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의사만 도와주는가?…간호사, 물리치료사, 조산사를 위한 인공지능의 가능성

 

간호사, 물리치료사, 조산사 등 다양한 보조의료인력이 AI 기술과 상호작용하며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

AI가 수술도 도와주고, 암도 찾아낸다며?


요즘 병원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번쯤은 듣게 되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의사들의 진료와 진단을 돕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익숙하다.


그런데… 간호사는? 물리치료사는? 조산사나 작업치료사는?


전체 의료 인력의 80% 이상이 바로 이런 Allied Health Professions (AHPs, 보조의료직군)에 속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AI 솔루션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기업들의 투자도 부족하다.


이번에 발표된 한 의견 논문은 이 현실을 꼬집으며, AI가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보조의료인력을 위한 AI 개발과 확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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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HP, 의료 시스템의 숨은 주역들


‘Allied Healthcare’란, 의사나 외과의가 아닌 다양한 의료 전문가들을 아우르는 용어다. 대표적으로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조산사, 작업치료사, 방사선사, 영양사, 언어치료사 등이 있다. 이들은 환자와 가장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치료와 회복을 실질적으로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AI는 수술 보조, 영상 판독, 진단 지원 등 ‘의사 중심’의 기술에 집중되어 왔다. 반면, AHP를 위한 AI는 상대적으로 연구도, 투자도, 교육도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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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에게도 AI가 필요하다” – 분야별 사례


논문은 각 직군별로 AI가 어떻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 간호사


* AI로 환자의 생체신호 실시간 모니터링

* 약물 관리 자동화로 업무 경감

* AI 챗봇이 환자 응대 메시지 초안 작성

* 음성 인식 기반의 간호기록 자동화 프로젝트도 이미 진행 중


 🔹 물리치료사


* AI가 자세 교정 실시간 피드백

* 원격 재활 시스템으로 비대면 치료 가능

* 로봇 보조 재활, 피로·질병 예측 알고리즘도 개발 중


 🔹 조산사


* AI로 임신 위험군 예측 (자간전증 등)

* 태아 심박수나 자궁수축 모니터링

* 산후 모유수유 가이드 챗봇


 🔹 방사선사


* 환자 자동 위치 조정, 영상 품질 향상

* AI가 영상 해석 보조

* 촬영 예약 자동화, 방사선량 최적화


 🔹 작업치료사


* AI 기반 보조기기 설계

* 뇌졸중 환자의 인지 회복 앱

* 일상생활 행동 분석으로 맞춤 치료


 🔹 영양사


* 식사 사진 분석으로 칼로리 계산

* 개인 맞춤 식단 생성

* 장기 건강 예측 기반의 예방 영양 솔루션


 🔹 언어치료사


* 음성 인식 기술로 발음 문제 감지

* AI가 직접 말하기 훈련 앱 제공

* Google의 Project Euphonia 같은 장애인을 위한 음성 보조 앱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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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도입을 막는 벽은 무엇인가?


현장 도입의 걸림돌도 많다.


1. AI 편향 문제


   * 훈련 데이터의 성별·인종·연령 편향은 윤리적 문제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선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 원칙이 필요하다.


2. 프라이버시와 보안


   * 환자 정보 보호를 위해 페더레이티드 러닝, 가명화, 합성 데이터, 암호화 기술 등이 요구된다.


3. 현장 불신과 인식 부족


   * “AI가 내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이 존재한다. 이 문제는 “AI를 잘 활용하는 간호사가 살아남는다”는 인식 전환과 AI 리터러시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


4. 기업의 낮은 관심


   * 의료 AI 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의사용 솔루션에 더 집중한다. 하지만 간호협회나 물리치료사협회 같은 직능 단체와 협력하면 충분한 시장성과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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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중심의 AI"란, 결국 AHP 중심이라는 뜻


환자는 입원 중에 의사보다 간호사와 더 자주 마주친다. 일상적 회복이나 재활, 식사, 약물 복용, 통증 조절 등의 대부분은 AHP들이 책임지고 있다.


따라서 환자 중심의 의료 AI란, AHP를 위한 AI를 말한다. 단순한 자동화 도구를 넘어서, AHP들이 환자와 더 오래, 더 깊이 소통하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진짜 ‘환자를 위한 AI’를 만들고자 한다면, 그 출발점은 병원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간호사, 물리치료사, 조산사들—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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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Hulsen, T.; Scheper, M. *AI in Healthcare: Do Not Forget About Allied Healthcare.* AI 2025, 6,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