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초콜릿, 냄새로 더 맛있어진다? VR 후각 자극이 바꾸는 식습관의 비밀



VR(가상현실)이 점점 현실을 닮아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만지고, 듣고, 심지어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다감각(VR Multisensory) 기술이 실험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VR에서 ‘초콜릿 향’을 맡게 된다면, 실제로 더 달콤한 현실을 경험하게 될까? 이번에 소개할 논문 <가상 초콜릿: 다감각 VR에서 후각 신호가 인지된 현실감, 음식 즐거움, 간식 선택에 미치는 역할(Virtual chocolate: the role of olfactory cues in multisensory VR on perceived realism, food enjoyment, and snack choices)>는 이 물음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후각이 가상현실에서 중요한 이유

사람의 감각 중 가장 본능적인 것은 사실 후각이다. 시각 정보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뇌에 신호를 보내 음식의 맛, 기분, 심지어 기억까지 좌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VR 연구와 기기는 시각과 청각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팀은 후각 자극이 가상현실의 몰입감을 얼마나 높이고, 실제로 식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실험했다. 핵심은 단순히 ‘VR이 리얼하다’를 넘어서, 실제로 사람들이 더 달콤한 것을 찾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구 설계: 가상 초콜릿 실험은 어떻게 진행됐나?

연구는 실험참가자들이 VR 환경에서 초콜릿을 시각적으로 보고, 후각 자극(초콜릿 향)을 맡도록 설계됐다. 조건은 두 가지로 나뉜다.

  • VR + 시각 + 후각: 가상 초콜릿을 보면서 달콤한 초콜릿 향까지 맡는다.
  • VR + 시각만: 가상 초콜릿을 보고, 냄새는 맡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이후 실제로 간식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무엇을 선택하는지,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는지, VR 환경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인식했는지를 모두 측정했다.

흥미로운 결과: 냄새가 VR 현실감을 높였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후각 자극이 추가된 그룹은 VR 환경의 현실감을 훨씬 더 높게 평가했다. 초콜릿 향이 실제 먹는 감각과 연결되면서, 가상 속 초콜릿이 더 ‘진짜’처럼 느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후각 자극 그룹은 초콜릿에 대한 즐거움을 더 크게 느꼈다. 즉, 같은 VR이라도 냄새가 있느냐 없느냐가 감정 반응을 크게 바꿨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달랐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실제로 간식을 고를 때도 더 달콤한 음식을 선택할지 주목했다. 예상대로라면 VR에서 초콜릿 향을 맡은 사람들은 현실에서도 초콜릿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꼭 더 단 음식을 고르진 않았다. 연구팀은 이 부분을 두 가지로 해석했다. 첫째, VR에서 이미 후각과 시각으로 초콜릿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달콤한 간식을 덜 원했을 수 있다. 둘째, 짧은 실험 기간과 작은 샘플 수가 변수였을 수 있다.


가상 냄새 연구의 한계와 가능성

이 연구는 VR 후각 자극이 몰입감과 즐거움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모호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장기적이고 다양한 상황에서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연구가 단순히 VR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넘어 디지털 식습관 관리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VR에서만 냄새를 맡아 만족감을 느끼고, 실제로는 열량 섭취를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VR은 ‘가짜 향’을 통해 진짜 행동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나의 시선: 후각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소비 경험

VR과 후각의 결합은 단순히 식욕 조절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 푸드테크: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VR로 음식을 보고 냄새까지 맡아볼 수 있다면?
  • 디지털 마케팅: 식품 브랜드가 매장 대신 VR 체험관을 만들어 향기까지 제공한다면?
  • 치료와 헬스케어: 식욕 부진 환자에게 가상 향기를 제공해 식욕을 돋우거나, 반대로 폭식을 줄이는 용도로 쓸 수도 있다.


기술적 과제: 냄새 디바이스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이 연구가 시사하는 기술적 과제도 있다. 후각 자극은 소리나 화면처럼 간단하지 않다. 냄새를 내는 장치는 안전성, 위생, 재사용성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 향기를 어떻게 빠르고 정확하게 뿜어낼지, 여러 향을 한 장치에서 섞지 않고 관리할지, 사용자별로 맞춤형 향을 제공할 수 있을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결론: 가상 냄새, 식탁 위의 VR 혁명

VR은 이미 게임과 영화에서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 논문은 후각이라는 강력한 감각이 어떻게 몰입감을 높이고, 실제로 우리의 식습관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먼 미래에는 VR 고글을 쓰고 앉아 ‘가상의 초콜릿’을 향기까지 즐기며 현실의 칼로리를 절약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가상 냄새가 바꿀 우리의 식탁, 그리고 식습관의 미래가 궁금하다.


참고문헌

Klatte, J., Schöne, C., van der Meer, L., Forkmann, K., & Pomp, J. (2025). Virtual chocolate: the role of olfactory cues in multisensory VR on perceived realism, food enjoyment, and snack choices. Virtual Reality. doi: 10.1007/s10055-025-01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