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단에 불어온 메타버스 바람, 교수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VR 헤드셋을 쓴 채 수업을 준비하는 중국 대학 교수. 메타버스가 현실의 강의실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최전선에서 교수들이 느끼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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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가상현실을 넘어, 디지털 공간과 현실이 경계를 허문 새로운 플랫폼으로 떠오르며, 교육 현장에도 변화의 조짐을 불러왔다. 과연 이 변화는 대학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중국 장쑤성의 대학 교수 389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가 그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 난징 효장대학교의 샤오란 우 교수와 한국 우송대학교의 하산 틴마즈 교수가 함께 진행했다. 그들은 메타버스라는 첨단 기술이 실제 고등교육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파악하기 위해, 교사들의 인식과 태도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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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교수들의 생각은?


연구팀은 장쑤성 내 학사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의 전임 교수 38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참여자들은 메타버스 기술에 대한 인식, 효과성, 활용 의지, 그리고 그에 따르는 우려 등을 5점 척도로 평가했다.


응답자 중 61.7%는 여성, 대부분은 40~49세(54.8%)였으며, 석사 학위 소지자가 약간 더 많았다. 특이한 점은 메타버스 관련 기술 중 가장 익숙한 것은 VR(가상현실)이었고, 메타버스 자체에 대해 익숙하다고 답한 이는 36.5%에 불과했다. 즉, 메타버스는 여전히 많은 교수들에게 낯선 기술이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결과도 있었다. 여성 교수가 남성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더 쉽게 적응하고,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면, 남성 교수는 메타버스 속 가상 세계와 현실의 구분이 어렵다고 느끼는 비율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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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박사? 인식 차이 뚜렷


설문 분석 결과, 학력에 따라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석사 학위 소지자는 메타버스의 효과성과 장점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박사 학위 소지자는 도리어 그 한계와 문제점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예를 들어, 석사 교수들은 "학생의 몰입도 향상"이나 "융합적 교육 콘텐츠 제공" 측면에서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높게 봤다. 반면 박사 교수들은 "기술 복잡성"이나 "학생의 중독 위험" 등의 문제에 대해 더 크게 우려했다. 이 차이는 아마도 박사 과정에서 기술의 구조적 문제와 윤리적 요소까지 고찰하는 학문적 배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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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을수록 메타버스에 긍정적?


놀랍게도, 나이가 많을수록 메타버스를 더 긍정적으로 본다는 결과도 나왔다. 50세 이상 교수들이 메타버스의 장점과 효과성을 가장 높게 평가한 반면, 30~49세 교수들은 오히려 그 한계와 위험 요소를 더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젊은 세대가 신기술에 더 개방적'이라는 통념을 깨는 것이다. 아마도 경험 많은 교수들이 기술의 도입이 교육적 맥락에서 가져올 변화를 더 장기적이고 유연하게 바라보기 때문일 수 있다.


반면, 중간 연령층의 교수들은 실제 현장에서 기술을 적용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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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많은 교수가 더 잘 이해한다


교수 경력도 메타버스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20년 이상 강단에 선 교수들은 메타버스의 장점과 효과성, 도입 가능성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면 5년 이하의 신임 교수들은 메타버스에 대해 가장 낮은 인식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연차가 많은 사람이 기술을 더 잘 안다는 뜻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 방법을 경험한 이들이 새로운 기술을 기존 틀과 어떻게 접목할지를 더 유연하게 사고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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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좋아한다고 다 아는 건 아니다


교수의 '기술 취향'도 인식에 영향을 줬다. 기술을 좋아한다고 응답한 교수들보다, 오히려 "기술엔 관심 없지만 필요하면 쓴다"고 답한 교수들이 메타버스의 장점과 효과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반대로, 기술에 관심이 많다고 답한 교수들은 메타버스의 위험성과 문제점에 더 민감했다.


이 결과는 역설적으로 기술 마니아보다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는 교수들이 기술을 수용하고 응용하는 데 있어 더 유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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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의 변화, 메타버스가 해답일까?


이번 연구는 단순한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현장에서 쓰는 사람의 관점과 태도 없이는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연구자들은 메타버스를 대학 교육에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교수들을 위한 맞춤형 연수와 실습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교수들의 경력, 나이, 학력에 따라 다른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시사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중국이라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긴 했지만, 디지털 교육 전환을 고민하는 모든 나라에 시사점을 던진다. 메타버스가 단지 유행을 넘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실험과 논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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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Xiaolan, Wu, & Tinmaz, H. (2024). Exploring University Teachers’ Perceptions of Metaverse Integration in Higher Education: A Quantitative Study from China. *Journal of Metaverse, 4*(2), 165-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