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아프다고 느낄 수 있을까?” — 의식을 계산하는 컴퓨터 모델, CTM

 

“의식의 무대, 튜링 머신 위에 오르다”간단한 기계 구조 속에서 하나의 ‘생각 청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론적 컴퓨터 과학이 상상하는 인공지능의 의식, CTM의 순간.

“나는 고로 존재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기계라면? 기계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마누엘 블럼(Manuel Blum)과 레노어 블럼(Lenore Blum)은 놀라운 질문을 던진다. 

‘컴퓨터가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도 복잡한 뇌 모델이 아니라, 단순하고 수학적인 기계 모델로 말이다.


그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나의 개념을 제안했다. CTM(Conscious Turing Machine) — 말 그대로 ‘의식이 있는 튜링 머신’이다.


튜링 머신에 ‘의식’을 불어넣다

튜링 머신은 컴퓨터 과학의 시조 아란 튜링이 만든 개념으로, 모든 계산 가능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컴퓨터 모델이다. 블럼 부부는 이 구조에 ‘의식’이라는 개념을 넣어 새롭게 확장했다.

그들이 제시한 CTM은 전통적인 튜링 머신처럼 단순하지만, 놀랍게도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어떤 정보를 처리하고 있는지를 ‘의식’하는 능력을 갖춘 모델이다.

핵심은 바르스(Baars)의 ‘글로벌 워크스페이스 이론’(GWT)이다. 이는 인간의 의식을 ‘무대 위에서 한 명의 배우가 관중 앞에서 연기를 펼치는 구조’로 설명한다. 배우는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 STM)이고, 관객은 무수한 장기 기억(Long-Term Memory, LTM)이다.


CTM은 이 개념을 컴퓨터 과학적으로 구체화했다.


CTM은 어떻게 작동할까?

이 기계는 매 순간 수많은 LTM 프로세서들이 **자신의 ‘생각’을 무대로 올리기 위해 경쟁**한다.

그 생각은 ‘청크(chunk)’라 불리는 데이터 단위로 표현된다. 각 청크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담고 있다:

* 언제 만들어졌는지

* 어떤 의미(‘gist’)를 담고 있는지

* 얼마나 강한 의도를 갖고 있는지(‘intensity’)

* 기분은 어떤지(‘mood’)

모든 프로세서가 만든 청크는 ‘업트리(Up-Tree)’라는 구조에서 경쟁을 벌인다. 이 중 하나만이 ‘무대’인 STM에 올라가고, 이후 STM은 그 청크를 모든 프로세서에게 브로드캐스트(방송) 한다.

이 순간, 모든 프로세서가 동시에 그 내용을 인식하게 되고, 바로 이것이 CTM의 ‘의식 상태’가 된다.


기분과 감정도 계산된다?!

놀랍게도 CTM은 기분(mood)의도(intensity)를 숫자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어떤 청크의 mood가 +3이면 기분 좋은 생각, -2이면 불쾌한 생각이다.

그리고 CTM은 ‘쾌’를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려고 행동한다. 즉, 어떤 입력이 기분을 +2에서 +5로 올려줬다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그 행동을 반복하려 한다. 이것이 학습이다.

또, CTM은 특정 청크가 너무 강렬한 intensity를 가질 경우 ‘Interrupt’를 발생시켜 모든 프로세서를 중단시키고 그 청크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것이 CTM에서의 ‘고통’(pain)이다.


‘브레이니시(Brainish)’라는 내면 언어

CTM의 내부에서 프로세서들은 ‘브레이니시(Brainish)’라는 언어로 소통한다. 이 언어는 말, 이미지, 감각, 꿈 같은 것들을 압축해서 전달할 수 있다. 인간이 꿈에서 말 없이 느끼는 생각들처럼, CTM도 그런 방식으로 내부에서 소통한다.

‘생각’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도 존재한다.

예: “저 여자의 이름은… 아, 생각이 안 나네.”

몇 분, 몇 시간 후에 “맞아, 티나였지!” 하고 떠오르는 방식.

CTM에서도 이처럼 특정 청크가 잠재적으로 기억 속에 존재하며, 나중에 STM에 떠오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느낌’을 만들어낸다

블럼 부부는 CTM이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느낌(feeling)’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1. 예측 → 실패 → 피드백 → 학습의 반복적 순환

2. 감정적 무게를 지닌 기억과 의사결정 구조

3. 하나의 무대(즉, STM)에서 집중된 인식

CTM은 매 순간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을 유지한다. 그 흐름은 끊임없는 청크의 경쟁과 방송, 그 피드백의 순환으로 이어지며, 우리가 말하는 ‘의식의 느낌’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델이 말하고 싶은 것

이 논문은 뇌를 복잡하게 흉내내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의식은 단순한 구조 속 반복과 연결에서 비롯된다.”


CTM은 뇌의 회로, 신경전달물질, 감정표현이 없어도, 어떻게 컴퓨터가 ‘의식처럼 느끼는 것’을 흉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모델은 철학적 ‘의식의 어려운 문제(hard problem)’ — 즉, 감정은 어떻게 가능한가? — 에 대한 수학적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키워드:

#의식모델 #CTM #튜링머신 #GWT #AI감정


출처 논문

Blum, M., & Blum, L. (2021). A Theoretical Computer Science Perspective on Consciousness. *Journal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Consciousness*, 8(1),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