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로 조종되는 바퀴벌레? — 생물지능 사이보그의 탄생

 


“헬멧을 쓴 바퀴벌레, 스스로 길을 찾다”-UV 헬멧을 장착한 사이보그 곤충이 복잡한 지형을 탐색하며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모습. 자연 감각과 인공지능의 융합이 만들어낸 생체 내비게이션의 미래.


“앞으로 가!”

지금 명령을 받은 건 로봇도, 드론도 아니다.

바퀴벌레다. 그것도 헬멧을 쓴 사이보그 바퀴벌레.


오사카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이 놀라운 생물로봇 시스템은,

바퀴벌레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활용해 스스로 길을 찾는 '비침습적 생물지능 사이보그(Bio-Intelligent Cyborg Insect, BCI)'를 구현했다.

놀랍게도 이 시스템은 바퀴벌레의 감각기관을 손상시키지 않고, UV(자외선)만으로 방향을 바꾸게 만들었다.


“전기 충격? 이제는 자연 자극으로 조종한다”

지금까지 사이보그 곤충의 조종 방식은 대체로 전기 자극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곤충의 감각기관을 제거하거나, 전극을 직접 신경에 삽입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곤충은 자주 멈췄고, 자극을 반복하면 반응도 약해졌다(이를 '습관화'라고 한다).


이 연구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택했다.

“곤충이 본래 갖고 있는 감각을 그대로 두고, 자연스럽게 유도하자.


연구팀은 바퀴벌레가 자외선을 싫어하는 특성을 이용해,

왼쪽 눈에 UV를 비추면 오른쪽으로 돌고, 오른쪽 눈에 비추면 왼쪽으로 도는 행동을 유도했다.


바퀴벌레용 ‘UV 헬멧’ 개발기

이를 위해 연구진은 ‘UV 헬멧’을 직접 설계했다.

이 헬멧은 3D 프린터로 제작되었고, UV LED가 양쪽 눈 근처에 설치됐다.


* 무게는 단 0.1g,

* 헬멧과 전자 장치를 부착해도 바퀴벌레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 헬멧은 벌꿀 왁스로 고정되어 탈부착이 가능하고, 전선은 현미경으로 보면서 직접 납땜했다.


뿐만 아니라, 이 시스템은 움직임이 없을 때만 UV를 작동한다.

즉, 바퀴벌레가 멈췄을 때만 자극을 주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바로 꺼진다.

이것이 바로 ‘자연행동 기반 피드백 제어 시스템’이다.




전기자극보다 뛰어난 UV 방식의 효과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 전기자극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퀴벌레가 익숙해져 반응하지 않게 됐다.

* 반면, UV 방식은 150번 이상 자극해도 반응이 줄지 않았다.


즉, UV 기반 방식은 습관화(habituation)가 거의 없고,

적은 자극으로도 지속적으로 방향을 바꾸는 반응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자극 빈도도 훨씬 낮았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유지되기 때문에, 굳이 계속해서 자극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장애물 피하기, 벽 타기까지 — 자율 내비게이션 구현

바퀴벌레는 복잡한 환경에서도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장애물, 모래, 곡물, 어두운 코너 등이 있는 미로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실험을 진행했다.


* 자연 상태의 바퀴벌레는 대부분 어두운 구석에 숨거나 먹이에 몰려서 움직이지 않았다.

* 반면, UV 헬멧을 쓴 사이보그 바퀴벌레(BCI)

  94.1% 확률로 3분 안에 스스로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BCI는 자체 센서(거리 센서, 가속도계 등)를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만 자극을 받아 방향을 바꾸었다.

이 피드백 제어 시스템 덕분에, 적은 에너지 소비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실제로 얼마나 자극했을까?

실험 결과 BCI는 평균적으로


* 81.3%는 자연스러운 움직임(Natural Movement)

* 18.7%만 UV 자극으로 움직였다.


즉,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바퀴벌레 스스로 길을 찾았다는 의미다.

자극은 ‘길을 잃었을 때’만 살짝 방향을 바꿔주는 역할을 했다.


“사이보그 곤충, 수색·재난 구조에 쓸 수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수색 구조, 재난 지역 탐사, 환경 모니터링 같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곳에, 작고 똑똑한 바퀴벌레를 투입해 스스로 길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 방식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감각기관을 보존하면서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윤리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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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Refat, C. M. M.; Ariyanto, M.; Tanaka, R.; Yamamoto, K.; Morishima, K.

Autonomous Navigation of Bio-Intelligent Cyborg Insect Based on Insect Visual Perception. *Advanced Intelligent Systems*,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