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VR에서 '손'을 보면, 위생 행동이 달라진다?




의과대학에서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해부학 시뮬레이션을 넘어, 피부암 검진이나 응급처치 같은 실제 임상 상황까지 VR로 연습하는 시대다. 그런데 VR 안에서 보여지는 ‘손’의 모습이 학생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믿을 수 있을까?

독일 뮌스터대학교와 자를란트대학교의 공동 연구팀은 바로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VR 내에서 손을 실제와 비슷하게 디자인할 경우, 위생 관련 행동(예: 장갑 착용)이 더 잘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현실 같은 손 vs 초록색 가상손

연구팀은 200여 명의 의대생을 대상으로 피부암 검진 VR 시뮬레이션에 참여시키고, 손의 외형을 두 가지로 나눴다. 하나는 실제 손처럼 피부 질감이 살아있는 리얼 버전, 다른 하나는 초록색 투명한 추상화된 손이었다. 이 두 그룹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한 결과, 실제 같은 손을 본 학생들이 장갑을 더 자주 착용했다.

반면 초록색 손을 본 학생들은 시뮬레이션 내에서 이동을 더 빠르게 하며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는 속도가 빨랐다. 즉, 위생 행동은 리얼 손이, 초기 적응은 추상 손이 유리했던 셈이다.


손이 리얼하면, 내가 진짜로 느껴진다?

이 연구는 단순한 디자인 실험이 아니다. ‘현실감(Immersion)’과 ‘몰입(Embodiment)’이라는 개념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사람은 VR에서 손이 실제처럼 보일수록 그 손을 자기 것처럼 느끼게 된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학생들이 위생 수칙을 더 자발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학생들은 실험 후 선호도를 물었을 때도 대부분 실제 손 형태를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며, ‘다시 사용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VR 의료교육의 방향은?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VR 시나리오에서 학습 목표가 위생 행동 같은 의료 루틴일 경우, 현실적인 손 디자인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빠른 적응이나 조작에 초점을 둘 땐 추상화된 손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의료 VR은 단순히 실감 나는 그래픽을 넘어서, 어떻게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손 하나 바꿨을 뿐인데, 행동이 달라졌다. 앞으로는 손뿐 아니라 피부색, 손톱, 제스처 등 세부적인 디자인까지도 중요한 교육 요소가 될 수 있다.

출처 논문
Junga, A., Bozdere, P., Hätscher, O., et al. (2025). Rethinking interaction design - special implications for interaction concepts in medical education using virtual reality. Virtual Reality, 29:98. https://doi.org/10.1007/s10055-025-01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