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 자산은 어떻게 평가하고 회계처리해야 할까?
메타버스 자산 평가 및 회계의 핵심 요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러스트 – 디지털 부동산, 블록체인 기반 자산 추적, 사용자 상호작용과 가치 측정을 한눈에 표현. |
가상 자산도 자산일까?
메타버스(Metaverse)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이 가상 공간에 투자하고 있다. 가상 부동산, NFT, 아바타 의상, 디지털 토큰 등은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 실제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자산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회계처리할 수 있을까? 현실의 회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논문 *"메타버스 내 자산의 가치 평가, 회계 원칙 및 분류(Valuation, Accounting Principles, and Classification of Assets in the Metaverse)"*는 이 질문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담고 있다. 본 블로그 글에서는 해당 논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필자의 관점에서 메타버스 자산의 가치 평가와 회계적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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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자산의 독특한 특성
메타버스 자산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비대체성 (Non-Fungibility): 각각의 자산은 고유하다. 이는 NFT처럼 대체 불가능한 자산의 본질이다.
* 상호운용성 (Interoperability): 하나의 메타버스에서 구매한 자산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 분산화 (Decentralization): 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중앙 통제가 아닌 분산된 방식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 회계 및 자산 평가 방식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복잡성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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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
1. 공간적 위치: 디지털 부동산의 ‘입지 프리미엄’
가상 세계에서도 ‘좋은 위치’는 가치를 높인다. 논문은 인터뷰 결과를 통해, 사용자가 자주 드나드는 위치에 있는 자산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는 현실 부동산의 원칙과 유사하다.
2. 사용자 참여와 상호작용
사용자들이 자산과 얼마나 자주, 깊이 있게 상호작용하는가가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인기 있는 게임 속에서 자주 활용되는 아이템은 더 높은 수요와 가격을 형성한다.
3. 희소성과 경쟁
‘희귀한 것’은 항상 비싸다. 유사 자산이 많지 않거나, 특정 집단의 수요가 집중될수록 그 가치는 올라간다.
4. 문화적·사회적 요소
자산이 특정 커뮤니티의 문화와 맞아떨어질수록, 혹은 유행을 타는 디자인일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는 '밈(meme)'이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성을 시사한다.
5. 외부 경제 요인
현실 세계의 경제 상황, 암호화폐 시세, 정치적 불안정성 등도 메타버스 내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비트코인 하락기에 가상 자산의 가격도 함께 하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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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 맞는 회계 원칙은 무엇이어야 할까?
현행 회계 기준은 물리적 자산과 전통적 기업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 자산은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새로운 회계 원칙이 필요하다.
1. 법적 인정과 규제 기준
자산의 소유권을 인정받고, 해당 국가나 플랫폼의 규제와 일치해야 한다. 이는 신뢰성과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2. 추적 가능성과 블록체인 활용
자산의 이동과 소유권 변동을 투명하게 기록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의 통합이 필수다. 이는 감사를 위한 근거 자료로도 기능한다.
3. 감사와 보증 기준
회계 정보의 신뢰성을 위해 외부 감사 기준이 필요하다. 가상 자산도 실물 자산처럼 감사 가능해야 하며, 블록체인 데이터를 검증하는 기술적 방법론이 도입되어야 한다.
4. 위험 관리와 공시
사이버 보안, 사기, 규제 변화 등의 위험을 명확히 공시해야 한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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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분류, 어떻게 할까?
메타버스 자산을 분류하려면 기존 자산 구분 기준을 넘어서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방식이 제안된다:
* 가상 화폐: 메타버스 내 결제 수단.
* 가상 상품: 아바타 의상, 아이템 등 소비성 자산.
* 가상 부동산: 공간적 사용 가치가 있는 자산.
* 수익창출형 자산: 임대, 광고 등 수익 발생 가능 자산.
흥미로운 점은, 어떤 자산이 현금창출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사용자 참여와 커뮤니티 내 영향력에 따라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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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회계는 단지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 연구는 단지 기술적 회계 방법론을 다룬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이 논문을 읽으며 ‘회계’라는 개념이 사회적 합의, 신뢰, 규범을 반영하는 행위라는 점을 다시금 실감했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자산의 소유권은 현실 법률로 완전히 보호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자산을 ‘믿고’ 거래한다. 따라서 회계 기준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 기반 사회적 시스템의 설계이기도 하다.
또한, 메타버스는 ‘문화적 맥락’이 중요한 경제 영역이다. 자산의 가치는 기술적 사양보다도 유행, 공동체 정체성, 밈의 영향력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회계와 마케팅, 사회학이 결합되는 새로운 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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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회계도 메타버스로 진화해야 한다
메타버스는 단지 게임이나 SNS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 새로운 규범이 형성되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서 자산을 정확히 평가하고, 책임 있게 보고하기 위한 회계 기준도 진화해야 한다.
논문은 메타버스 회계를 위해 다음을 제안한다:
1. 법적·회계적 프레임워크의 통합
2.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 기술의 통합
3. 위험 공시와 감사 기준 강화
4. 문화적 요소를 고려한 자산 평가와 분류
앞으로는 회계사가 기술자, 마케터, 법률가와 협업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회계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가상의 질서를 설계하는 중요한 사회 인프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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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kin, I., & Akin, M. (2024). *Valuation, Accounting Principles, and Classification of Assets in the Metaverse*. Journal of Metaverse, 4(1), 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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