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인공지능, 기술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건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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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왜 AI를 신뢰하지 못할까?"
요즘 교실에 인공지능(AI)이 슬며시 스며들고 있다. 수업을 분석해주는 AI 튜터, 학습 성취도를 예측하는 평가 도구, 학급 운영을 돕는 챗봇까지. 언뜻 보면 미래형 교실이 도래한 듯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교사들은 이 AI들을 믿고 쓸 준비가 돼 있을까?"
터키의 한 연구팀은 이 지점에 주목했다. 단순히 "AI는 유용하다"거나 "미래엔 AI가 필수다"라는 선언보다, 지금 현실에서 교사와 AI의 '심리적 거리'가 얼마나 좁혀졌는지를 들여다본 것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기술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건 ‘신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의 핵심은 '심리적 허들'
이번 연구는 터키 전역의 1,158명 교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설문을 진행했다. 질문은 단순했다.
- AI를 수업이나 학급 관리에 활용하고 싶은가?
- 주변 동료들은 AI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AI를 믿을 수 있다고 느끼는가?
그 결과는 흥미롭다. 단순히 기술을 많이 아는 사람이 AI를 잘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신뢰'였다. AI가 정확하고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야만, 교사들은 실제로 AI를 수업에 도입하고 싶어했다.
기술이 아닌 ‘분위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주관적 규범', 즉 주변 동료들이 AI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AI 도입 의도에 큰 영향을 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변에서 AI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자주 사용하는 분위기일수록, 자신도 AI를 써보려는 의지가 높아졌다.
혁신적인 교사일수록 AI에 더 호기심
세 번째 축인 '혁신 성향'도 AI 도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도구를 두려워하지 않고, 처음 써보는 서비스도 기꺼이 시도해보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영향력은 ‘신뢰’와 ‘분위기’보다 낮았다.
복잡한 모델로 증명된 간단한 진실
구조 방정식 모델 분석 결과, 신뢰와 주관적 규범이 사용 의도에 강한 영향을 주었고, 혁신 성향은 그 흐름을 촉진했다. 연구진은 “심리적 수용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럼 교사들은 AI를 언제 신뢰하게 될까?
‘신뢰’는 단번에 생기는 게 아니라 경험과 문화에서 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AI 도입을 추진하는 학교나 교육 당국은 단순히 장비를 보급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교사들이 안심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AI는 ‘보조자’, 믿음을 얻어야 진짜 교실에 들어온다
학생을 분석하는 AI도, 수업을 추천해주는 챗봇도, 교사의 신뢰 없이 작동할 수 없다. 결국 교사들이 AI를 받아들이는 열쇠는 "이 AI가 나를 도와주는가, 방해하지 않는가?"에 대한 진정성 있는 답변이다.
📚 출처 논문
Çelik, B.; Doğan, A.; Talan, T. Teacher–Artificial Intelligence (AI) Interaction: The Role of Trust, Subjective Norm and Innovativeness. AI 2025, 6,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