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표, 'Apokedro'가 DAO의 중심을 겨눈다
Apokedro 지표 시각화– 중앙 자물쇠는 블록체인 보안과 핵심 노드를, 주변 인물 아이콘은 DAO 참여자들의 분산된 연결을 상징한다. Apokedro는 이 구조에서 중앙화될 위험성과 합의 확률까지 계산해, 진정한 ‘탈중앙성’을 측정한다. |
"진짜 분산형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탈중앙화’. 블록체인 업계에서 이보다 더 많이 들리는 단어가 있을까? 하지만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진짜 탈중앙화는 도대체 어떻게 측정하지?”
암호화폐와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의 세계에서 탈중앙화는 신뢰와 보안의 근간이다. 누군가가 권력을 독점하지 않도록, 모두가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이 개념의 핵심이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사용하던 수치들은 이 복잡한 현상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Apokedro 지표다. 이름도 생소한 이 새로운 수치는, DAO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진짜 분산성’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번 논문은 이 Apokedro 지표가 기존 지표들과 어떻게 다르며,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지를 낱낱이 분석하고 있다.
---
DAO의 ‘탈중앙’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DAO는 탈중앙화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누구든 참여하고, 누구나 투표할 수 있으며, 모든 결정은 집단의 합의로 이뤄진다. 이상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투표권이 소수에게 몰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DAO의 재무를 독점하거나, 불공정한 제안을 강행하거나, 심지어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키는 공격도 가능하다. 실제로 2016년 유명한 DAO 해킹 사건은 단 몇 명의 권력 집중이 어떻게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해커는 이 구조를 이용해 약 5,000만 달러를 빼돌렸고, 결국 이더리움은 분리되어 현재의 Ethereum과 Ethereum Classic으로 나뉘게 됐다.
그렇다면 이런 권력 집중을 어떻게 감지하고 예방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측정의 문제'가 등장한다.
---
기존 지표들의 한계
기존에도 여러 가지 지표가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은 지니계수, 나카모토 계수, **HHI(헤르핀달-허쉬만 지수), 그리고 샤논 엔트로피다.
* 지니계수는 자산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로, 균등할수록 0에 가까워진다.
* 나카모토 계수는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데 필요한 최소 참여자 수를 나타낸다.
* HHI는 시장 점유율을 제곱해서 합산하는 방식으로 집중도를 본다.
* 샤논 엔트로피는 정보의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다양성을 측정한다.
이 지표들은 각각 유용하지만, 분산 시스템의 복잡성과 인간 행동의 다양성을 모두 포착하기에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단순히 ‘토큰이 몇 명에게 나뉘었는가’만 본다면, 실제로 그들이 동시에 움직일 가능성은 무시된 채로 계산될 수밖에 없다.
---
등장! Apokedro 지표
Apokedro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단순히 누가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가졌는지를 넘어서, “여러 노드(참여자)가 동시에 협력해서 중앙화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를 수치화한다.
이 지표는 게임이론의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을 활용해, 각 참여자들이 전략적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고려한다. 예를 들어, 3명이 모여서 투표권의 51%를 확보했다고 해도, 이들이 모두 동시에 악의적 행동에 동의해야 실제로 공격이 가능하다. Apokedro는 이런 ‘합의 가능성’까지 반영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지표는 모든 가능한 조합을 고려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하지만, 그만큼 계산량이 엄청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프루닝 기법(불필요한 조합을 제거하는 방식)과 히스토그램 기반 근사치 계산법을 활용해 현실적인 계산을 가능하게 했다.
---
실험으로 입증된 성능
연구진은 다양한 분포(정규분포, 균등분포, 지수분포 등)와 샘플 크기를 활용해 Apokedro와 기존 지표들을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Apokedro는 특히 ‘균등하게 분산된 시스템’을 가장 정확히 탈중앙화된 상태로 인식했고, 반대로 ‘소수에게 집중된 분포’를 가장 민감하게 포착했다.
놀라운 점은 샘플 크기에 대한 반응이다. 기존 지표들은 샘플 크기가 커질수록 결과가 왜곡되거나 덜 민감해졌지만, Apokedro는 크기 변화에도 꾸준히 일관된 민감도를 보여줬다. 이건 실제 DAO처럼 수천, 수만 명이 참여하는 시스템에선 아주 중요한 차이다.
---
계산은 어렵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
물론 단점도 있다. 계산량이 많고, 내시 균형 기반의 합의 확률 모델이 단순화된 점은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지표의 장점은 단순히 수치를 뽑는 데 있지 않다.
Apokedro는 향후 실제 투표 패턴, 유저간 상호작용, 커뮤니티 동향 등 현실적인 요소까지 확장 가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블록체인의 철학적 핵심이자, 기술적 과제였던 탈중앙화를 보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게 만든 첫 시도라 할 수 있다.
---
앞으로의 DAO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단순한 화폐를 넘어서, 기업 운영과 정책 결정, 커뮤니티의 조직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탈중앙화’가 있다. 하지만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하고, 감시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그 개념은 결국 ‘이상’에 불과하다.
Apokedro는 그런 탈중앙화의 이상을 현실로 끌어내리는 강력한 무기다.
앞으로 DAO를 설계하거나, 운영하거나, 감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지표는 분명히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
키워드:
#탈중앙화 #DAO #Apokedro지표 #블록체인거버넌스 #내시균형
---
출처 논문
Papangelou, S.; Christodoulou, K.; Inglezakis, A. *Apokedro: A Decentralization Index for Daos and Beyond*. Blockchains 2025,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