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시험관 아기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까?

 

인공지능(AI)이 시험관 아기(IVF) 배아 선별에 활용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좌측은 AI 칩을 내장한 인간의 실루엣, 우측은 배아와 이를 다루는 실험 기구가 연결되어 있다. AI 기술이 IVF의 성공률 향상에 기여하는 과정을 시각화했다.



한때 공상과학의 전유물이던 인공지능(AI)이 이제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까지 발을 들였다. 바로 '시험관 아기'로 불리는 체외수정(IVF) 분야다. 수많은 부부들이 희망을 걸고 도전하는 IVF는 아직도 성공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이 IVF 전 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그리스, 영국, 방글라데시, 캐나다 등 여러 나라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리뷰 논문은, AI가 어떻게 IVF 성공률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IVF는 왜 어렵고, 왜 AI가 필요한가?


IVF는 단순히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난소 자극, 채취, 수정, 배아 배양, 선별, 이식까지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특히 '어떤 배아를 선택해 자궁에 이식할 것인가'는 IVF 성공 여부를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단계다.


문제는 이 결정이 여전히 숙련된 전문가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AI, 특히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고, 일관된 판단을 내리는 데 탁월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AI가 배아 선별 과정을 자동화하고 정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AI는 배아를 어떻게 '판단'할까?


AI가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배아의 이미지를 분석해 세포의 발달 단계를 자동으로 주석(annotate)한다. 둘째, 특정 시점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건강한 배아를 예측한다. 셋째, 정자의 질이나 난소 반응 등 환자 개별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전체 IVF 실험실의 품질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이 모든 과정에서 AI는 이미지 분석, 자연어 처리, 통계 예측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다. 특히 CNN(합성곱신경망), ResNet(잔차 네트워크), EfficientNet, Transformer 등 최신 딥러닝 모델들이 실제 IVF에 적용되고 있다. 이들 모델은 배아의 외형, 움직임, 시간에 따른 발달 속도, 색상 분포 등을 분석해 건강하고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아를 '선별'한다.


 실제로 효과는 있었을까?


논문에 따르면, AI가 배아를 평가해 임신 가능성을 예측한 정확도는 최고 98%까지 나왔다. AI가 전문가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는 AI가 제안한 배아가 실제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사람의 선택보다 더 높았다.


흥미로운 실험도 있었다. 배아 이미지를 본 뒤, AI의 판단을 참고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한 것이다. AI의 추천이 함께 주어진 경우, 임상 배아학자들이 성공적인 임신 배아를 맞히는 비율이 평균 8% 이상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물론 AI가 만능은 아니다.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윤리적 쟁점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예를 들어 AI가 '좋은 배아'라고 판단한 기준이 의료진이나 부모의 기대와 다를 수도 있다. 또 의료 인공지능이 내린 결정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 것인가 하는 법적 문제도 떠오른다.


무엇보다, 연구 대부분이 각 병원이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적용 가능한 보편적 모델로 확장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에 따라 여러 병원들이 데이터셋을 공유하고, 다양한 인종·환경의 배아 이미지를 학습하는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IVF의 미래를 바꿀까?


이번 논문은 단순히 AI 기술의 현재를 정리한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한지, 의료 현장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등 실질적인 방향도 제시한다. 특히 '설명 가능한 AI(X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AI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의료진도 안심하고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IVF에서 마법사가 아니라 조력자로 기능해야 한다. 감정과 윤리를 가진 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리고, AI는 과학적 통찰을 제공하는 협업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AI는 IVF의 성공률을 높이고, 더 많은 부부가 부모가 되는 꿈을 이루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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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Moysis, L.; Iliadis, L.A.; Vergos, G.; Sotiroudis, S.P.; Boursianis, A.D.; Papatheodorou, A.; Kokkinidis, K.-I.D.; Abdul Matin, M.; Sarigiannidis, P.; Siniosoglou, I.; et al. *Artificial Intelligence-Empowered Embryo Selection for IVF Applications: A Methodological Review*. Mach. Learn. Knowl. Extr. 2025, 7,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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