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는 소리, AI가 듣는다



데이터 증강으로 ‘산업 현장 누수’ 잡는 시대 열렸다

산업 현장에서의 누수, 단순한 물 새는 소리를 넘는다. 고압의 가스나 증기가 조금만 새어 나와도 폭발 위험은 물론, 인명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석유화학, 발전소, 수소 저장 설비처럼 고압 유체를 다루는 산업에서는 누수를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곧 ‘생명선’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누수 감지, 아직도 사람이 귀로 듣거나 열화상 카메라로 ‘찍어서’ 찾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너무 느리고, 너무 늦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와 인공지능(AI)이 만났다. 그것도 그냥 단순한 AI가 아니다. 바로 ‘데이터 증강’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AI가 산업현장의 복잡한 배경 소음 속에서도 1mm짜리 작은 누수 소리까지 찾아낸다. 독일 CSE 연구소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이 연구는 기존 방법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확도 95% 이상, 오탐률 2% 이하라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마이크가 귀보다 더 정확해진 이유

연구팀은 아주 간단한 출발점에서 시작했다. "사람은 복잡한 소음 속에서 누수 소리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AI는 어떨까?"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훈련 데이터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산업 현장은 공장마다 소리가 다르다. 이런 현실 소음 속에서 누수 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AI를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믹스업(Mixup)’ 방식의 데이터 증강을 도입했다.

실험실에서 녹음한 다양한 누수 소리와, 현장에서 수집한 배경 소음을 합성해 현실적인 데이터를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AI는 실제 환경에서도 누수 소리를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초고주파를 잡아라: 11~20kHz에 집중

누수 소리는 주로 사람이 듣지 못하는 초음파 대역에 존재한다. 연구팀은 특히 11kHz~20kHz 대역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찾아냈다. 기계 소음은 이보다 낮은 주파수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AI는 이 구간만 잘라 스펙트로그램 이미지로 바꿔 학습하고 판단한다. 이는 누수의 미세한 특징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어떤 마이크로도, 어떤 공장 소리에도 강하다

이번 연구는 마이크 종류나 설치 위치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다양한 마이크 데이터를 사용해 훈련시켰고, 테스트는 AI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위치에서 진행했다. 그럼에도 95% 이상 정확도를 기록했다. 환경 적응력이 매우 높은 셈이다.



AI는 단순한 '탐지'를 넘어선다

이 AI는 단순히 “누수 있음/없음”만 판단하지 않는다. 향후에는 누수의 크기나 위험도까지 예측할 수 있게 확장할 수 있다. 또, 계획된 압력 해제비정상 누수도 구분할 수 있어, 오경보를 줄일 수 있다.


무엇이 가능해졌고, 무엇이 남았나

이제는 실제 누수가 없어도, 실험실 누수 소리와 공장 소음만 있으면 AI를 훈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는다. 진짜 공장의 소음은 더 복잡하고, 기체 종류나 온도, 습도 등의 조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AI가 높은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연산이 필요하다. 실제 공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모델 경량화와 최적화가 필요하다.


소리로 보는 세상, AI가 바꾸는 안전 기준

이제 AI는 산업 현장에서 귀를 대신해 위험을 듣는다. 그것도 아주 작고, 아주 조용한 소리를. 소리로 보는 세상, 그리고 데이터로 키운 AI가 만들어가는 산업 안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출처 논문
Quick, D.; Denecke, J.; Schmidt, J. Enhancing Acoustic Leak Detection with Data Augmentation: Overcoming Background Noise Challenges. AI 2025, 6, 136. https://doi.org/10.3390/ai607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