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밝혀낸 식탁의 진실, ‘이 꿀, 진짜 맞나요?’
AI로 식품의 진위를 판별한다 |
언젠가 마트에서 사 온 꿀이 유독 달기만 하고 향이 없다고 느껴본 적 있는가? 아니면 비싸게 산 올리브오일이 과연 정품인지 의심스러웠던 적은? 식탁 위의 이 ‘의심’에 인공지능(AI)이 메스를 들이댔다.
루마니아 국립동위원소기술연구소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AI가 식품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데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총정리했다. 단순히 ‘딥러닝도 요즘 많이 쓰더라’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식품별로 어떤 방식의 데이터에 어떤 AI 모델을 적용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자, 이제부터 AI가 어떻게 식탁 위의 진실을 밝혀내는지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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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의 진실을 가리는 싸움, AI가 나섰다
음식은 자연물이기에 원재료의 성분이나 맛, 향은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이 틈을 노려 ‘조금만’ 속이거나 ‘살짝만’ 바꾸는 식품 사기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값비싼 아카시아꿀에 값싼 잡화꿀을 섞는다든가, 올리브오일에 해바라기유를 타서 파는 식이다.
이런 미묘한 조작을 잡아내기 위해 지금까지는 주로 화학 분석법과 통계 처리가 활용됐다. 하지만 데이터가 방대하고 복잡해지면서 사람 손으로 일일이 분석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AI다.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규칙을 스스로 찾아내는 AI 모델들은 기존 통계기법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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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오일, 우유… AI가 식품을 검사하는 방식
연구진은 AI가 주로 다음 세 가지 목적에 사용된다고 정리했다.
1. 식품의 분류: 원산지나 생산 연도, 동식물의 종류 등을 구별
2. 식품의 위조 탐지: 값싼 원료나 다른 종류의 원료가 섞인 경우 포착
3. 이미지를 활용한 빠른 판별 도구 개발: 눈에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식품을 구분하거나 위조를 잡아냄
예를 들어 꿀을 생각해보자. 꿀은 종류도 다양하고 원산지에 따라 성분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연구진은 꿀의 동위원소 조성, 미량 원소, 적외선·라만 스펙트럼 등의 데이터를 AI에 입력해 분석한 여러 연구들을 정리했다. 이때는 랜덤 포레스트, SVM, 인공신경망(ANN) 같은 알고리즘이 자주 쓰인다. 특히 라만 분광 데이터에 CNN을 적용해 97% 정확도로 꿀에 섞인 물엿을 잡아낸 사례도 있었다!
오일은 어떨까? 올리브오일처럼 고가의 오일은 해바라기유나 포마스 오일(찌꺼기 기름)과 섞여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NMR,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데이터에 AI를 적용해 95% 이상의 정확도로 혼합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우유와 치즈처럼 복잡한 가공 식품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치즈가 어느 지역에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우유를 썼는지 등은 원소 분석과 스펙트럼 데이터를 통해 AI로 구분이 가능하다. 심지어 치즈 숙성도를 사진만으로 판단하는 AI 모델도 등장했다. 디지털 사진을 CNN에 학습시킨 뒤 치즈의 색상과 질감으로 숙성 단계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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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눈은 이미지도 본다
가장 주목할 만한 흐름은 ‘이미지를 통한 위조 판별’이다. AI는 숫자 데이터만 분석하는 게 아니다. 적외선 카메라나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AI에게는 귀중한 데이터다.
한 연구에서는 열화상 이미지를 기반으로, 꿀에 쌀 시럽이 1%만 섞여도 95% 정확도로 탐지하는 CNN 모델을 만들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현미경으로 찍은 오일 방울의 확산 이미지를 CNN에 학습시켜, 2.5% 수준의 혼합 여부도 구분해냈다.
놀라운 건 이런 방식이 전문가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찍고 AI가 자동 판별하는 모바일 앱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미지 기반 AI는 누구나, 어디서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식품 검사 도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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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AI의 잠재력은 분명하다
물론 AI가 만능은 아니다. 특히 훈련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데이터가 너무 복잡할 경우엔 과적합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논문은 분명하게 말한다. “AI는 통계 방법보다 더 낫다기보다는, 적어도 동일한 정확도로 더 빠르고 쉬운 분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미지 기반 AI 분석은 기존의 고비용 장비나 복잡한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망하다.
이제는 식품 검사를 위해 실험실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 AI가 있다면, 당신의 스마트폰이 실험실이 될 수 있다. 꿀 한 스푼, 올리브오일 한 방울에서도 진실을 말하게 만드는 AI. 앞으로의 식탁은 더욱 정직해질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아마 AI가 들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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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Magdas, D.A.; Hategan, A.R.; David, M.; Berghian-Grosan, C. The Journey of Artificial Intelligence in Food Authentication: From Label Attribute to Fraud Detection. *Foods* 2025, 14,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