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함께 일하는 시대, 'ARTHUR'가 열어간다
증강현실로 로봇과 호흡을 맞추다 — ARTHUR가 보여주는 스마트 협업의 미래 |
증강현실로 설계하는 협업의 미래
조립 현장에 투입된 로봇. 말없이 움직이지만 사람과의 호흡은 어딘가 어색하다. "저 로봇이 뭘 하려는 거지?"라는 의문은 현장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만약, 로봇의 다음 행동이 내 눈앞에 홀로그램으로 보이고, 내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협업이 더 매끄러워진다면 어떨까?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도구가 등장했다. 이름은 ARTHUR. 영화 속 인공지능 비서 같은 이름이지만, 실상은 현실적이고도 유용한 증강현실 기반 저작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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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ARTHUR'가 필요한가?
로봇과 사람이 협업하는 제조 환경은 분명 매력적이다. 반복 작업을 로봇이 맡고, 사람은 복잡하고 유연한 작업을 처리한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현장에서 로봇과 사람은 ‘함께 일한다’기보다는, 따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로봇을 고치거나, 다음 작업을 위해 기다리는 식이다.
연구진은 여기에 주목했다. "진짜 협업이 되려면, 사람이 로봇의 의도를 이해하고, 필요할 땐 개입하고, 함께 조율해야 한다." 그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증강현실(AR)이다.
AR은 로봇의 현재 상태, 다음 동작, 위험 구역, 작업 단계 등을 시각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AR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개발자 중심이라는 점.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ARTHU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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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의 핵심: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ARTHUR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데스크탑, 태블릿, AR 헤드셋을 모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누구나 쉽게 AR 기반 협업 환경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전체 저작 과정은 세 단계로 나뉜다:
1. 구성 단계:
PC에서 기존 CAD 데이터, 작업 절차 등을 불러와 기본 세팅을 한다. 물리적 로봇, 작업자, 도구를 정의하고, 작업 단계를 연결한다.
2. 정밀 조정 단계 (In-situ 저작):
태블릿과 HoloLens 같은 AR 헤드셋을 통해 실제 환경에서 시각화 요소를 조정한다. 3D 객체를 눈앞에서 직접 배치하거나 조정할 수 있어 직관적이다.
3. 운용 단계:
완성된 시스템을 현장에서 바로 테스트하고 실행한다. 만약 작업 중 변경이 필요하다면, 태블릿이나 PC로 실시간 조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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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ARTHUR는 기본적으로 3가지 디자인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피드백 (Feedback):
로봇 경로, 작업 단계, 경고 알림, 도구 위치 등을 시각화한다. 예: 로봇의 이동 경로가 바닥에 선으로 표시된다거나, 사용해야 할 도구에 하이라이트가 뜨는 식이다.
행동 (Actions):
사용자가 로봇을 정지시키거나 작업 완료를 표시하는 등, 시스템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버튼을 ‘찔러서’(poke) 누르거나, 시선으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건 (Conditions):
특정 거리 안에 들어오면 피드백을 보여주거나, 로봇이 멈추면 경고음을 내는 등 다양한 ‘조건 반응’을 설정할 수 있다.
이 조합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인터랙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금형 조립 작업에서는 로봇이 볼트를 조이고, 사용자는 실시간으로 도면과 도구 사용법을 AR로 보면서 작업을 이어간다. 로봇과 사람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한 몸처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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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장에서의 반응은?
연구진은 AR 분야 전문가 5명을 초청해 ARTHUR의 실사용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사용자들은 “PC에서 설정하고, AR에서 바로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매우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태블릿을 메뉴 조작 장치로 쓰는 구조는 직관적이고 빠르다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개선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3D 객체를 위치 조정할 때 회전이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문제가 있었고, 객체 간 정렬을 위한 기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스템의 가능성과 효율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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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HUR의 미래는?
ARTHUR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모바일 로봇과의 연동
음성 명령, 햅틱 등 다양한 인터랙션 추가
표준화된 구성 요소 추천 시스템
산업 현장에 특화된 UI/UX 개선
궁극적으로는 현장 작업자, UX 디자이너, 로봇 엔지니어 모두가 손쉽게 협업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이 목표다.
로봇이 일 잘하는 시대는 이미 왔다. 이제는 ‘사람과 잘 일하는’ 로봇 시스템이 필요하다.
ARTHUR는 그 미래로 가는 다리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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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Lunding, R.; Hubenschmid, S.; Feuchtner, T.; Grønbæk, K. ARTHUR: authoring human–robot collaboration processes with augmented reality using hybrid user interfaces. Virtual Reality 2025, 29,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