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건강 지키는 인공지능, 이제는 스스로 배운다!
OCT-SelfNet, 의료 데이터 부족 문제를 뚫고 나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창에 이상이 생기면 삶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 특히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 같은 질환은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병원 현장에서는 환자의 눈 상태를 판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의료 이미지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 정보 보호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샬럿캠퍼스의 연구팀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들은 AI가 스스로 배우는 능력, 즉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을 활용해 눈 질환 진단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름하여 OCT-SelfNet. 이제 인공지능은 의사에게 전부 배우지 않아도 된다!
데이터가 부족해도 AI는 배운다?
기존 인공지능은 수천 장의 이미지와 그에 대한 정답(라벨)이 있어야만 학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데이터를 쉽게 구할 수 없다. 특히 개인 정보를 포함한 정밀한 의료 영상은 더욱 그렇다.
여기서 OCT-SelfNet은 한 수 앞선 전략을 썼다. 바로 **'라벨이 없는 데이터'**로 먼저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기지도학습.
좀 더 쉽게 말하면, 퍼즐의 일부를 가린 뒤 남은 조각만 보고 원래 그림을 맞추게 하는 훈련을 반복하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이미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퍼즐 훈련을 거친 AI는 그 다음 단계에서 진짜 진단 업무에 투입된다.
세 개의 병원 데이터로 하나의 강력한 AI를 만들다
이 AI는 단순히 한 병원의 이미지 데이터만 보고 훈련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세 곳의 서로 다른 기관에서 수집한 OCT 이미지(망막 단층 촬영 이미지)를 모아 데이터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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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지도학습 단계에서는 이 데이터들을 모두 섞어 AI가 다양한 형태의 눈을 접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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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학습 단계에서는 각각의 병원 데이터를 따로 학습시켜, 병원마다 다른 영상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OCT-SelfNet은 새로운 병원 이미지에도 잘 적응하는 AI로 성장했다. 놀랍게도 기존의 유명한 AI 모델인 **ResNet-50이나 Vision Transformer(ViT)**보다도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줬다!
기술적으로 뭐가 특별했을까?
OCT-SelfNet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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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V2라는 최신 트랜스포머 모델 사용: 복잡한 눈 구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다. 기존의 ViT보다 계산 효율이 높고, 더 정교하게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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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킹 기법을 이용한 오토인코더: 이미지의 70%를 가리고, 남은 정보만으로 전체를 복원하게 하는 훈련 방식이다. 이를 통해 모델은 이미지의 핵심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게다가 연구진은 단일 병원 데이터만 쓴 경우보다 여러 병원의 데이터를 합친 경우 훨씬 좋은 성능을 낸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실제 진료에서 다양성을 갖춘 AI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병원 현장에 곧 투입될 수 있을까?
연구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처한 상황에서도 OCT-SelfNet은 일관되게 높은 정확도를 유지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연구진은 한 병원의 데이터로 훈련된 AI를 다른 병원의 영상에 시험했는데, 기존 모델이 크게 성능이 떨어진 데 반해 OCT-SelfNet은 놀라운 일반화 능력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전하게 적용 가능한 AI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인공지능은 의사를 돕는 동료가 된다"
물론 인공지능이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OCT-SelfNet 같은 기술이 있다면, 진단 속도는 빨라지고, 의사는 더 정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실명 위험이 있는 고위험 환자군을 조기에 걸러낼 수 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연구는 의료 AI가 직면한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인 데이터 부족 문제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돌파구는 "스스로 배우는 AI"였다.
출처
Jannat, F.-E., Gholami, S., Alam, M. N., & Tabkhi, H. (2025). OCT-SelfNet: a self-supervised framework with multi-source datasets for generalized retinal disease detection. Frontiers in Big Data, 8, 1609124. https://doi.org/10.3389/fdata.2025.1609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