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환각제를 닮았다고? 창의성을 깨우는 뇌 속 여행

AI와 환각제가 만나는 지점: 인간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두 가지 방식의 상징적 결합



AI는 어디까지 인간을 닮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업무 자동화나 대화 상대를 넘어, 인간의 창의성에까지 AI가 깊이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이 AI의 창의성 촉진 메커니즘이 LSD나 사이로시빈 같은 환각제(사이키델릭)의 뇌 작용을 모방할 수 있다는 것!

브라이언 로스 박사(캐나다 NOSM 대학 의과학부)는 최근 논문에서 AI가 환각제의 신경학적 효과를 모방함으로써 인간의 창의적 사고를 유도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마치 뇌가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듯, AI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환각제와 AI가 인간의 창의성이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 흥미진진한 논문을 따라가 보자.



익숙한 것을 깨뜨려야 창의가 탄생한다

사람들은 늘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살아간다. 이를 두고 1960년대 환각제 전도사였던 티모시 리어리는 "현실 터널(reality tunnel)"이라 불렀다. 그는 우리가 문화적, 신경학적 습관에 갇혀 있고, 이 틀을 깨려면 뇌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열쇠로 제시한 것이 바로 환각제였다.

현대 뇌과학도 비슷한 주장을 펼친다. 환각제를 복용하면 기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뇌 영역의 활동이 감소하는데, 이 부위는 자기 성찰, 습관적 사고, 자아감과 관련이 있다. 이 네트워크가 약화되면 뇌의 서로 다른 부위가 자유롭게 소통하며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즉, 평소엔 연관 없어 보이던 생각들이 엮이며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뇌의 변화는 단순한 환각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불안, 우울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고, 동시에 창의력도 향상된다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AI, 디지털 환각제의 가능성

AI는 어떻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로스 박사는 AI가 세 가지 측면에서 환각제의 창의성 유도 메커니즘을 모방할 수 있다고 본다.

  1. '잠재적 억제(latent inhibition)' 감소: 기존에 무시하던 정보들을 의식에 떠오르게 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2.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촉진: 다양한 아이디어와 조합을 통해 창의적 도약을 유도한다.
  3. '암묵 학습(implicit learning)' 유도: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한 채 새로운 패턴을 습득하게 만든다.

이런 AI는 마치 디지털 사이키델릭처럼, 우리의 인식을 흔들고 사고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창의 방식은 다르다: AI가 이를 이해해야

하지만 창의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성격, 경험, 감정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복잡한 현상이다. 로스 박사는 AI가 진정한 창의성 보조자가 되려면 사용자의 성격과 심리적 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AI는 심리 프로파일링 기능과 감정 분석, 실시간 반응 피드백 등을 포함해야 한다. 마치 창의성을 키우는 심리치료사가 개입하듯, AI가 사용자의 뇌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다.



창의성의 도구인가, 환각적 의존인가

물론 이런 AI 사용에는 주의점도 있다. 하나는 의존성이다.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인간의 사고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창작의 획일화로, AI가 기존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다보면 새로운 것이 아닌 반복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AI는 창의성을 자극하는 디지털 환각제일 수 있지만, 그 마침표는 인간이 찍어야 한다. 창의성의 최종 결정은 인간의 몫이다.



마치며

이 논문은 우리가 AI를 똑똑한 비서나 창작 도구로만 보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뇌과학적 통찰과 AI가 만날 때, 인간 창의성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는 가능성. 그 핵심은 혼란 속의 질서다. 그리고 이 질서를 만들어내는 AI라면,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사고의 동반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출처 논문:
Ross BM (2025) Leveraging psychedelic neuroscience to boost human creativity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Front. Artif. Intell. 8:1589086. https://doi.org/10.3389/frai.2025.1589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