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다시 쓴 ‘동물농장’, 문학 수업에 무슨 일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결말이 달라진다면? 그것도 인공지능이 새로 썼다면?
스페인 로비라 이 비르질리 대학교 연구팀은 ChatGPT가 대학 문학 수업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문학 읽기 흥미가 떨어지는 현실을 AI로 바꿔보자는 도전이었다.


소설 끝을 바꿔보는 실험

문학 수업에서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고전 읽기다. 내용은 어렵고, 줄거리와 주제, 캐릭터까지 분석하려면 머리가 아프다.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했다.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AI가 만든 ‘다른 결말’을 학생들이 분석하면 참여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실험은 간단하다. 문학 수업을 듣는 학생 5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은 직접 새 결말을 써보고, 다른 한쪽은 ChatGPT가 쓴 새 결말을 읽었다.
AI가 만든 결말은 총 10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반반이었다.



AI가 쓴 결말, 학생들은 어떻게 봤을까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학생들이 평가한 AI 결말은 예상보다 ‘그럴듯’했다.
줄거리의 흐름, 배경 묘사, 주제, 문체까지 대부분 ChatGPT 버전이 학생들이 쓴 것보다 높게 평가됐다.
특히 배경 묘사나 언어의 명확성은 ChatGPT 쪽이 더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AI가 썼다고 해서 무조건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오웰이 쓴 원작 같냐는 질문에는 “그럴 듯하다”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그래도 원작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많았다.
직접 쓴 결말은 ‘진짜 결말로도 어울린다’는 학생이 더 많았지만, AI 결말은 오히려 ‘비슷한 듯 조금 어색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AI 덕분에 수업이 더 재미있었다!

흥미로운 건 동기 부여였다. 직접 쓴 학생들은 창작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친구들과 협업하며 다른 결말을 비교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답했다.
반면 ChatGPT 결말을 읽은 학생들도 AI로 문학을 다루는 게 신선했고, 질문에 답해주는 AI 덕분에 생각할 거리가 늘어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즉, 전통적인 글쓰기와 AI 활용이 모두 ‘문학 수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셈이다.


AI 문학, 가능성과 한계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문학 수업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결말 쓰기 같은 창작 과제를 AI가 보조하면, 학생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스토리를 분석하고 주제를 파고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걱정거리도 분명하다. AI가 쓴 결말이 진짜 작품보다 신뢰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고, 학생들 일부는 “AI를 쓰면 창작이 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학 작품의 깊이를 AI가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느냐는 점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문학 수업, AI와 손잡을 수 있을까

이번 연구는 하나의 시작이다. AI가 문학 읽기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다만 수업에 창작 실험을 더하고, 학생들이 고전을 새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데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AI의 문화적 편향, 비판적 사고 능력 저하 같은 문제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다시 쓴 『동물농장』, 언젠가 고전이 AI 버전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 올까?
고전 읽기가 어려웠던 학생들에게는 분명 새로운 기회가 될지 모른다.


출처 논문
Bellot, A.R.; Gutiérrez-Colón Plana, M.; Baran, K.A. Redefining Literature Education: The Role of ChatGPT in Undergraduate Courses. Int. J. Artif. Intell. Educ. 2025. https://doi.org/10.1007/s40593-025-004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