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사진 한 장이면 끝! AI가 발 변형까지 찾아낸다
발은 사람의 몸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발 변형으로 고통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무지외반증’.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신발을 신을 때 통증이 생기고 걷기도 불편해진다. 전 세계 성인의 약 23%가 무지외반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흔한 질환을 진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은 서서 찍은 발 엑스레이를 보고 전문의가 각도를 일일이 재서 변형 정도를 판단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병원마다 측정 기준이 조금씩 달라 오차도 생긴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 연구진은 이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AI)에게 맡겨버렸다. 발 사진 한 장만 있으면 AI가 순식간에 각도를 측정해 무지외반증부터 평발까지 척척 찾아낸다.
사람이 3분 걸리는 걸 AI는 즉시 끝낸다
이번 연구는 프랑스 페르피냥 병원과 파리의 한 AI 스타트업이 함께 진행했다. 연구진은 지난 5년간 105명의 성인 환자가 찍은 376장의 발 엑스레이를 모았다. 이 사진에는 수술 흔적이 있거나, 움직임이 살짝 흔들린 사진까지 포함됐다. 일부러 현실에서 찍히는 ‘흔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사람은 평균 1명의 발 사진을 분석하는 데 약 3분(203초)이 걸렸다. 전문가 2명이 각각 모든 각도를 일일이 재고, 다시 비교해 평균값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AI는 같은 사진을 거의 즉시 분석해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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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어떻게 각도를 잴까?
연구팀은 ‘TechCare Bones’라는 이름의 딥러닝 모델을 썼다. 이 AI는 2만 장 가까운 발 엑스레이를 학습했다. 사진이 들어오면 뼈의 윤곽을 찾아내고, 관절 중심과 뼈 끝을 자동으로 찾아낸다. 그런 다음 미리 학습한 임상 해부학 규칙을 바탕으로 각도를 계산한다.
핵심은 총 8가지 발 각도를 자동으로 측정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무지외반증을 보는 M1-P1 각도, 발볼 넓이를 보는 M1-M2와 M1-M5, 발등과 발뒤꿈치 각도인 Djian–Annonier, Meary–Tomeno 각도 등이 있다. 이 중 무지외반증 판단의 핵심인 M1-P1 각도는 AI가 사람과 거의 똑같은 정확도로 계산했다. 실제로 AI와 사람의 평균 각도 차이는 2.27도에 불과했다.
무지외반증부터 평발까지 한 번에 진단
AI는 단순히 각도를 재는 데 그치지 않았다. 무지외반증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경중도까지 분류했다. 예를 들어 M1-P1 각도가 15도 이상이면 무지외반증으로 본다. 20~40도면 중등도, 40도 이상이면 중증이다. AI의 무지외반증 탐지 정확도는 무려 94%. 민감도(놓치지 않는 비율)는 91%, 특이도(오진하지 않는 비율)는 97%였다. 특히 중증 무지외반증은 100% 특이도로 잡아냈다.
또한 AI는 발 모양을 기준으로 평발 여부까지도 파악했다. Djian–Annonier 각도를 활용해 135도 이상이면 평발, 115도 이하이면 요족(높은 발등)으로 분류한다. AI의 평발 탐지 정확도는 98%에 달했다.
사람보다 오히려 더 일관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AI가 사람보다 더 일관적으로 측정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추가로 다른 전문의에게도 같은 사진을 재측정하게 했다. 그 결과 일부 각도에서는 사람끼리 측정한 값보다 AI가 사람과 더 비슷한 값을 냈다. 특히 M1-M2, M1-P1 각도는 AI와 사람이 측정한 값의 일치도가 ‘매우 우수(ICC ≥ 0.91)’로 평가됐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다. P1-P2라는 각도에서는 AI의 오차가 다소 큰 편이었다. 하지만 이 각도는 진단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현실 진료에도 쓸 수 있을까?
이번 연구의 의미는 단순하다. 무지외반증이나 평발 진단처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반복 작업을 AI가 대신해준다는 점이다. 현재는 전문의가 사진을 보고 각도를 재야 보험 청구와 수술 계획에 반영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AI가 자동으로 결과를 만들어보고 의사가 최종 확인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은 몇 초 만에 끝난다.
또 하나의 장점은 ‘평가의 표준화’다.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던 측정값이 AI 덕분에 통일된다. 이는 다기관 연구나 수술 전후 비교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연구는 한 병원에서만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더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수술 기구가 들어간 사진에서는 일부 각도의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킬 필요가 있다.
발 사진 한 장이 주는 새로운 가능성
무지외반증은 물론이고, 평발이나 요족 등 다양한 발 변형은 많은 사람의 걸음걸이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AI는 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몇 초 만에 처리해 의사와 환자 모두의 시간을 절약한다. 머지않아 병원에서 발 엑스레이를 찍으면 AI가 먼저 각도를 재고, 의사는 그 결과를 확인하고 치료를 결정하는 풍경이 당연해질지도 모른다.
출처 논문
Tanzilli, J.; Parpaleix, A.; de Oliveira, F.; Chaouch, M.A.; Tardieu, M.; Huard, M.; Guibal, A. Automatic Weight-Bearing Foot Series Measurements Using Deep Learning. AI 2025, 6, 144. https://doi.org/10.3390/ai6070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