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이미지에 '화풍'을 입히다



MRI(자기공명영상)는 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는 데 매우 강력한 도구지만, 언제나 선명한 영상을 제공하는 건 아니다. 특히 저자장(low-field) MRI 장비로 촬영된 이미지는 고자장(high-field) MRI보다 화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고가의 장비나 풍부한 데이터를 갖추기 어려운 현실에서, 저화질의 MRI를 어떻게 고화질로 '변신'시킬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그 해답이 예술과 인공지능의 만남에서 등장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예술작품의 화풍을 사진에 입히는 기술인 '신경 스타일 전이(Neural Style Transfer, NST)'를 활용해, 저자장 MRI 이미지를 고자장 이미지처럼 재구성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연구의 핵심은 '제한된 데이터만으로도 고품질 MRI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도전적인 질문에 있다.


기존 딥러닝 모델은 고화질 MRI 영상을 생성하려면 방대한 양의 훈련 데이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고자장 MRI 데이터는 매우 귀하고, 동일한 환자를 두 가지 다른 조건에서 촬영한 '쌍(pair) 데이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ED(Regularization by Denoising)'라는 기존 이미지 복원 기술에 예술 기반 딥러닝 기술인 'NST'를 접목해 'RNST(Regularization by Neural Style Transfer)'라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NST는 원래 미술작품의 화풍을 일반 사진에 입히는 데 사용된다. 예를 들어, 고흐의 화풍을 일상 사진에 적용하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 방식은 사진의 '내용(content)'은 유지하면서, '스타일(style)'만 바꾸는 원리를 이용한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MRI 영상에 그대로 적용했다. 즉, 저자장 MRI 이미지를 '내용 이미지', 고자장 MRI를 '스타일 이미지'로 삼아, 저자장 이미지를 고자장의 스타일로 변환하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화풍만 입히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MRI는 예술이 아니라 정밀한 의료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NST 엔진이 만든 '스타일화 이미지'들을 기반으로, 잡음을 줄이고 원래 조직 구조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이미지를 업데이트했다. 이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저자장 이미지는 점점 더 고자장 이미지와 비슷한 품질을 갖게 된다.


놀랍게도,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실제 고자장 MRI와 매우 유사한 품질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병 관련 데이터와 자체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다양한 해부학적 평면(axial, coronal, sagittal)과 노이즈 수준에서도 RNST가 더 선명하고 명확한 구조를 보여주는 영상을 생성했다.



심지어 고자장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스타일 이미지로도 효과를 냈다. 이는 병원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촬영된 MRI를 사용하는 실제 상황에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완벽히 일치하는 데이터가 없어도 이 기술은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RNST는 매우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다. NST에 사용할 신경망 구조(VGG16, ResNet 등)를 선택할 수 있으며, 기존의 어떤 딥러닝 모델보다도 적은 데이터로 우수한 결과를 냈다. 특히 ResNet152를 사용한 경우 가장 높은 PSNR(화질지표)와 SSIM(구조 유사도)을 기록했다.


의료 현장에서 RNST의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 부족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고자장 MRI가 없는 곳에서도 고품질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향후 자동 진단, 조직 분할, 이상 부위 탐지 등의 정밀 의료 분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 기술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반복적인 계산 과정 때문에 처리 시간이 다소 길고, 하이퍼파라미터 설정에 따른 결과 편차도 존재한다. 하지만 더 나은 스타일 전이 엔진이나 고급 잡음 제거기술이 도입되면 이 단점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예술과 의료영상의 뜻밖의 만남이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한된 자원과 데이터 속에서도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이 연구는, 앞으로 의료영상 분야의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출처 논문

Shen G, Zhu Y, Li M, McNaughton R, Jara H, Andersson SB, Farris CW, Anderson S and Zhang X (2025) Regularization by neural style transfer for MRI field-transfer reconstruction with limited data. Front. Artif. Intell. 8:1579251. [https://doi.org/10.3389/frai.2025.1579251](https://doi.org/10.3389/frai.2025.1579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