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찾아내는 '숨은 심장병 위험군'


                                 AI가 당신의 심장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의사도 몰랐던 패턴을 인공지능이 본다


심장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가 바로 심혈관 질환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병이 ‘갑자기’ 나타난다는 데 있다. 전조도 없고, 눈에 띄는 징후도 없다. 그래서 더 무섭다. 하지만,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AI가 당신의 심장 상태를 조용히 들여다보고 있다면?”


놀랍게도, 실제로 그런 연구가 있었다. 멕시코 CICESE 연구소와 보고타의 병원, 대학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논문은 기존의 병원 검사나 의사 판단이 포착하지 못했던 ‘심장병 위험군’을 인공지능이 찾아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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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봐도 건강해 보였던 사람, 사실은 고위험군?


이 연구는 기존의 ‘심장병이 있는지 없는지’라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1,319명의 실제 병원 데이터를 토대로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그룹별로 나누는 것’에 집중했다.


사용된 데이터는 나이, 성별, 혈압, 혈당, 그리고 혈액 속 심장 손상 지표인 트로포닌과 KCM 수치 같은 아주 기본적인 검사 결과였다. 그런데 이 숫자들의 패턴을 AI가 분석하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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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딱 두 그룹으로 나눴다


AI가 찾아낸 환자 군은 두 그룹. 이 가운데 ‘그룹 2’가 문제였다. 이 그룹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 트로포닌 평균 0.4761 ng/mL (심장 손상 지표)

* KCM 평균 18.65 ng/mL (심근효소 수치)

* 혈당 평균 150 mg/dL

* 구성원의 97%가 남성


반면, ‘그룹 1’은 평균 연령은 더 높았지만 위 수치들은 모두 낮았다. 흥미로운 건, 두 그룹 간 혈압 수치는 거의 같았다는 점이다. 즉, 기존의 심장병 위험 판단 기준인 고혈압만으로는 이 그룹을 걸러낼 수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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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A는 못 봤지만 UMAP은 봤다


이 연구가 주목한 또 다른 핵심은 ‘차원 축소 기법’이다. 쉽게 말해, 수많은 의료 데이터를 2차원 평면으로 시각화해 그룹을 나누는 방식인데, 여기서 기존 방식(PCA)은 제대로 된 그룹을 나누지 못했다.


그래서 연구진은 UMAP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방식은 데이터 간의 복잡한 비선형 관계를 잘 드러내주는 기술로, 실제로 UMAP을 통해 두 그룹이 ‘확연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 시각적으로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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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병은 없는데 위험합니다”


놀라운 건 이 AI가 찾아낸 그룹이 단순히 ‘과거 심장병 이력이 있는 사람’만을 모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그룹 2에는 과거에 심장병 진단을 받지 않은 ‘정상’ 환자도 많았다. 그런데 이들 역시 트로포닌, KCM, 혈당 수치가 높았고, 이 지표만 보면 실제 심장병 환자와 유사했다.


즉, AI는 단지 과거 기록이 아닌 ‘현재의 수치’만으로 미래 위험을 예측해낸 셈이다. 말하자면, 의사도 몰랐던 숨은 고위험군을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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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정확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AI가 정확히 예측한 게 60%뿐이라면 실패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말한다. 이 AI는 병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숨겨진 ‘위험군’을 분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실제로, 그룹 2에 속한 사람들 중 586명은 과거 심장병 진단을 받은 이력이 있었지만, 308명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같은 위험 패턴을 보였다. 즉, 이 기술은 ‘예측’이 아니라 ‘발견’의 도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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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게 중요할까?


우리는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판단은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라는 기준일 때가 많다. 하지만 실제 심장병은 증상이 없거나,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지금 상태에서 위험군에 가까운지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 AI는 바로 그걸 해낸다.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수치의 조합만으로 “이 사람, 가까운 미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라고 경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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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밀의학으로 가는 진짜 첫걸음


이 기술이 정식으로 병원에 도입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심장병 위험을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룹 2에 속한 사람은 SGLT2 억제제 같은 약물을 미리 투여해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정기적으로 트로포닌 수치를 모니터링해 응급상황을 막을 수도 있다.


AI가 진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판단을 한 발 앞서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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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숫자 뒤에 숨은 진실, AI가 본다


이 연구는 결국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수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걸 제대로 읽지 못할 뿐이다.


인공지능은 복잡하고 미묘한 수치들의 조합 속에서 숨겨진 위험 신호를 포착해낸다. 이 기술이 널리 퍼진다면, 심장병은 ‘갑작스러운 병’이 아니라, ‘미리 막을 수 있는 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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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Gonzalez-Franco, J.D.; Galaviz-Mosqueda, A.; Villarreal-Reyes, S.; et al.

Revolutionizing Cardiac Risk Assessment: AI-Powered Patient Segmentation Using Advanced Machine Learning Techniques.

*Mach. Learn. Knowl. Extr.* 2025, 7,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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