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많으면 NFT 가격도 올라간다고?
몇 년 전만 해도 NFT라는 단어는 낯설었다. 그런데 이제 디지털 아트, 게임 아이템, 밈까지 NFT로 사고파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NFT 가격은 뭘로 결정될까? 기술? 희소성? 아니면 단순한 ‘팬덤’?
마카오과학기술대와 중국 산터우대 연구팀이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팬 경제(fan economy)’가 NFT 가격에 정말 영향을 미칠까? 이 논문은 150개의 NFT 프로젝트, 무려 반 년치 Discord·Twitter 팔로워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 결론은? 팬이 많으면 가격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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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열풍, 팬덤으로 불붙다
2021년, 디지털 아티스트 Beeple의 작품 *Everydays*가 무려 6,930만 달러에 팔렸다. Pak의 *Merge*는 9,1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언론과 SNS는 난리가 났다. 이때부터 ‘팬덤 경제’가 NFT에 불을 붙였다.
연구팀은 Discord와 Twitter 같은 소셜 플랫폼의 팔로워 수를 팬덤의 크기로 봤다. NFT 프로젝트별로 매일 몇 명이 모이고 떠나는지, 가격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일일이 수집했다. 이게 쉽지 않았다. 자동화된 API도 없어서 손으로 데이터를 모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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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 늘면 가격도 오른다?
분석은 간단하다. Discord 팔로워가 늘면 NFT 평균 가격도 같이 올랐다. 놀라운 건 이 효과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Discord는 최대 36일, Twitter는 무려 53일까지 팔로워 증가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연구팀은 군집 행동(Herd Behavior)을 이유로 꼽았다. NFT 시장은 아직 불확실하고, 정보가 적다. 사람들은 ‘나 혼자 사는 것’보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자’를 선택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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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경제는 양날의 검
하지만 이게 꼭 좋은 건 아니다. 팔로워 수는 쉽게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계정, 자동 봇 팔로워, 유료 팔로워 서비스까지 이미 흔하다. 연구팀은 “팔로워 수만으로 NFT 가치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팬덤이 만든 가격 거품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한때 인기를 끌던 NFT 프로젝트가 순식간에 바닥을 친 사례는 수도 없다. 팬덤이 만든 집단 심리가 가격을 부풀리지만, 거품이 빠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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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발행자와 투자자에게 주는 교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중요한 힌트를 준다. NFT 발행자는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커뮤니티 관리를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AMA(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밈 공유, 한정판 NFT 배포 등 팬덤을 자극하는 이벤트는 가격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투자자라면? 팔로워 수를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진짜 커뮤니티가 활발한지 봐야 한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대화하고, 정보가 공유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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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왜 이렇게 팬덤에 약할까?
NFT는 본질적으로 ‘희소성’을 무기로 한다. 그런데 희소성만으론 불안하다. 기술적 가치나 실물 담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하다. 이때 ‘팬덤’은 불안을 달래주는 일종의 보증 수표가 된다. 다 같이 믿으면 가격도 유지된다.
이 논문은 그걸 데이터로 증명했다. 팬덤이 가격을 올리고, 팬덤이 유지될수록 가격은 버틴다. 다만, 이것만으로 NFT가 ‘기초 체력이 있다’고 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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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팬이 만든 가치는 진짜일까?
NFT 시장은 여전히 실험실이다. 팬덤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가장 위험한 변수다. 이 연구는 NFT 가격이 단순한 기술적 가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오늘 당신이 본 NFT가 인기가 많아 보인다면? 그 뒤엔 팬덤 경제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팬이 많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지갑을 열어선 안 된다. 언제든 거품은 빠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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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Zhang J, Cao Q and Wen R (2025) Has the fan economy affected the price of non-fungible tokens (NFTs)? *Front. Blockchain* 8:1588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