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으로 무장한 AI가 그리는 뇌와 생명의 시간지도

물리 기반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와 장기 변화를 해석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좌측 배아는 생물학적 성장의 시작을, 우측의 신경망과 수식은 AI가 물리 법칙을 학습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물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장기, 특히 뇌는 어떻게 변해갈까? 질병으로, 노화로, 또는 성장으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단순한 '사진 비교'가 아니라, 사진 속 형체가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이 그 비밀을 열어젖히려 하고 있다.

최근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한층 진화한 인공지능 모델을 발표했다. 이름하여 ‘물리 기반 딥러닝 영상 정합 기법’. 이름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이 AI는 단순히 두 개의 의료 이미지를 ‘겹쳐보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어떤 물리적 변화가 있었는지를 직접 계산한다. 마치 살아 있는 장기의 물리 법칙을 꿰뚫고 있는 듯하다.


장기를 ‘펼쳐보는’ AI, 어떻게 작동할까?

먼저 ‘영상 정합(image registration)’이라는 개념부터 보자. 이는 서로 다른 시간이나 조건에서 촬영된 두 장기 이미지를 최대한 겹치게 만드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10년 간격의 뇌 MRI 사진 두 장을 보고, 어느 부위가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존의 방법들은 이미지 간의 '유사도'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형을 계산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 있었다. 아무리 잘 겹쳐 보여도, 그 변형이 실제로 가능한 생물학적 변화인지는 보장하지 못했던 것.

이번 연구는 이 한계를 극복했다. 정합 과정에 물리 법칙, 특히 고체역학과 성장 생물학의 개념을 직접 넣은 것이다. 쉽게 말해, 단순히 '겹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생물체 조직이 그렇게 움직일 수 있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뇌, 지느러미, 그리고 태아까지… 생체 적용 실험들

이 방법은 단순한 이론에서 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세 가지 흥미로운 사례에 이 기술을 적용했다.

  • 제브라피시의 재생하는 꼬리: 실험 결과, 가장 활발한 성장은 지느러미 끝에서 일어났으며 조직의 탄성 변화까지 분석했다.
  • 노화로 인한 뇌 위축: 70대 남성의 MRI 데이터를 통해 5%의 뇌 부피 감소를 정량화했다.
  • 태아의 뇌 성장: 21주부터 36주까지, 뇌 전체 부피는 약 5배 증가했고, 전두엽과 측두엽이 특히 빠르게 성장했다.

AI는 이미지를 넘어서 ‘생체 물리학’을 배우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딥러닝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학습 과정에서 AI는 물리 방정식을 해석하고, 장기의 변형이 실제로 가능한지 계산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AI에게 '탄성 에너지'를 최소화하라는 명령을 주었다. 마치 뇌 조직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방식 그대로, AI도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식이다.


의료 영상 분석의 미래, AI는 해부학과 물리학을 동시에 배운다

이 연구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선다. 살아있는 생명의 변화, 그것도 눈에 보이지 않게 진행되는 내장기의 변화를 정량화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는지를 판별하는 일. 그 일을 지금, AI가 해내고 있다.

앞으로 이 기술은 뇌질환 조기진단, 암의 성장 예측, 재생 의학, 또는 맞춤형 치료 경로 제안 등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사들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시간에 따라 변형된 장기의 3D 지도를 들여다보게 될지도 모른다.

변화하는 생명을 읽는 인공지능. 그것은 이제, 물리학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출처 논문
Amiri-Hezaveh, A., Tan, S., Deng, Q., Umulis, D., Cunniff, L., Weickenmeier, J., & Buganza Tepole, A. (2025). A Physics-Informed Deep Learning Deformable Medical Image Registration Method Based on Neural ODEs. International Journal of Computer 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