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이 만든 새로운 균형 — 가상과 현실 사이의 몸 조절 실험
혼합현실 세계에서 균형을 잡다- 사용자가 MR 헤드셋을 착용한 채 가상의 물체에 손을 뻗는 모습. 현실과 가상이 맞닿는 순간, 새로운 형태의 움직임이 탄생한다. |
현실과 가상,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다
혼합현실 기술이 사람의 몸 균형에 미치는 놀라운 영향
매일 무심코 걷고, 서고, 손을 뻗는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움직임 뒤에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복잡한 몸의 조절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특히 몸의 중심을 잡는 자세 조절(postural control)은 우리가 넘어지지 않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중요한 능력이다.
그런데 이 능력을 가상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정답은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에 있다.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최신 MR 장비를 활용해, 가상과 현실이 섞인 환경에서 사람이 몸의 균형을 얼마나 잘 잡을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다. MR이 오히려 몸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몸의 균형을 실험하다
연구팀은 20명의 건강한 참가자를 모집해, 스탠딩 자세에서 한 손으로 반복해서 가상의 공을 터치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은 세 가지 조건에서 이뤄졌다.
- 현실 환경(noMR): 일반 스크린 앞에서 손을 뻗어 터치
- MR 환경 – 피드백 없음(MR target+): 가상 공을 터치해도 아무 반응 없음
- MR 환경 – 피드백 있음(MR target−): 공을 터치하면 시각적으로 "사라짐"
각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몸 중심 이동(center of pressure, COP)과 다리 근육의 전기신호(EMG), 그리고 머리와 눈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오히려 더 안정적이었다, MR의 효과
실험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사실은 MR 환경에서 오히려 자세가 더 안정적이었다는 점이다. 특히 가상 공을 터치하면 시각적으로 반응이 있는 경우(MR target−), 몸의 흔들림(COP 변화량)과 다리 근육의 긴장도(EMG)가 가장 낮았다.
즉, 실제로 손에 감촉이 있는 것도 아닌, 단지 "화면에서 공이 사라지는" 피드백만으로도 사람의 뇌와 몸은 더 자연스럽고 안정된 움직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눈과 머리의 움직임, 균형에 영향을 줄까?
사람은 자세를 유지할 때 눈과 머리의 움직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연구진은 손을 쓰지 않고 눈이나 머리만으로 가상 공을 추적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눈이나 머리를 움직일 때 몸의 흔들림은 오히려 적었다. 즉, 손을 뻗는 동작이 균형을 더 크게 흔드는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가상현실과는 다르다
이 연구에 사용된 혼합현실(MR)은 완전히 몰입시키는 가상현실(VR)과 다르다. VR은 현실을 차단하고 가상 공간에만 몰입하게 하지만, MR은 현실 환경을 보면서도 가상 요소와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재활치료에 MR이 쓰인다면?
MR은 재활치료 분야에 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복적인 균형 훈련이 부담스러운 환자에게, MR은 더 안전하고 몰입도 높은 훈련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가상이 만들어낸 진짜 움직임
이 연구는 "가상이 실제 움직임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언젠가 병원, 헬스장, 심지어 거실에서도 MR을 활용한 훈련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가상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세상,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출처 논문
Zhang, Y., Matsumoto, A., Oshima, C., Sakamoto, K., Sugiyama, T., & Liang, N. (2025). Standing postural control during an upper limb reaching task in a mixed reality condition: analysis of center of pressure and lower limb muscle activities. Virtual Reality, 29,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