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밥은 정말 건강할까?

 

독일 병원식단의 영양과 환경 발자국을 들여다보다

서론: 우리가 병원에서 먹는 음식, 정말 건강한가?

병원은 건강을 되찾기 위한 공간이다. 그 안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치료의 연장이며, 때론 환자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과 요양원에서 제공되는 식사가 얼마나 건강하며, 동시에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게재된 한 독일 연구는 이 질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본 글에서는 해당 연구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고,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를 식품, 보건, 환경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독일 병원 식사의 영양 질,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독일 내 2개 병원과 3개 요양원의 식단을 분석했다. 이들은 Healthy Eating Index-2020(HEI-2020)Planetary Health Diet Index(PHDI)라는 두 가지 지표를 활용해 식단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 HEI-2020 점수는 100점 만점 중 39~57점 수준으로, 대부분의 기관이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 PHDI 점수는 150점 만점에 30~44점으로, 지속 가능한 식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처럼 낮은 점수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식사의 대부분이 동물성 식품(고기, 유제품 등)과 정제된 곡물(흰빵, 흰쌀 등)로 구성돼 있었다.
  • 식이섬유가 부족하고, 포화지방과 소금의 함량은 지나치게 높았다.
  • 특히 요양원에서는 단백질이 일일 권장량의 73% 이하로 제공됐다.
  • 비타민 B군, C, 칼륨, 마그네슘 등 여러 필수 미량영양소가 심각하게 부족했다.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점은, '건강을 회복하는 공간'인 병원에서조차 이런 영양학적 결핍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 속도와 재입원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환경적 측면: 병원 식사가 남기는 탄소발자국은?

연구는 병원과 요양원이 1년간 조달한 식재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사의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지표는 다음 다섯 가지였다:

  1. 온실가스 배출량 (kg CO2eq)
  2. 토지 사용 면적 (m2×year)
  3. 부영양화 가능성 (g PO4eq)
  4. 산성화 가능성 (g SO2eq)
  5. 물 스트레스 가중 물 사용량 (kL eq)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전체 환경 영향의 75%가 동물성 식품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고기류가 탄소배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 고기 외에도 유제품이 18~40%의 환경 영향을 유발했다.
  • 식물성 단백질(콩류, 견과류 등)의 사용량은 1% 미만이었다.
이 연구는 단순한 '비용 기반' 계산이 아닌, 식자재 별 생애주기분석(LCA)에 기반한 정밀 추정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는 병원 식사가 생각보다 훨씬 큰 환경 부담을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병원 식단, 개선할 방법은 있을까?

연구자들은 식단의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 고기 소비 감축: 특히 쇠고기와 가공육 대신, 닭고기와 생선으로 대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식물성 단백질 확대: 콩, 두부, 렌틸, 견과류 등은 단백질과 함께 식이섬유, 엽산, 마그네슘 등을 제공한다.
  • 전체식품 중심 식단 전환: 통곡물, 채소, 과일 비중을 높이는 것은 모든 측면에서 이득이다.
  • 영양 모니터링 강화: 특히 요양원에서는 고령자의 영양결핍 방지를 위해 정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개선 방안들이 모두 '환경에 좋고 건강에도 좋은' 전략이라는 것이다. 즉, 건강과 지속가능성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오히려 같은 방향을 향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 병원밥, 이대로 괜찮을까?

이번 연구는 단지 독일의 사례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소득 국가 병원에서 비슷한 문제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은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공간이며, 건강한 식생활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병원 식사는 영양학적, 환경학적 평가에서 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정책적 개입, 영양 기준 마련, 조리사 교육, 식단 감시 체계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병원밥의 질은 환자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출처 논문

Pörtner, L. M., Schlenger, L., Gabrysch, S., & Lambrecht, N. J. (2025). Dietary quality and environmental footprint of health-care foodservice: a quantitative analysis using dietary indices and lifecycle assessment data. The Lancet Planetary Health.