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도 AI에게 맡겨라? 똑똑해진 공장, 전기료도 똑똑하게 아낀다


요즘 공장 바닥이 달라졌다. 예전엔 기계가 돌아가는 만큼 전기세가 늘어나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스마트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공장들은 전기를 아끼는 것도 인공지능(AI)이 알아서 한다. 미국 위치타 주립대 연구팀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이 흐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연구진은 ‘유연 작업장 스케줄링(Flexible Job Shop Scheduling)’이라는 낯선 용어에 AI를 붙였다. 말이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면, 여러 대의 기계와 다양한 작업을 어떻게 배치해야 전기를 가장 적게 쓰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AI가 스스로 계산한다는 얘기다.


공장 스케줄링이 왜 중요한가?

공장은 단순히 기계만 돌린다고 굴러가지 않는다. 어떤 제품을 만들지, 어떤 순서로, 어떤 기계에서 처리할지, 심지어 기계를 언제 켜고 꺼야 할지까지 모두 계획이 필요하다. 이것을 잘못 짜면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전기는 줄줄 새나간다.

특히 최근 제조업은 소량 다품종 생산으로 바뀌면서 스케줄링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매번 다른 주문에 맞춰 기계 배치를 새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에너지 절약’이라는 숙제를 더했다. 어떻게 하면 전기를 아끼면서도 공장을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AI가 직접 짜는 스마트한 스케줄

연구팀은 ‘어드밴티지 액터-크리틱(Advantage Actor-Critic, A2C)’이라는 AI 강화학습 기법을 썼다. 이름부터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AI가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떤 배치가 전기를 덜 먹는지 계속 배우는 방식이다.

공장 안에는 여러 대의 기계가 있다. 기계는 켜져 있을 때만 전기를 먹는 게 아니다. 켜져 있지만 일이 없으면 ‘대기 전력’이 계속 든다. 기계를 껐다 켜는 데도 에너지가 든다. 부품을 기계에서 기계로 옮길 때도 에너지가 든다. 연구팀은 이런 모든 상황을 AI에게 가르쳤다.

예를 들어, 어떤 기계를 켜두는 게 좋을지, 언제 꺼야 추가 전기료가 줄어드는지, 여러 작업을 묶어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을지 등을 AI가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덕분에 공장은 불필요한 대기 전력을 줄이고, 부품 이동에 드는 에너지도 아낄 수 있다.


실제로 얼마나 아낄까?

연구팀은 기존 전통적인 방식(MILP)과 AI 방식(A2C)을 비교했다. 작은 공장에서는 전통적인 방식도 꽤 잘 돌아갔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대형 공장에서 AI가 짠 스케줄은 전기 사용량을 최대 80%까지 줄였다. 심지어 계산 시간도 훨씬 짧았다. 기존 방법은 한 번 계산에 1시간 이상 걸렸지만, AI는 0.5초도 안 걸렸다. 실제 공장에서 돌릴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산업계가 기대하는 이유

공장 전기료는 제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기를 아끼면 그만큼 생산비가 줄어들고, CO2 배출도 덩달아 줄어든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산업 4.0’ 시대에 꼭 맞는 솔루션이라고 강조한다. 디지털 트윈, 실시간 데이터 분석, IoT 센서와 결합하면 공장이 스스로 최적의 스케줄을 짜고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일부 대기업들은 공장에 AI 스케줄링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런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누구나 쓸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개발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도

물론 한계도 있다. 현재 모델은 기계가 갑자기 고장나거나 새로운 주문이 갑자기 들어오는 상황까지는 반영하지 못한다. 현실 공장은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아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동적으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AI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AI가 공장을 얼마나 더 똑똑하게 만들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공장이 똑똑해질수록 전기도 똑똑하게 쓴다. 그리고 그 중심엔 AI가 있다. 앞으로는 사람이 복잡한 공장 스케줄을 머리로 짜는 대신, AI가 전기료까지 계산해 가장 알맞은 방법을 제시하는 시대가 온다.





출처 논문
Singh, S.S.; Joshi, R.; Gupta, D. An Advantage Actor-Critic Approach for Energy-Conscious Scheduling in Flexible Job Shops. J. Artif. Intell. 2025, 7, 178–200. https://doi.org/10.32604/jai.2025.065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