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자기주권 신원(SSI), 디지털 세계의 ‘나’를 되찾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원 시스템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 사용자가 지갑 앱에서 자기 신원 정보를 생성·관리하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검증 및 공유하는 과정을 담은 일러스트

 "당신의 신원은 누구 겁니까?"


회원가입을 할 때마다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까지 넘겨야 한다. 플랫폼마다 ID가 다르고, 개인정보는 여기저기 흩어진다.

그렇게 쌓인 정보는 기업이 소유하고, 우리는 때로 유출되고 감시당한다. 과연 이게 '내 정보'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자기주권 신원(Self-Sovereign Identity, SSI)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개념을 구체화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 논문은 바로 그 SSI 프레임워크들을 정리·분류하고, 무엇이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신원 시스템인지 평가하는 종합 리뷰다. 디지털 시대에 '신뢰'와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기술적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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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주권 신원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내 신원 정보를 내가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의 중앙화된 신원 시스템은 정부, 기업, 플랫폼이 정보를 보유하고 제어한다. 반면 SSI는 사용자가 스스로 신원을 생성하고, 선택적으로 공유하며, 증명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1. 식별자(DID, Decentralized Identifier): 탈중앙화된 ID로, 중앙 기관 없이 생성

2. 자격 증명(VC, Verifiable Credential): 대학 졸업장, 운전면허증처럼 증명 가능한 디지털 정보

3. 디지털 지갑(Wallet): 사용자가 DID와 VC를 보관·관리하는 앱 또는 장치


이 모든 요소가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한다. 블록체인은 ‘변조 불가능한 공공 장부’로써, 신뢰할 수 있는 기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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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 SSI, 뭐가 다른가?


논문은 현재까지 등장한 30개 이상의 블록체인 기반 SSI 프레임워크를 정리하면서, 각각의 기술적 구조를 분석했다. 여기엔 IBM, Microsoft, Hyperledger 같은 대기업의 프로젝트부터, Sovrin, uPort, Dock, Ontology 등 오픈소스 기반 솔루션까지 포함된다.


프레임워크는 다음 기준으로 분류됐다:


* 블록체인 유형: 퍼블릭(공개), 프라이빗(비공개), 하이브리드

* 합의 알고리즘: PoW, PoS, BFT 등

* 데이터 저장 위치: 온체인/오프체인 혼합 여부

* ID 발급 및 인증 방식: 중앙 대행자 유무, 자동화 수준

* 확장성과 상호운용성: 다른 플랫폼과 얼마나 잘 연결되는가


이러한 분류를 통해 연구진은 각 프레임워크의 강점, 한계, 적용 가능성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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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프레임워크가 ‘신뢰할 만한가’?


논문은 신뢰성(trustworthiness)을 결정짓는 7가지 평가 기준을 제시했다.


1. 보안성(Security)

2. 개인정보 보호(Privacy)

3. 사용자 통제(User Control)

4.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5. 사용 편의성(Usability)

6. 확장성(Scalability)

7. 컴플라이언스(법적 정합성)


이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일부 프레임워크는 특정 영역에서 탁월했지만, 완벽한 시스템은 없었다.


예를 들어:


* Sovrin: 사용자 통제와 보안성은 뛰어나지만, 확장성 부족

* Dock: 확장성과 상호운용성 강점, 법적 기준 적용엔 미비

* uPort: 높은 분산성과 개방성, 하지만 사용 편의성이 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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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만큼 중요한 건 ‘사람 중심 설계’


연구진은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사용자가 쓰기 어렵거나,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

따라서 진짜 ‘신뢰받는 SSI’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 법률 + 사회적 인프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주권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정보 보호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즉, 균형 있는 설계와 적절한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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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신원,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당신의 신원은 누구 겁니까?”에서 “당신이 신원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블록체인 SSI는 단지 인증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사회에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기술 인프라다.

그리고 이 논문은 그 여정의 이정표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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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Suriadi, S., Asanka, N., & Wongthongtham, P. (2025). Toward Trusted Blockchain-Based Identity Systems: Classification and Evaluation of SSI Frameworks. *Blockchains,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