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딱 맞는 ‘뉴럴 네트워크’ 수업법이 나왔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은 더 이상 연구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요즘은 마케터, 재무담당자, 제조 현장의 엔지니어까지 데이터 분석과 AI 모델을 다뤄야 하는 시대다. 문제는 뭘까? 학교에서 배우던 머신러닝 커리큘럼은 직장인에게 너무 ‘이론 중심’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국립대(NUS)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 논문 제목은 A Practice-Oriented Computational Thinking Framework for Teaching Neural Networks to Working Professionals. 번역하자면 ‘직장인을 위한 실전형 뉴럴 네트워크 교육 프레임워크’다.
‘컴퓨팅 사고력’을 직장인의 언어로 풀다
연구팀이 제안한 핵심은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이다. 문제를 쪼개고, 데이터를 다루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힘. AI 모델을 다루려면 필수지만, 학교 강의처럼 수학과 이론으로만 가르치면 금세 흥미를 잃는다.
그래서 연구팀은 실무자가 데이터 분석에 바로 쓸 수 있도록 5단계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 문제 분해: 큰 비즈니스 질문을 작은 예측 과제로 나눈다.
- 데이터 처리: 결측치 처리, 불균형 데이터 보정 등 현실 데이터를 다룬다.
- 모델 설계: 뉴럴 네트워크 구조를 정하고 학습 방법을 선택한다.
- 해석 가능성 분석: 왜 그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테스트 & 디버깅: 모델이 실전에서 잘 돌아가는지 꼼꼼히 점검한다.
강의실 대신 실습실로
이 프레임워크의 특징은 ‘실습 중심’이다. 연구팀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28회에 걸쳐 이 과정을 운영했다. 6시간 반짜리 원데이 클래스에 강의, 실습, 그룹 토론, 케이스 스터디, 퀴즈까지 빼곡히 담았다.
특히 Python, R, Jupyter Notebook, Google Colab 등 실무에서 쓰는 도구를 직접 만져보게 했다. 수강생은 실습에서 데이터 전처리, 모델 학습, 하이퍼파라미터 튜닝까지 직접 해본다.
실제 산업 데이터로 배우다
연구에서 사용한 대표 사례는 ‘스카니아 트럭 공기압 시스템 고장 데이터셋’이다. 무려 170개 변수와 수만 개의 트럭 센서 데이터가 담긴 진짜 산업 데이터다. 수업에서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고장을 예측하는 뉴럴 네트워크 모델을 설계하고 성능을 비교해본다.
참가자들은 팀별로 모델 성능을 높이기 위한 튜닝 배틀도 한다. 누구 팀이 더 높은 정확도를 뽑아낼 수 있을까? 경쟁이 붙으면 학습 몰입도는 두 배!
직장인은 왜 이렇게 배워야 할까?
연구팀은 기존 대학 강의가 직장인에게 안 맞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 학생은 기초 이론부터 쌓지만 직장인은 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 현업 데이터는 깨끗하지 않다. 결측치, 불균형 데이터는 당연하다.
- 빠른 피드백과 협업이 필수다.
그래서 이 과정은 ‘먼저 문제를 풀고, 필요할 때 이론을 찾아 배우는’ 방식을 썼다. 바로 현업에서 쓸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한 것이다.
만족도는 어땠을까?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총 683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매 수업이 끝나면 익명 설문을 돌렸다. 수강생들은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스킬을 배웠다’, ‘복잡한 모델도 직접 만져보니 이해가 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계도 있다. 딥러닝까지 다루기엔 하루가 짧아 기본 뉴럴 네트워크까지만 다룬다. 연구팀은 수업 이후 심화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해 이 간극을 메우고 있다.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향후에는 기업별 데이터 정책에 맞게 오프라인 실습 키트를 만들 계획이다. Google Colab 같은 클라우드 환경을 못 쓰는 경우를 대비해서다.
또한 수강생들의 직무, 학력, 성별 같은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학습 설계를 더 정교화할 예정이다.
결론: 실전형 AI 교육의 새로운 길
이 연구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현장에 바로 쓰이는 AI 교육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그 답은 책상에 앉아 이론만 공부하는 강의가 아니라, 진짜 데이터로 부딪혀보는 수업이다.
머신러닝은 결국 도구다. 그 도구를 현장에서 똑똑하게 쓰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프레임워크의 목표다. 앞으로 더 많은 직장인이 이런 수업을 통해 ‘데이터를 읽고, 모델로 문제를 푸는 힘’을 기르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 논문
Tian, J. A Practice-Oriented Computational Thinking Framework for Teaching Neural Networks to Working Professionals. AI 2025, 6, 140.
https://doi.org/10.3390/ai607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