski, L., Apollo, M., & Maciuk, K. (2025). Valuation and volatility of virtual properties in Metaverse: Exploring new market opportunities and speculative dynamics based on Decentraland. Journal of Metaverse, 5(1), 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