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장보며 영양 배우기? 기술별 체험 비교해보니
태블릿, PC, 그리고 몰입형 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마트 영양 교육 투어의 체험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인포그래픽. 각 기술이 어떻게 학습자의 몰입과 반응을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준다. |
영양 교육을 위해 마트를 직접 돌아다니며 진행하는 '그로서리 투어(Grocery Store Tour, GST)'는 효과가 높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그로서리 투어(Virtual GST)'를 고안했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연구팀은 다양한 기술 환경에서의 가상 마트 투어 체험이 학습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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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vs PC vs VR, 뭐가 달랐을까?
참가자들은 동일한 내용의 가상 마트 투어를 세 가지 형태로 체험했다. 태블릿, 데스크탑 PC, 그리고 몰입형 가상현실(IVR: immersive VR) 헤드셋이다. 연구는 이들 각각이 주는 존재감(presence), 멀미(사이버 멀미), 이용 만족도 및 감정 변화를 조사했다.
결과는 의외로 흥미로웠다. VR을 사용한 참가자들은 다른 기기보다 확실히 높은 존재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마치 진짜 마트에 있는 것처럼 느낀 것이다. 다만, 이와 함께 멀미 증상도 가장 많이 보고됐다. 어지러움, 약간의 구토감 등 전형적인 사이버 멀미 증상이 VR 환경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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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다르면, 감정도 달라진다?
VR 환경은 참여자의 심박수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지만, 피부 온도나 전도도 같은 생리적 반응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감정 변화 역시 세 기술 간에 뚜렷한 차이는 없었지만, VR에서 더 많은 재미와 몰입감을 느꼈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태블릿 사용자들은 비교적 시각적 자극이 적었기 때문에 '정보를 보는' 느낌에 가까웠다는 평을 했다.
특히 "그 마트를 진짜로 다녀온 느낌이 드나요?"라는 질문에 VR 체험자는 7점 만점에 평균 6점의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태블릿이나 PC는 평균 2~3점에 그쳤다. 이는 몰입감이 높을수록 학습자가 그 내용을 실제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 사용된 3D 슈퍼마켓 모델의 시작 화면. |
태블릿과 PC 모니터에 표시된 가상 G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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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고민: 멀미와 불편함
하지만 VR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참가자들은 VR을 쓸 때 더 많이 멀미를 느꼈고, 일부는 20분짜리 투어 동안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현재로선 디자인을 잘 다듬고, 짧은 시간 동안만 VR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연구에 참여한 대상은 모두 젊고 기술 친숙도가 높은 집단이었기에, 고령자나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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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도구로서의 가능성
이 연구는 VR 기술이 단순한 체험용 도구를 넘어 교육 콘텐츠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VR은 단순히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닌, '공간에 존재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행동 변화나 정보 기억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에게 나트륨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을 피하라는 메시지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보다, VR 마트 안에서 제품을 비교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향후에는 가상 공간 속에서 실제 영양사와 실시간 소통하는 '라이브 투어'나, 게임화된 학습 요소 등을 결합한 더 풍부한 프로그램이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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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Woodall, S.; Sharratt, J.; Hollis, J.H. (2025). The Use of Different Technologies to Provide a Virtual Grocery Store Tour for Nutrition Education. Virtual Worlds, 4(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