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로 공부하는 시대?” 메타버스 속 학생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가상 교실 속에서 아바타와 대화하는 학생. 메타버스 교육 환경의 몰입과 표현의 자유를 상징적으로 담았다. |
“교복 대신 후드티를 입고, 말 대신 표정을 주고받는 교실. 여기는 메타버스 수업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학교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 오늘 소개할 연구는 바로 이 가상 교실 속 학생들의 ‘디지털 얼굴’, 즉 아바타에 주목했다.
왜 아바타인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새로운 공간이 교육계에도 스며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3D 그래픽 놀이터가 아니다. 학생들은 아바타라는 디지털 자아를 통해 이 공간에 입장하고, 수업을 듣고, 토론하며 때로는 친구도 사귄다.
그렇다면 이 ‘아바타’는 단순히 예쁜 캐릭터일까? 아니면 학습과 몰입, 참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진짜 중요한 요소일까?
20명의 목소리로 들여다본 디지털 교실
한국 우송대학교의 연구자들은 10명의 남성과 10명의 여성, 총 20명의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인공지능, 경영, K-팝 아트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에게 아바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상교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고 싶은지 물었다.
흥미롭게도 모든 참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아바타 요소는 성별과 얼굴이었다. “아바타는 나를 닮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일부는 현실의 자신을 복제하려 했고, 또 다른 일부는 “현실에선 못하는 스타일을 실험하고 싶다”며 자유로운 표현의 장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한 학생은 “히잡을 쓰는 것이 내 정체성이라, 아바타에도 꼭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은 “날씬한 몸매로 만들고 싶다. 이상적인 내 모습이니까”라고 했다. 누군가는 스스로를 ‘너드 스타일’로 꾸미기도 했다. 그야말로 아바타는 디지털 거울이자 실험실인 셈이다.
아바타가 공부에 영향을 미칠까?
질문은 자연스럽게 여기로 이어졌다. “아바타가 학습 효과에 영향을 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의견 반반’이었다. “더 몰입되고 재미있어진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겉모습보다는 수업 내용이 중요하지”라는 신중한 입장도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내성적인 학생들이 아바타를 통해 오히려 수업에 더 참여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익명성과 가상성 덕분에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또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향상에 대한 기대도 컸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실험처럼 개념을 시각화하면 이해가 쉬워지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어 흥미와 참여도가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다 좋지만... 문제는 없을까?
물론 모든 것이 긍정적인 건 아니다. 연구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우려도 털어놨다.
* 프라이버시와 보안: “내 데이터가 어디로 가는지 불안하다.”
* 기기 접근성: “VR 장비가 없으면 못 들어간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 신체적/정신적 피로: “가상 공간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 현실 수업이 더 집중된다.”
* 윤리적 가이드라인 부족: “너무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면 수업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
실제로 ‘흡혈귀 아바타’, ‘말풍선 대신 욕설 이모티콘’을 상상해보면 그 우려가 이해가 간다. 그래서 다수의 참가자들은 “자유는 주되, 어느 정도 규칙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 교수님 아바타는?
흥미롭게도 교수 아바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결론?
“학생이든 교수든, 너무 튀지 않게. 상황에 맞게.”
교수님이 거대한 로봇이나 만화 캐릭터처럼 등장하면 수업 집중이 힘들다는 이유였다.
미래의 교실은 아바타가 지배할까?
이 연구에 참여한 20명 중 무려 16명은 “지금이라도 메타버스 수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신기해서, 재밌어서, 혹은 새로운 방식이니까.
반면 4명은 망설였다. 집중이 어렵다, 종교적 이유로 내 얼굴을 만드는 건 불편하다, 익숙한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 수업이 전통적인 교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혁신이라기보다는 진화’라는 의견이 많았다. 즉, ‘완전 대체’보다는 ‘보완재’로서의 가능성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아바타는 거울이자 실험실이다
이 연구는 아바타를 단순한 디지털 캐릭터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정체성, 표현, 몰입, 학습 효과 등 다양한 요소와 맞닿아 있는 ‘디지털 자아’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자세로 가상 교실에 들어가는가에 따라 그 수업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표현하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를 묻는 문화적 질문이기도 하다.
자,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아바타로 수업에 들어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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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Singh Dhillon, P.K., & Tinmaz, H. (2024). *Academic Augmentation: Analyzing Avatar Design in Educational Metaverse*. Journal of Metaverse, 4(1), 5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