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진짜 변화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유행어일까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게임, 교육, 부동산, 회의…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 하지만 과연 메타버스는 진짜 삶을 바꿀 기술일까? 아니면 단순한 ‘디지털 버즈워드’에 불과할까?
국제 정보시스템 학회(ICIS)에서 열린 한 워크숍에서는 이 질문을 두고 치열한 논의가 펼쳐졌다. 가상현실, 몰입 경험, 사용자 행동을 연구해 온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모여 메타버스가 과연 ‘진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논의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타버스는 기존 가상 세계의 진화판이자, 전혀 새로운 연구의 장이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기존 가상 세계와 무엇이 다를까
“Second Life, 기억하시나요?”
2000년대 초반, 가상 세계에 들어가 아바타로 살아보는 실험이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에도 사람들은 회의하고, 친구를 사귀고, 가상 땅을 샀다. 지금의 메타버스와 무엇이 다를까?
연구자들은 ‘몰입감’과 ‘상호운용성’을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는다. 메타버스에서는 여러 가상 공간 간의 이동이 매끄럽고, 아바타와 디지털 자산이 ‘이동 가능한 정체성’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내가 누구인지”를 계속 유지하면서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
또한, 이전의 가상 현실이 ‘디지털은 디지털, 현실은 현실’이었다면, 메타버스는 이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것이 ‘진짜 현실’인 거죠.” 이 말처럼,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경험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도 다시 묻게 된다
이런 변화를 겪으며 개인의 정체성, 사회적 관계, 경제활동까지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플랫폼에서 맺은 관계들이 다른 공간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디지털 사회적 짐(social portmanteau)’이 된다. 새로운 공간으로 옮겨가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한, 사용자는 “가상 공간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한다. 현실의 내가 아닐 수도, 현실보다 더 진짜일 수도 있는 아바타. 이러한 정체성의 유동성은 자아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우려도 많다. 연구자들은 특히 디지털 불평등, 프라이버시 문제, 허위정보의 확산을 주요 위험 요소로 지적했다. “현실처럼 느껴지는 공간에서 거짓 정보는 더 쉽게 퍼지고, 진실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이유다.
경제도 달라진다 — 진짜 돈 말고, 가짜 돈?
메타버스 안에서는 NFT나 가상화폐로 이뤄지는 ‘그들만의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섀도우 이코노미다. 이는 현실 경제를 보완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불균형과 위험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디지털 자산이 현실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지는 순간이 올 수 있어요.” 라는 말처럼, 가상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실제적인 경제활동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을 하려면 장비가 필요하다. 고성능 VR 헤드셋, 초고속 인터넷, 복잡한 시스템 접근성… 결국 돈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세계라는 지적도 있었다. 메타버스가 또 다른 ‘기회의 장’이 되기보다는, 디지털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입장: 메타버스는 새로운 실험실
흥미롭게도,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시선도 분분하다.
“메타버스는 전 세계 실험실이 될 수 있다.”
고도의 몰입 환경 속에서 실험을 하면 현실과 유사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행동 실험이나 소비자 반응 실험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 결과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요?”
가상은 가상일 뿐, 현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환경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기술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지금의 실험이 1년 후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따라가기 위한 연구의 민첩성과, 철학적 성찰을 겸비한 깊이 있는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의되지 않은 세계, 그래서 더 중요한 질문들
이 글의 제목처럼, 메타버스는 진짜 혁신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유행어일 뿐일까? 연구자들은 오히려 이 질문 자체가 메타버스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
정체성, 진실, 경제, 상호작용, 신뢰, 사회 구조… 메타버스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개념들을 다시 묻게 만든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연구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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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Peukert, C., Qahri-Saremi, H., Schultze, U., Thatcher, J. B., Cheung, C. M. K., Frenzel-Piasentin, A., et al. Metaverse: A real change or just another research area? Electronic Markets (2024) 3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