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 몰입감을 더하는 법, 이제 과학적으로 밝혀진다!

실험 참가자가 HMD를 쓰고 가상의 숲 속을 손으로 탐험하는 모습

 

"VR 속에 있다는 느낌이 실제보다 더 진짜 같았다"—이런 경험, 한 번쯤 해본 적 있을까? 요즘처럼 가상현실(VR)이 점점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시대에, '얼마나 현실처럼 느껴지는가'는 VR의 성공을 가르는 핵심 요소다. 독일 뤼벡대학교 연구진은 이 '몰입감(Presence)'을 좌우하는 요소들을 과학적으로 파헤쳐 보기 위해 한 가지 색다른 시도를 했다.

 

 '몰입감'이란 도대체 뭘까?

 

가상현실에서의 '몰입감'은 단순히 '재밌다'는 느낌이 아니다. 진짜 그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감각이다. 연구자들은 이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는 화면 해상도, 조명 밝기, 상호작용 방식, 그리고 사용자의 연령이나 감각 능력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각각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따로 떼어 연구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실험을 위한 '맞춤형 VR 시스템' 개발

 

그래서 연구팀은 VR 몰입감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실험 도구를 만들었다. 하나는 Unreal Engine으로 만든 고품질 VR 앱, 또 하나는 Vue.js 기반의 웹 인터페이스다. 이 시스템은 연구자가 실험 중 몰입감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조정하고, 참가자의 반응을 기록할 수 있게 설계됐다. 조명 강도, 콘트라스트, 텍스처 해상도, 오브젝트 밀도 등 주요 요소들을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고, 피험자는 자신이 가장 몰입된다고 느끼는 조합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어떻게 실험했을까?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먼저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테스트한 뒤, 실제 실험에서는 연령대가 다양한 115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4가지 VR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예를 들어 "숲속에서 물뿌리개를 찾는다"는 간단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화면 설정을 하나씩 바꾸어가며, 어떤 설정에서 가장 '내가 거기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지를 선택했다. 이후 해당 설정에서 과제를 수행한 후 몰입감을 점수로 평가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참가자가 가장 몰입감을 느낀 요소는 조명 강도나 해상도 같은 시각적 요소였다. 특히 '현실감', '관여도', '있다는 느낌' 세 가지 지표에서 매우 높은 점수가 나왔다. 반면 '자기 존재감'(내 아바타가 진짜 나처럼 느껴지는가)이나 '사회적 존재감'(다른 사람이 거기에 같이 있는 듯한 느낌)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실험에 사용된 환경이 대부분 1인용이고, 아바타 표현이 손만 있는 정도로 제한적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연구는 단순히 VR을 더 리얼하게 만드는 기술적 팁을 제시한 게 아니다. 수많은 VR 연구가 결과를 비교하기 어려웠던 이유—바로 실험 조건과 사용자 설정이 제각각이었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검증 실험'을 통해 몰입감 요소들의 조합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할 계획이다.

 

"VR을 더 몰입감 있게 만들고 싶다면? 이제 과학이 답해줄 준비가 됐다."

 

---

 

출처논문: 

Dresel, M.; Wortmann, R.B.; Siraf, P.; Fuchs, L.; Jochems, N. Enabling Exploratory Yet Systematic Investigation of Presence Factors in Virtual Reality: Proposed Methodology, Research Tool Development, and Practical Application. Virtual Worlds 2025,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