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뇌진탕을 진단한다?

 


게임기 아닌, 진단기로 진화한 헤드셋


‘VIST Neuro-ID’가 바꾸는 스포츠·군 의료의 판도


운동장이나 전쟁터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뇌진탕.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부상이 실제로는 가장 진단하기 어려운 상처라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진단이 어렵다 보니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이에 미국의 한 연구진이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가상현실(VR) 기반 뇌기능 검사 장치, ‘VIST Neuro-ID’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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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뇌진탕은 여전히 미스터리인가?


매년 미국에서만 약 1,600만 건 이상 발생하는 뇌진탕. 스포츠 선수, 군인, 교통사고 피해자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정작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


기존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의사의 눈: 시선 추적, 균형 유지, 반응 속도 등을 관찰한다. 하지만 미묘한 이상은 포착하지 못한다.

 자기보고식 설문: 환자가 느끼는 어지러움, 두통 등을 보고한다. 하지만 증상을 숨기거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MRI/CT 같은 영상 기술: 뇌진탕은 미세한 기능 변화이기 때문에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의 진단 방법은 주관적이고, 예민하지 못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한 것이 ‘VIST Neuro-I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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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로 진단한다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기기는 일반적인 게임용 VR 헤드셋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부는 정밀한 의료 기술로 가득 차 있다. 이름 그대로 Neurological Impairment Detection, 즉 신경기능 장애를 탐지하기 위해 설계된 장비다.


 기능 요약:


 * 눈, 머리, 몸의 움직임을 90Hz 속도로 측정

 * 시각, 균형, 반응 속도, 인지 등 다양한 기능 테스트

 * 증상 유발 반응(두통, 어지러움 등)을 실시간 추적

 * 기존 병력이 없어도 진단 가능 (즉, 사전 ‘기준선 테스트’ 불필요)

 * 기계학습(ML) 기반으로 패턴을 분석하고 결과 해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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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테스트를 하나?


총 9가지의 VR 테스트가 포함되어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눈 움직임 테스트: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거나, 예측해 눈을 돌리는 테스트.

2. 시각 집중력: 주변 시야로 물체를 탐지하고 반응 속도 측정.

3. 균형 및 자세 유지: VR 환경 속에서 서있는 상태로 테스트를 수행.

4. 머리-눈 협응력: 화면 내 물체에 따라 머리와 눈을 동시에 움직임.

5. 목 관절 위치 인식: 눈을 감고 목을 돌렸다가 정확히 중간으로 되돌아오는지 측정.


이러한 테스트를 통해 뇌의 다양한 기능(감각, 인지, 운동)을 동시에 자극하고, 센서를 통해 아주 미세한 이상도 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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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안전하고 정확할까?


연구진은 지난 3년 동안 미국의 여러 대학과 병원에서 1008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테스트 도중 현기증, 두통 등의 증상이 거의 없거나 매우 경미했다.

 초기 버전에서는 사용자가 증상 입력 방식이나 테스트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2차 버전에서는 이 문제 대부분 해결됨.

 사용자의 99% 이상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테스트를 완료했다.


또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현재 뇌 기능 이상을 자동 분류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며, 이 기술은 향후 FDA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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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과 뭐가 다른가?


| 구분      | 기존 진단     | VIST Neu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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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 정확도  | 의사 판단에 의존 | 정량적 센서 데이터 기반    |

| 기준선 필요성 | 과거 검사 필요  | 불필요              |

| 사용 장소   | 병원 중심     | 현장 진단 가능         |

| 검사 대상   | 제한적       | 운동선수, 군인, 일반인 모두 |


무엇보다 이 장비의 가장 큰 강점은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어떤 기능이 손상됐는지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재활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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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를 넘어서 — 다양한 가능성


비록 이 기술은 뇌진탕 진단을 위해 개발됐지만, 다른 뇌질환, 알코올 영향,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상태 평가에도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앞으로 치매, 파킨슨병, ADHD 등으로도 적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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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며: “이젠 게임기가 아니라, 진단기가 된다”


기존의 ‘주관적 진단’에 머물렀던 뇌진탕 평가가 이제 VR이라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데이터 중심의 정밀 진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직은 시험 단계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스포츠 현장이나 군 의료, 혹은 일반 병원까지도 뇌진탕 진단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VR 헤드셋을 쓰고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 내 뇌가 괜찮은지 확인할 수 있다. 의료 기술의 변화는, 이제 머릿속에서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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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Reneker, J.C.; Pruett, W.A.; Babl, R.; Brown, M.; Daniels, J.; Pannell, W.C.; Shirley, H.L. Developmental methods and results for a novel virtual reality concussion detection system. Virtual Reality 2025, 29,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