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처럼 치료한다” – 무릎·엉덩이 관절염에 가상현실 운동의 놀라운 효과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노년층에게 ‘운동하라’는 말만큼 뜬구름 같은 조언도 없다. 하지만 이제 운동이 더 이상 고역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리모컨을 쥐고 게임 속 아바타가 되어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통증이 줄어든다면? 그것도 ‘몰입형’이 아닌, TV를 보며 가볍게 따라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비몰입형 가상현실 운동(Non-Immersive Virtual Reality Exercise, NIVR)’이 노년층의 무릎과 엉덩이 관절염 통증 완화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과학적으로 보여줬다. 단순히 기분이 좋아졌다는 수준이 아니라, 의학적 평가 도구를 통해 ‘통증이 줄었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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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과 물리치료의 만남


연구진은 60세 이상 노년층 6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은 기존의 물리치료만 받았고, 다른 한쪽은 여기에 닌텐도 ‘링피트 어드벤처’ 같은 운동 게임을 20분씩 추가했다. 총 10주간, 주 3회씩 총 30회 운동을 진행한 결과, 가상현실 운동을 병행한 그룹은 눈에 띄게 더 큰 통증 감소 효과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평균 통증 수치’에서의 변화다. 실험 시작 전, 두 그룹 모두 평균 46~47mm 수준의 통증을 보고했지만, 30회 세션이 끝난 뒤 가상현실 그룹은 평균 14mm까지 떨어졌다. 물리치료만 받은 그룹은 약 39mm로, 큰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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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증 완화는 분명했지만... 감각 신호엔 변화 없어


흥미롭게도, 피부에 가해지는 압력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한 '압력통증역치(PPT)' 값에서는 두 그룹 모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는 신경계의 통증 민감성이 NIVR 운동만으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환자들은 실제로 덜 아프다고 느끼긴 했지만, 몸의 통증 신호 체계 자체는 바뀌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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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효과가 있었을까?


NIVR의 효과는 ‘심리적 몰입’ 덕분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게임을 따라 하다 보면 고통에 집중하지 않게 되고, 스스로 운동을 ‘즐겁게’ 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감정, 주의 분산, 자기 효능감 상승 등의 심리적 요인이 통증 완화에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아쉽게도 ‘짧았다’. 30회 프로그램이 끝난 후 한 달 뒤 추적조사에서는 통증 수치가 다시 올라갔다. 장기 효과를 위해서는 꾸준한 ‘유지 운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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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구가 던지는 시사점


무릎과 엉덩이 관절염 환자 대부분은 약물, 물리치료, 수술 등으로 치료를 이어간다. 하지만 이 연구는 “비싼 장비 없이도, 가볍고 재미있는 게임 형식의 운동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통증이 줄었다’는 환자 스스로의 평가(Global Rating of Change) 점수도 NIVR 그룹이 더 높았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환자의 실제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강력한 신호다.


하지만 연구진은 분명히 경고한다. “이 효과를 오래 유지하려면,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어쩌면 TV 앞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VR 체조 타임’이 미래의 재활 트렌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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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논문

Guede-Rojas, F.; Mendoza, C.; Rodríguez-Lagos, L.; Soto-Martínez, A.; Ulloa-Díaz, D.; Jorquera-Aguilera, C.; Carvajal-Parodi, C. Effects of Non-Immersive Virtual Reality Exercise on Self-Reported Pain and Mechanical Hyperalgesia in Older Adults with Knee and Hip Osteoarthritis: A Secondary Analysis of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Medicina* 2025, 61,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