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복 심한 10대, AI 친구가 ‘마음 건강’ 챙긴다

10대 청소년이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AI 챗봇의 모습을 따뜻하게 표현한 일러스트: 감정 아이콘, 스마트폰 챗 UI, 청소년의 반응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장면


“너 괜찮아?” 대신 챗봇이 먼저 물었다


사춘기. 하루에도 열두 번 감정이 요동치고, 어른도 친구도 이해 못하는 고민이 쌓이는 시기다.

하지만 그 감정을 말로 꺼내기란 쉽지 않다. 창피하거나, 괜히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챗봇’이라면 어떨까? 말하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묻고 기다려주는 존재.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바로 그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청소년의 감정 조절을 돕는 AI 챗봇,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연구진은 하나의 실험 챗봇을 만들고, 직접 청소년과 만나 반응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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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봇, 청소년의 ‘디지털 친구’ 될 수 있을까?


이 연구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다. Design Science Research Methodology(DSRM)라는 구조적 방법론을 따라,

챗봇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사용자를 만나 검증한 ‘디자인 중심 연구’다.


그 대상은 12\~16세 청소년. 연구진은 이들이 겪는 대표적인 정서적 어려움—불안, 분노, 우울, 혼란—을 중심으로,

이를 혼자서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대화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챗봇의 이름은 ‘보타(Bota)’

기능은 다음과 같다:


* 👂 감정 체크: “요즘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으로 대화 시작

* 💡 감정 라벨링: “지금 느끼는 건 분노일 수도 있어”

* 🧘‍♀️ 조절 전략 제시: 호흡법, 긍정 문장 반복, 상황 거리두기 등

* 📒 감정 일기 저장: 이전 감정 이력을 기록하고 추적


기술적으로는 규칙 기반 스크립트와 키워드 탐지 방식이 결합된 간단한 챗봇이지만, 핵심은 언제 어떻게 말을 거는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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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연구진은 이 챗봇을 2주간 사용하게 한 후, 총 28명의 청소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결과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 🙆‍♀️ “친구한테 말 못 하는 것도 챗봇엔 얘기하게 됐어요”

* 😎 “감정 정리하는 방법을 처음 알았어요”

* 😐 “근데 대답이 뻔하거나 반복될 땐 조금 식었어요”


전반적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챗봇과의 대화에 긍정적이었고,

자기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감정을 푸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는 ‘감정 인식 → 감정 명명 → 대처 행동’이라는 감정 조절의 전형적인 과정을 챗봇이 잘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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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도우미는 아니었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챗봇의 응답이 너무 단조롭고 반복적이라는 불만을 제기했다.

또한, 기분이 아주 나쁘거나 혼란스러울 때는 “챗봇이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챗봇은 전문가가 아니라, ‘정서적 도화선 역할’만 한다고 정리했다.

즉, 챗봇이 감정을 완전히 해결해주진 않지만, 자기 조절의 시작점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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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챗봇,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연구는 ‘보타’ 같은 감정 조절 챗봇이 학교, 보건소, 가정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 학교 상담실: 대면 상담 전 사전 감정 탐지 도구로

* 스마트폰 앱: 가정에서 혼자 감정 정리용으로

* 보건 서비스: 초기 정서 문제 스크리닝용으로


무엇보다 이 시스템은 청소년 스스로 감정 상태를 돌아보게 만들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말로 바꾸는 훈련의 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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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사춘기 청소년에게 챗봇은 상담사가 아니라, 감정을 꺼내는 연습 상대이자 작은 디지털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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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Varga, C., Harambasic, M., Greuter, S., & Brodersen, J. (2025). Designing Chatbot Interventions to Support Emotional Self-Regulation in Adolescents: Qualitative Evaluation of a Prototype Using the Design Science Research Methodology. *JMIR, 2025*, e71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