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 블록체인으로 VUCA를 넘는다?




자동차 산업은 늘 변화의 최전선에 있었다. 내연기관부터 전기차, 자율주행까지—기술이 바뀌면 공장은 바쁘게 돌고, 부품은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 수요가 갑자기 줄거나, 부품이 공급되지 않거나, 갑자기 규제가 바뀌면 어떻게 될까?

요즘 경영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바로 VUCA.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약자다. 오늘의 자동차 산업은 이 네 가지 함정을 동시에 겪는다. 일본 기후대학 연구팀은 이 복잡한 문제에 블록체인이라는 해법을 가져왔다.


부품부터 폐차까지, 자동차 생애주기 전부 연결

연구팀이 제안한 시스템은 자동차가 태어나서 폐차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자동차는 설계부터 조립, 판매, 보험, 수리, 심지어 재활용까지 다양한 데이터가 쌓인다. 그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유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를 들어, 조립 라인에서 발생한 결함 데이터는 바로 공급망 전체에 공유된다. 보험사, 정비소, 중고차 딜러까지 필요한 정보를 즉시 열람한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사기나 중복 작업을 막을 수 있다.



DPoS와 IPFS,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이 연구의 핵심은 DPoS(Delegated Proof of Stake)라는 합의 알고리즘과 Private IPFS다. DPoS는 쉽게 말해 ‘대표자 투표제’다. 자동차 생태계에 참여한 노드들이 대표자를 뽑아 거래를 검증한다. 덕분에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든다.

그리고 저장공간은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를 쓴다.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면 용량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 대용량 파일은 IPFS에 보관하고, 블록체인에는 파일 주소만 기록한다. 덕분에 안전성과 속도를 동시에 잡았다.


VUCA를 잡는 블록체인, 어떻게 가능할까?

이 시스템은 어떻게 VUCA에 대응할까?

  • 변동성(Volatility): 실시간 데이터로 생산·유통 상황을 추적해 갑작스러운 수요 변동에 빠르게 대응한다.
  • 불확실성(Uncertainty): 누구나 같은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므로 정보 비대칭이 줄어든다.
  • 복잡성(Complexity): 공급망, 설계, 부품 관리 등 복잡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이 자동으로 기록·추적한다.
  • 모호성(Ambiguity): 모든 기록은 변경 불가능하게 남아 책임소재가 분명해진다.

기존 시스템과 무엇이 다를까?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사는 부품 공급망과 조립 공정, 유통, 보험까지 따로따로 데이터를 관리해왔다. 서로 시스템이 달라 중복 기록이 생기고, 사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에서는 이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주행거리 조작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기록된 주행거리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보험 이력, 수리 기록까지 모두 안전하게 남는다. 차주와 딜러, 소비자 모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자동차 생애주기, 데이터로 연결하다

이 연구는 자동차 생애주기를 4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1. 설계·계획 단계: 시장 수요를 분석하고 차량을 디자인한다.
  2. 생산 단계: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한다.
  3. 이용 단계: 차량을 판매하고 보험, 정비 기록을 관리한다.
  4. 폐기·재활용 단계: 차량이 수명을 다하면 안전하게 해체하고 자원을 재활용한다.

각 단계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노드들이 안전하게 관리한다. DPoS는 데이터 검증 속도를 높이고, IPFS는 대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한다.



공급망 사기? 이젠 걱정 없다

자동차 한 대에는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일부 가짜 부품이 섞이면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부품의 이동 경로와 생산 이력이 투명하게 기록된다. 불량 부품이 발견되면 원인을 빠르게 추적해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 같은 고가 부품은 수명 주기 관리가 중요하다. 배터리 충전·방전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아 중고 배터리 거래 시 신뢰성을 보장한다.


스마트 도시와 연결되는 미래

연구팀은 이 시스템이 스마트 시티에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도로 상태나 교통 정보를 공유하면 안전성이 높아진다. 자동차와 도로 인프라 간의 실시간 데이터 교환도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이뤄진다.


현실 적용은 아직 숙제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기존 ERP나 공장 시스템과 완전히 연결되려면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 각국의 법과 규제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점진적으로 단계별로 도입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결론: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표준 될까?

이 연구는 자동차 산업이 가진 ‘VUCA’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록체인과 IPFS는 더 이상 암호화폐에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다. 자동차 한 대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순간까지, 모든 데이터가 안전하게 연결된다.

앞으로 자동차를 사거나 팔 때, 운전할 때, 보험을 들 때, 심지어 폐차장에 들어갈 때까지 블록체인이 일상이 될 날이 올까? 연구팀은 이미 그 미래를 그려놨다.




출처 논문
Ahmed O and Kamabe H (2025) Proposing blockchain based framework to mitigate VUCA realm problems for automobile life cycle. Front. Blockchain 8:1607271. https://doi.org/10.3389/fbloc.2025.1607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