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여는 백신 혁명: 어제·오늘·내일
인류가 전염병과 사투를 벌여온 지난 수십 년간, 백신 개발은 늘 시간과 비용의 시험장 역할을 해왔다. 2025년 7월 18일 발표된 엘파티미(Elfatimi) 등 연구진의 논문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이 백신과 면역치료제 개발에 가져온 변화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관점에서 정리했다. 이 연구는 백신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 맞춤형 면역치료의 새 길을 여는 핵심 열쇠로 AI를 제시한다.
전통적으로 백신 개발은 실험실에서의 시행착오와 동물실험에 크게 의존했다. 항원 스크리닝부터 안전성·면역원성 평가까지 수년이 소요됐고, 비용도 수백만 달러에 달했다. 특히 아형(subunit) 백신은 높은 안전성을 보이지만, 적합한 항원을 찾는 과정이 매우 고되고 복잡했다. 이 과정에서 AI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컴퓨터 모델링이 단순한 수학 모형에 머물렀으나, 방대한 데이터와 연산 능력의 한계로 면역계의 복잡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오늘날 AI와 딥러닝(DL)은 백신 개발에 네 가지 핵심 영역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 AI는 항원 및 에피토프(항원 결정부위) 예측 모델을 통해 B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자극할 후보 서열을 찾아낸다. 둘째, CNN(합성곱 신경망) 기반의 분류 모델로 보호 면역 반응과 비보호 반응을 구분해 최적의 표적을 선별한다. 셋째, 다중 작업 오토인코더(autoencoder)를 사용해 면역원성과 보존성(conservation)을 동시에 고려한 에피토프를 우선순위화한다. 넷째,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을 활용해 다중 에피토프 백신 설계 시뮬레이션을 수행,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조합을 생성한다.
AI는 전통적 동물실험의 일부를 대체할 뿐 아니라, 임상시험 단계에서도 실시간 모델링으로 환자의 면역 반응 예측과 안전성 평가를 지원한다. 미국 NIH와 FDA는 이미 일부 동물실험 규정을 AI 기반 컴퓨팅 모델과 인체 오가노이드 시스템으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전임상 단계에서 연구 기간을 단축하고, 실패 확률을 줄여 백신 상용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AI는 다중 오믹스(유전체·전사체·단백체 등) 데이터를 통합해 환자별 면역 특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HLA(인간백혈구항원) 다양성을 고려한 에피토프를 선택, 전 세계 인구의 95% 이상을 아우르는 백신 후보를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2·A3·B7 슈퍼타입에 맞춘 CD8+ T세포 백신은 유럽·동아시아·남미 인구 대다수에게 효과적이다.
내일의 AI는 생성 모델과 멀티모달 학습, 해석 가능한 머신러닝(XAI)을 통해 더욱 개인화된 백신 설계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실시간 팬데믹 대응 시, 전 세계 시퀀스 데이터베이스(GISAID 등)에서 변이 정보를 자동으로 업데이트하고, 강화학습을 이용해 최적의 부스터 용량과 접종 간격을 제시할 것이다. 물류 단계에서는 냉장유통망 예측과 배분 시뮬레이션으로 공평한 백신 배분을 구현한다.
이 연구는 AI가 백신·면역치료제 개발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혁신하며, 임상 현장과의 간극을 좁히는 다학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앞으로 AI와 면역학이 손잡으면 개인 맞춤형 정밀 백신 시대가 눈앞에 온다. 과학자·의사·AI 연구자 간 긴밀한 소통과 상대 분야의 이해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출처논문:
Elfatimi, E., Lekbach, Y., Prakash, S., & BenMohamed, L. (2025). Artificial intelligence and machine learning in the development of vaccines and immunotherapeutics—yesterday, today, and tomorrow. Frontiers in Artificial Intelligence, 8, 1620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