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택배 상자에도 똑똑함을 입히다

온라인으로 물건 하나 주문하면 따라오는 게 있다. 바로 산더미 같은 포장재다. 택배 상자를 열고 나면 남는 건 종이박스, 뽁뽁이, 충전재…. 편리함 뒤엔 늘 쓰레기가 쌓인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 포장 쓰레기는 점점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남는 공간 없이 딱 맞는 상자를 쓸 수 있다면? 필요한 만큼만 포장재를 쓰고, 배송비는 줄이고, 쓰레기도 확 줄인다면? 미국 남부 아칸소대 연구팀은 여기에 AI를 불러왔다. ‘스마트 포장 AI’가 전자상거래의 포장 낭비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실험한 것이다.

📊 데이터를 읽고, 딱 맞게 싸라

연구팀은 세 단계로 실험을 설계했다. 먼저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에서 발생한 포장 쓰레기 데이터를 모았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큰 상자에 담겼는지, 공간이 얼마나 비었는지, 포장재는 얼마나 쓰였는지 꼼꼼히 따졌다.

그다음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돌렸다. 핵심은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라는 AI 모델이었다. 제품의 무게, 부피, 깨지기 쉬운 정도(취약성)를 입력하면, 이 물건에 딱 맞는 상자 크기와 포장 방법을 예측해주는 식이다.

이 모델은 단순히 상자 크기만 골라주지 않는다. 배송 중 파손 가능성부터 물류 비용, 재활용비까지 한 번에 계산한다. AI는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이 물건은 작은 상자에 얇은 완충재만 넣어도 안전하다”, “이건 깨지기 쉬우니 큰 상자에 공간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같은 결론을 뽑는다.

🚚 상자만 바꿨을 뿐인데… 비용·탄소 모두 줄었다

그렇다면 AI가 제안한 포장 방법은 효과가 있었을까? 연구팀은 실제 사례 세 가지로 검증했다. 무겁지 않은 대학 교재, 깨지기 쉬운 주방 식기 세트, 부피가 큰 어린이용 자전거가 실험 대상이었다.

AI는 각각의 물건에 최적화된 상자를 추천했고, 그 결과 과대포장을 줄이면서도 파손 위험은 오히려 낮췄다. 덕분에 포장재 사용량이 줄고, 배송 트럭에 실리는 물건 밀도가 높아져 운송비도 절감됐다. 배송이 끝난 뒤 상자 재활용 비용까지 계산해보니, 기존보다 최대 30%까지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 AI 포장 기술, 아마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연구는 아마존 같은 거대 플랫폼을 사례로 삼았다. 하지만 핵심은 이 기술이 대기업뿐 아니라 작은 온라인 쇼핑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 모델은 제품의 기본 정보(무게, 부피, 깨짐 정도)만 있으면 된다. 중소업체도 별도의 대형 설비 없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최적화된 포장 방법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AI는 단순한 박스 크기 계산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는 재활용 효율이 높은 소재를 추천하거나, 화재에 안전한 포장법, 폐기물 연료 재활용 같은 ‘순환경제’ 전략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다.

🌍 쓰레기 줄이고 돈도 아끼고, AI가 바꿀 택배 상자

AI 포장 기술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데이터가 더 쌓이면 더 똑똑해진다. 앞으로는 제품의 형태, 소비자 위치, 계절까지 반영해 물류비와 환경비용을 동시에 낮추는 스마트 포장이 가능할지 모른다.

이제는 물건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 뿐만 아니라, 얼마나 잘 ‘싸서 보내는지’도 기업 경쟁력이다. 그 경쟁력 뒤엔 데이터를 읽고 계산해주는 AI가 있다. 언젠가는 택배 상자에서조차 낭비를 찾기 힘든 날이 올까? 포장 쓰레기에 시름하던 지구가 AI 덕분에 조금은 숨통이 트이길 기대해본다.

출처 논문
Zghair, H.; Konathala, R.G. Using AI for Optimizing Packing Design and Reducing Cost in E-Commerce. AI 2025, 6, 146. https://doi.org/10.3390/ai607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