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사고하는 똑똑한 인공지능을 위한 새로운 길, 뉴로심볼릭
작고 똑똑한 인공지능 뉴로심볼릭 |
거대 모델 시대, 이대로 괜찮을까?
AI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대형 모델, 수백만 달러의 학습 비용, 어마어마한 전기 사용량…. 구글의 최신 모델인 Gemini Ultra는 무려 1조 개가 넘는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기술의 행보에 “이게 과연 옳은 방향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연구진이 있다.
그들이 제시한 해답은 의외로 ‘작고 똑똑한’ 인공지능이다. 이름하여 뉴로심볼릭 AI(Neurosymbolic AI). 이 접근법은 인간처럼 적은 데이터로도 똑똑하게 학습하고, 계산도 훨씬 적게 든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AI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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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AI의 불편한 진실
요즘 AI의 발전은 한 가지 법칙을 따르고 있다. 스케일링 법칙, 즉 모델을 더 크게 만들면 성능이 더 좋아진다는 믿음이다. 이 법칙 덕분에 우리가 대화하는 챗봇, 이미지 생성 AI, 자동 번역 시스템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가는 크다. 예를 들어, GPT-3를 학습하는 데는 1.2기가와트시의 전력이 들었는데, 이는 인간이 18년 동안 뇌를 쓰며 소비하는 전력(3메가와트시)의 400배가 넘는다. 대형 AI는 환경에 부담을 주고, 수백억 원이 드는 학습비용은 소수의 기술 대기업만이 감당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 기술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투명성도 떨어진다. 사람들이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운 폐쇄형 모델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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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AI, 하지만 ‘생각하는’ AI
연구진은 이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단순히 모델을 키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이 제시한 대안이 바로 뉴로심볼릭 AI다. 이름이 생소할 수 있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데이터 기반 학습(뉴럴 네트워크)과 인간이 가진 지식(심볼릭 지식)을 결합하자.”
이 방식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닮아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을 배울 때 처음엔 교통법규나 차량 조작 같은 ‘규칙’을 배우고, 점점 감각적으로 익혀 나간다. 마찬가지로, 뉴로심볼릭 AI는 명시적인 지식(예: 수학 공식, 물리 법칙, 교통 규칙)을 AI의 내부 구조에 직접 반영함으로써, 적은 데이터로도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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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심볼릭 AI, 어떻게 작동할까?
이 AI는 두 가지 방향으로 작동한다.
1. 심볼 → 뉴런: 인간이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이나 논리 규칙을 AI에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차량 움직임을 예측하는 AI에 물리 법칙을 넣으면, 훈련 데이터가 거의 없어도 높은 정확도를 낸다.
2. 뉴런 → 심볼: 반대로, AI가 학습한 결과에서 논리적인 규칙을 추출한다. 이를 통해 모델을 더 작고 효율적으로 압축할 수 있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학습한 AI는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가 없어도, 심지어 1% 수준의 데이터만으로도 기존 모델보다 더 똑똑한 성능을 낼 수 있었다. 심지어, GPT-3보다 100배나 작은 모델이 상식 추론 능력에서는 오히려 앞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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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심볼’이 중요한가?
우리는 종종 AI가 마치 사람처럼 생각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AI가 통계를 기반으로 학습된 패턴만을 흉내 낸다. 그래서 문제의 맥락이 바뀌면, 금세 엉뚱한 대답을 한다.
심볼은 다르다. 인간이 오랜 세월 쌓아온 지식과 규칙을 담고 있기 때문에, 설명 가능성, 일반화, 상황 적응력이 탁월하다. 뉴로심볼릭 AI는 이 심볼을 가이드라인 삼아 학습을 돕는 보조 바퀴처럼 활용한다.
예를 들어, 운전을 처음 배울 때 "노란불은 조심"이라는 규칙은 우리 행동을 이끌어주는 중요한 기준이다. 뉴로심볼릭 AI는 이런 규칙을 모델에 적용함으로써,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실수를 줄이고, 빠르게 적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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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AI’의 시대를 향해
AI는 이제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규모만을 키워갈 것인가, 아니면 작고 똑똑하며 신뢰 가능한 AI를 만들 것인가.
연구팀은 후자를 지지한다. 뉴로심볼릭 AI는 기존 대형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인간과 유사한 ‘합리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만든다. 환경에도 부담이 적고, 중소 연구기관이나 스타트업도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대형 모델과 심볼 기반 AI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연구진은 이 둘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데이터 기반 학습 + 규칙 기반 사고”의 조화가 진정한 AI의 미래라는 것이다.
출처 논문
Velasquez, A., Bhatt, N., Topcu, U., Wang, Z., Sycara, K., Stepputtis, S., Neema, S., & Vallabha, G. (2025). Neurosymbolic AI as an antithesis to scaling laws. *PNAS Nexus*,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