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을 말하는 Web3,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 블록체인과 지구, 새싹이 결합된 이미지로 재생금융의 가능성과 의문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Web3 생태계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ReFi’라는 단어가 점점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ReFi, 즉 ‘재생금융(Regenerative Finance)’은 이름만 들어도 뭔가 멋져 보인다. 환경도 살리고, 사회도 돌보고, 새로운 금융 시스템까지 꿈꾸는 이 움직임은 그야말로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토록 멋진 말 뒤에 실제 변화는 얼마나 따르고 있을까?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UTS)의 연구원 케이트 베넷(Kate Bennett)은 이 질문을 가지고 Web3의 ReFi 프로젝트들을 정밀하게 파헤쳤다.
좋은 말은 넘치지만, 구조는 부실하다
베넷은 총 40개의 자칭 ReFi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그들이 실제로 “재생”이라는 말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평가했다. 단순히 “우리는 친환경이에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자금 구조나 거버넌스, 실질적인 영향력 측면에서 얼마나 ‘재생적’인지를 구조적으로 따져본 것이다.
이 평가를 위해 베넷은 6개의 핵심 항목을 세웠다. 이 항목은 ‘재생금융 설계’, ‘실제 사회·환경적 영향’, ‘조직 운영 방식’ 세 가지 영역에서 세부적으로 나뉜다.
- 3개(7.5%)의 프로젝트만이 ‘높은 재생 정합성’을 보였다.
- 17개(42.5%)는 '중간 정도의 정합성',
- 18개(45%)는 전통적인 지속가능 금융과 유사한 수준,
- 2개(5%)는 '구조적으로 재생성과 거리가 먼' 프로젝트로 분류되었다.
이름만 '재생'인 프로젝트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이른바 ‘파인라인(Fine Line)’ 프로젝트들이다. 겉으로는 기후 행동과 탄소시장 개혁을 외치지만, 실제 구조는 매우 모호하거나 중앙집중적이다. 투명하지 않은 자금 흐름, 검증되지 않은 토큰화 모델, 실제 지역사회와의 단절 등…
한마디로, 표면만 번지르르한 ‘가짜 재생’ 프로젝트들이었던 것이다.
반면, 진짜 ‘재생’은 어떤 모습일까?
고득점 프로젝트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닌다:
- 지역사회, 문화, 정치, 생태까지 통합하는 ‘전체론적’ 접근
- 사람 간 관계성과 지역 중심성을 강조한 구조
- 단기 수익보다 시스템 건강성과 상호협력 중시
- 재생을 기술이 아닌 ‘관계적 실천’으로 이해
흥미롭게도, 이들 프로젝트는 창립 팀의 성별·지리적 다양성도 높은 경향을 보였다. 구성원의 다양성이 곧 복합적 사고와 책임감 있는 설계를 낳는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이 ‘재생’을 가능케 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의 분산화·투명성은 분명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그 기술이 재생적 변화를 이끌려면, 의도적이고 구조적인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단순히 “기존 시스템을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ReFi, 정체성의 기로에 서다
이제 ReFi는 중대한 질문을 마주한다. “우리는 단지 새로운 포장을 한 지속가능 금융인가, 아니면 진짜 시스템을 재설계하려는 운동인가?”
재생이라는 말이 진짜 의미를 가지려면, 그 말이 설계, 실행, 영향 구조 전반에 녹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받을 수 있고, 진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재생은 말이 아니라 구조다. 진짜 변화는 그 구조에서 시작된다.” – 케이트 베넷
📚 출처 논문
Bennett K (2025). An evaluation of the regenerative claims of Web3’s ReFi movement. Front. Blockchain 8:1564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